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상임위원회 의결 후 100일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국회 상임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는 절차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조승래 국회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1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법 개정과 관련,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릴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의원은 “과방위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의결한 지 오늘로 105일째”라며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진을 확대하고, 사장은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하기로 했으며, 이사회는 시청자위원회, 학계, 현업 직능단체, 국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추천하도록 구성을 다원화 했다”고 소개했다.

조 의원은 “그동안 법적 근거도 없이 임의로 행한 정치권의 독점적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을 내려놓고, 공영방송을 국민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한 결단”이라며 “그런데 국민의힘이 위원장으로 있는 법사위에 붙들려 지금까지 제자리”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국민의힘 박성중 과방위 간사, 허은아 의원이 발의한 특별다수제 사장추천위 구성을 반영했고, 법안소위, 안건조정위까지 열어 과방위가 책임감 있게 논의하여 의결한 대안인데도 무작정 붙잡고만 있다”며 “나아가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제안했던 이사회 축소 방안도 전향적으로 수용하며 양보할 의사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용산의 대통령실과 여당은 MBC 새 사장을 흔들고,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들이밀며 공영방송에 대한 협박과 장악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혼란에 빠졌던 공영방송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KBS·MBC·EBS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기 위한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주기 바란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촉구했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 절차 추진을 위해 결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조승래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 처리 절차 추진을 위해 결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국회 과방위는 지난해 12월2일 전체회의에서 방송관계법 개정안 대안(방송법, 방문진법, 교육방송공사법 등 개정안)을 의결해 법사위로 회부했다. 이에 법사위는 지난 1월16일 이 법안을 상정해 법안심사2소위로 넘겼고,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2일 1차 회의에서 축조심사를 했다. 

국회법 제86조(체계·자구 심사)는 제3항에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안을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했을 때 심사 대상 법률안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상임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해 이의가 없는 경우 의장에게 그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본회의 직회부 조항이다.

이 조항은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제4항에 따르면 의장은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 해당 법률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해 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되, 30일 이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일정상 방송법 개정안은 상반기 내 국회 본회의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KBS·MBC·EBS 이사 추천을 여·야 정치권이 7대4, 6대3 등의 방식으로 추천해온 기존의 모호한 방송법 체제를 국회 추천 비율을 줄이는 방식 등으로 다원화한 법안이다. 방송법 개정안 핵심은 각 방송사 별로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국회 교섭단체 의석 수 비율에 따라 5명 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선정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 추천 6명 △시청자위원회 추천 4명 △방송 전문성과 방송 보도, 제작, 기술 등 직종 대표성을 고려한 단체 추천 6명(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각 추천 2명) 등으로 추천 주체를 다원화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나 언론노조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추천될 수 있다며 편향된 이사 구성을 우려해 법안 논의에 반대해왔다. 그러면서도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러 차례 법안을 마련 중이라며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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