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3월22일 서울북부지검에 출석하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검찰 수사가 결국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구속영장 청구까지 향했다. 지난달 29일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했지만 검찰이 불구속 기소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문재인정부가 임명한 한상혁 위원장 거취에 따라 사실상 ‘유예’ 상황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방송장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를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린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의견취합이 오는 9일 종료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분리징수 찬성은 4만1000여명, 반대는 1500여명(4일 기준)이다. 정부 여당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김의철 KBS사장과 KBS이사회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이후 세 번이나 연장된 감사원 KBS 감사 결과도 변수다. KBS 한 관계자는 “사장이 바뀌면 해결될 일”이라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과 국세청 세무조사가 ‘휩쓸고’ 간 MBC는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감사원의 본격적 감사를 앞두고 있다. MBC 내부에선 “방문진 감사의 탈을 쓰고 실질적으로는 MBC를 탈탈 털어보겠다는 음모”(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라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국민의힘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난달 안형준 신임 사장 임명 절차와 관련해 문제가 있었다며 방문진 검사‧감독까지 예고했다.

YTN은 대주주 한전KDN과 마사회의 YTN 지분 31% 매각 추진으로 “언론장악의 외주화”(고한석 언론노조 YTN지부장)가 진행 중이다. 공영적 보도전문채널이 갖는 공공적 역할에 대한 논의 없이 기획재정부의 ‘불필요한 공공기관 자산 매각’ 가이드라인에 따른 결과다. 구성원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재까지 한국경제신문, 한국일보(동화그룹), 국민일보(국민문화재단) 등이 지분 인수 의사를 밝혔고, 동아일보는 인수전 참여설에 “사실무근” 입장을 냈다.

▲KBS MBC YTN.
▲KBS MBC YTN.

KBS MBC YTN을 둘러싼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은 보도 위축을 유도하는 가운데, 한상혁 위원장 거취는 본격적 ‘방송장악’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추천 인사로 분류되는 이사들이 수적 우위에 있는 KBS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바꿔야 사장 등 경영진 교체에 나설 수 있고, 이를 위해선 이사 선임권 등을 가진 방통위 상임위원 구도가 국민의힘에 유리하도록 바뀌어야 하고, 이는 한 위원장이 물러나야 가능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KBS와 방송문화진흥회(MBC) 감사,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 TBS 지원조례 폐지, 공기업 의사를 무시한 YTN 지분 매각 등이 각개전투처럼 벌어지고 있다”며 “이 모든 사안은 결국 공영미디어 체제를 해체하고, 집권 여당 인사들의 입버릇처럼 권력의 전리품으로 ‘먹기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선 “방송장악과 재벌 특혜를 가능케 할 규제기구 장악의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늦어도 한 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뒤인 8월부터는 윤석열표 ‘6기 방통위’가 새롭게 시작되며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YTN 대주주 변경승인심사 등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KBS와 MBC 감사 결과는 또 다른 검찰 수사로 이어지며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의 명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올해 하반기 KBS MBC YTN 내부의 격렬한 저항과 노사갈등이 예견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보수신문과 민영방송에는 규제 완화 ‘당근’으로 길들이기에 나설 수 있다.

여당은 최소한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까지는 3사 경영진 교체를 마무리하고 싶을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진 시점에는 ‘방송장악’ 논란이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속도를 낼수록 표심에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보도를 사전 차단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대선 결과가 박빙이었고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신속하게 ‘주요한 선거전략 도구’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목표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언론비상시국회의,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새언론포럼 등 원로언론인 단체들은 “윤석열 정권은 한 위원장을 몰아낸 후 방통위를 장악해 공영방송 언론을 조작하려 한다. 공영방송을 통해 여론공작을 벌여 내년 총선에서 입법권력도 손에 넣으려는 속셈”이라고 우려했다. 

현재로선 거대양당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 먹기와 낙하산 사장 선임 관행을 없앤 방송법 등 개정안이 정부 여당의 ‘방송장악’을 막아낼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해 12월 상임위를 넘어선 해당 법안은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 회부됐다.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이 일제히 환영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 법이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혀 ‘격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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