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수석 최고위원이 이번엔 제주 4‧3 추념일을 다른 국경일보다 격이 낮다고 비하 발언을 해 뭇매가 쏟아졌다. 5‧18 헌법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통일 발언으로 안팎의 거센 비난에 휩싸여 사과하고 자중하겠다고 한지 일주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불참한 것이, 국경일 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서라면 윤 대통령이 기념일인 서해수호의날에는 왜 참석했느냐는 반문이 나왔다. 아예 유튜버로 전직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여야 모두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자 결국 김재원 위원은 공개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며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과 전화연결에서 윤 대통령의 추념식 불참 관련, ‘국민의힘이나 대통령이 오히려 감싸주고 보듬는 시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원은 “우리가 이제 이런 기념일 또는 추모일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국가적인 가장 경축일이나 기념일은 사실은 법에 정해져 있다”며 “우리나라 국경일로서는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있는데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정도는 참석을 한다.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인데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저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거에도 사실 4‧3 기념일에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무조건 참석했던 것이 아닌데 이번에 4‧3 유족을 폄훼한 것처럼 야당이 일제히 공격을 하고, 대여비난의 빌미로 삼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연결에서 4.3 추념식이 국경일보다 격이 낮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전화연결에서 4.3 추념식이 국경일보다 격이 낮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같은 당에서부터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제주 4‧3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추모일이라서 대통령이 참석 안해도 된다? 그러면 서해수호의 날은 추모일 아니었나”라며 “서문시장 100주년 행사도 국경일이 아니다. 그냥 미국 방문 준비차 총리가 대독했다고 하면 될 것을 쉴드를 쳐도 사리에 맞게 쳐라”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제발 좀 언론 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라며 “입만 열면 실언하는 사람을 특혜를 주어 징계는 안하더라도 최고위 출석정지, 언론, 방송 출연 정지라도 시켜라. 실언 한지 며칠 지났다고 또 방송에 나와 떠들게 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것도 안 하면 당지도부 무용론이 나올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며 “김 최고위원은 당에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저는 당 대표로서 김재원 최고의 발언에 매우 큰 유감의 뜻을 전했다”며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언행에 대하여는 응분의 책임을 묻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야당도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김 의원을 두고 “또다시 막말로 4.3 희생자,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을 모욕하고 나섰다”며 “극우 유튜버로 전직하라”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불참을 감싸려고 해괴한 논리를 주장하는 여당 수석 최고위원의 작태에 기가 찰 노릇”이라며 “정신 차리라. 국민의 아픔을 추모하는 데 격이 있느냐. 언제까지 김 최고위원의 막말을 참아줘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통일했다고 한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통일했다고 한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자숙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강 대변인은 “대통령의 불참, 깔끔하게 사과하면 끝날 일”이라며 “유가족과 국민들은 추념식을 외면한 정부여당, 막말과 행패를 부리는 극우단체 때문에 더 아프고 시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에게 “연이은 망언에 대해 4.3 유가족과 국민께 사죄하라”며 “시대착오적인 감 떨어진 막말이 일상인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집권 여당의 최고위원이 아닌 극우 유튜버”라고 했다.

이에 김재원 최고위원은 결국 최고위원 출석과 방송출연을 모두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늘 아침 KBS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조선일보의 기사를 참고했다”며 “이에 대해 또 다시 논란이 빚어지므로 더 이상 이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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