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 3월2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재정립하는 ‘컨트롤 타워’가 수면 위에 올랐다. OTT 등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책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산업 활성화와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김대중 정부 때 방송개혁위원회와 비교하면 논의가 소극적이고 균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17일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출범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훈령을 통해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2명의 위원장 포함 20명 이내로 구성된다. 국무총리와 민간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고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의 장과 학계·법조계 등 전문가·미디어 기업 관계자 등이 위원을 맡을 전망이다. 위원회는 업무 분야별로 나눠 논의하는 분과위원회와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위원회는 ‘산업’에 초점을 맞췄다. 윤석열 정부의 미디어분야 국정과제인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 ‘K-콘텐츠 초격차 산업화’ 등을 논의한다. 세부적으로는  △관계부처의 역할 조정 △최소규제원칙을 적용해 기성 미디어(방송)와 OTT 등 규제 완화 △자율심의 체계 전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산업을 위한 정책 발굴 및 지원 △메타버스 등 신기술 융합 콘텐츠 지원책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위가 발표한 미디어혁신위원회와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에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4월 인수위는 미디어혁신위 구상을 발표하며 “신구 미디어가 상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시청자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기반을 확립하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진흥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에도 산업을 강조하긴 했지만 실제 출범하는 기구는 이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예상보다 더욱 산업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구의 성격과 논의 방식 등에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미디어는 하나의 산업이지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제도, 기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산업 발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율적으로 돌아갈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해결해주는 책임이 우선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콘텐츠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기만적 광고, 혐오표현 등에 관한 대응과 함께 지상파 방송사 소유제한 완화 등에 따른 피해를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서중 교수는 “지금 미디어 상황을 보면 사회 전체의 가치를 설정하는 위원회가 필요한데, 산업발전위의 성격을 보면 정부가 미디어를 보는 관점이 나타난다”며 “만일 산업 관련 정책을 만든다면 사회 전체의 가치를 구현하거나 피해를 심각하게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의 브리핑 모습
▲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박성중 간사의 브리핑 모습

논의 방식이 소극적이기도 하다. 위원회는 사실상 국무총리 산하 자문기구 성격이 강하다. 논의 과정에 시청자,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반영하는 절차는 규정돼 있지 않다.

이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출범한 방송개혁위원회와 비교된다. 당시 논의 기한이 3개월로 짧았고 결과에 따른 논쟁도 있었지만 ‘정책의 방향성’과 ‘논의 방식’에 있어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지상파 방송 독점 체제에서 위성방송 등 새로운 미디어가 출범하면서 21세기 방송을 ‘재정의’할 시점이었다. 김대중 정부 당시 시민사회의 요구를 반영해 사업자, 노조, 시민사회, 방송사 경영진, 학계, 정치권 등 다양한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송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방송위원회 1기 백서는 방개위에 관해 “김대중 정부가 경제정책 분야에서 채택한 ‘노사정위원회’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방개위의 논의는 ‘방송 독립성 확보’ ‘공익성 강화’ ‘시청자 권익 향상’ 등 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조했을뿐 아니라 ‘디지털 방송 등 신규서비스 개발’ ‘방송통신 융합추세에 능동적 대처’ 등 산업적 측면도 다뤘다. 

김서중 교수는 “당시 산업과 관련한 정책도 다뤘는데 산업 발전이라는 목표를 제시한 게 아니라 미디어 현장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에 맞춰 산업구조가 어떻게 가는 것이 사회에 필요할지를 고민한 것”이라며 “방개위 논의 결과 방송법상 시청자 권리와 관련한 조항을 포함해 시청자위원회를 제도화하는 등의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김서중 교수는 “당시 방개위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지만 이전과 이후에 등장한 다른 기구들에 비해 역할을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위원회는 미디어 제도개편이 아닌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한시적 자문기구에 불과하다”며 “범위도 협소하고, 기구의 위상도 약하다. 또한 관료·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사회적 대표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김서중 교수는 “전문가 선임의 경우 미디어 산업 전문가뿐이 아니라 미디어의 사회적 의미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동찬 위원장은 “새로운 매체를 포괄하는 커다란 언론미디어 법제도 개편은 정당을 초월해 사회적 대표성을 가진 개방형 위원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미디어개혁이 신뢰를 얻으려면 다양한 주체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새롭게 정의해야 하는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고,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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