▲4월1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4월1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대구 칠성시장 방문 시 경호원들이 옷에 감췄던 기관총이 보였다고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보수 언론이 대서특필하며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대구 서문시장 방문 시 경호원들이 아예 공개적으로 기관총을 들고 다녔다. 그러나 과잉 경호를 비판하는 기사는 물론이고 보도한 언론을 찾기 힘들다.” (서은숙 민주당 최고위원, 3일 최고위 모두발언)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걸어가는 가운데 경호원들이 기관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잡혔다. 이를 두고 ‘과잉 경호’를 비판하는 기사는 5일 현재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4년 전 보도 태도와 매우 대조적이다. 

2019년 3월24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몇 장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3월22일 대구 칠성시장에 나타난 문 대통령 옆에 있던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 의원은 “사실이라면 섬뜩하고 충격적”이라며 “경호수칙 위반”을 주장했다. 이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고 세계 어느 나라나 하는 경호의 기본”이라며 “이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해온 교과서적 대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사가 쏟아졌다.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그해 3월24일과 25일 이틀간 ‘문재인’, ‘기관총’ 으로 검색되는 기사는 83건으로, 하 의원 주장과 청와대 입장을 배치하며 ‘논란’으로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일보는 “시민들 사이에 섞인 경호처 요원이 기관단총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 외부로 노출한 채 경호를 한 것은 시민들이 보기에 공포심을 줄 수 있다”는 익명의 야당 관계자 입장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테러 첩보가 입수되지 않았는데도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노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적절치도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관단총을 시민들 앞에서 노출한 것은 경호수칙을 어긴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당시 언론보도 제목들.
▲2019년 당시 언론보도 제목들.

같은 날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기관단총 무장 경호원을 대동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며 경악할 일”, “이 정권의 입장에서는 대구 칠성시장이 무장테러 베이스캠프라도 된다는 것인가”, “기관 총신 노출 위협 경호로 공포를 조장하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적대의식에 아연실색할 따름”, “기관총이 아니고서는 마음 놓고 대구를 방문하지 못하겠다는 대통령의 공포심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논평을 내자 언론은 <한국당 “대구 시장이 무장테러 캠프?…靑경호원 기관총 노출 경악할 일”>(동아일보), <민경욱 “靑경호원, 기관단총 노출해 공포 조장...이게 ‘낮은 경호’인가”>(조선일보)와 같은 기사로 논란을 확산시켰다. 

결국 청와대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 2015년 박근혜 대통령 근접 경호팀이 기관단총을 몸에 지니거나 손에 쥐고 있는 사진까지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과잉 경호’ 프레임은 휩쓸고 간 뒤였다. 헤럴드경제는 3월25일자 사설을 통해 “청와대가 불필요한 총기 노출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유감 표시 한 마디면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었다. 그런데 청와대가 ‘발끈’하며 과민하게 대응하면서 판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썼다. 2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북한과는 싸울 일 없다고 GP까지 파괴하는 정권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기관총을 들이대고 있다”라고 주장하자 언론은 이를 또 중계 보도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경호원들이 자동소총과 각종 무기를 휴대한 사진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이 사진에 대한 매체들의 태도는 (4년 전과) 사뭇 다르다”며 “대구가 테러기지냐며 분노하던 목소리도 이번에는 들을 수 없다”고 썼다. 탁현민 전 비서관은 “내로남불의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켜져야 할 원칙에 시비를 걸고 그것으로 정치적, 상업적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거기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마디씩 더하는 아마추어들은 덤”이라며 “의전이나 경호는 정치적 공격과 비난의 범주 밖에 있어야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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