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3사.
▲공영방송 3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거대양당의 공영방송 이사 나눠 먹기와 낙하산 사장 선임 관행을 없애는 방송법 개정안, 일명 ‘공영방송 정치독립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지난해 12월2일 과방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지 109일 만으로, 한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회부된 것은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언론현업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과방위는 지난해 12월2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MBC)법,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보냈다. 국회법 86조3항에 따라 법사위가 ‘이유 없이 회부 된 날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과방위는 본회의 부의를 재적위원 5분의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 과방위는 방송법 개정안 등이 60일 이상 법사위에 묶여 있음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투표를 통해 직회부를 결정했다.

기존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여야 거대정당이 KBS 이사 11명을 7대4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 9명을 6대3으로, EBS 이사 9명을 7대2로 나눠 암묵적으로 추천권을 가져갔다. 이번 개정안에선 국회 추천 몫을 명시해 정치권 추천 비율을 100%에서 23.8%로 줄이고 공영방송 이사를 21명으로 늘리는 한편 이사 추천권을 국회‧학계‧현업단체‧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분산했다. 

공영방송 사장은 이사회가 구성한 100명의 국민추천위가 2~3인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가 의결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국회 의석수를 감안하면 본회의 의결은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해당 개정안이 ‘민주당‧언론노조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이라며 반대하고 있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와 관련한 당론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대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박성중 과방위 여당 간사)이라 예고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촬영인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현업7단체는 21일 본회의 직회부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오늘 방송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는 언론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타당한 결정이며, 국회법에 따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차”라고 강조한 뒤 “여야는 정치적 기득권을 공영방송 장악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낡은 시도를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방송법 개정안 국회 처리 절차에 협력하라”고 요구했다. 

언론현업7단체는 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가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협받고 있다고 명시한 것을 언급한 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에게 비판적 보도를 한 공영방송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서 몰아냈고, 수신료 분리 징수 카드를 흔들며 말 안 들으면 공영방송 재원을 뿌리째 흔들겠다는 협박에 나섰다. 양대 공영방송을 압박하기 위한 유례없는 장기 감사는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다. YTN도 정부가 매각을 주도하면서 특혜 매각설, 사전 내정설 등 복마전이 돼 가고 있다”며 ‘공영방송 장악’이 현재진행형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이들 단체는 “우방이라고 믿는 미국 정부조차 윤석열 정부 아래 대한민국 언론자유 훼손을 비판하고 있는 마당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훼방 놓고 낙하산 사장을 내리꽂을 그릇된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와 국격은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위기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제적 지탄의 대상이 된 문제적 언론관을 버리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대통령 거부권 뒤에 숨어 대안 없는 시간 끌기와 현업 언론단체들에 대한 가당찮은 마타도어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민주당을 향해선 “언론개혁의 염원이 양당 간 정치적 대립과 대통령 거부권에 허망하게 쓸려가지 않도록 최대한의 정치력과 협상력을 마지막까지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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