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보도 훼손 및 회사 명예 실추 등 사유로 권고사직 처리된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이 연합뉴스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 제38-2민사부(재판장 이호재)는 지난 1월27일 이 전 대행이 연합뉴스를 상대로 제기한 권고사직·의원면직 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도 지난 2021년 10월 이 전 대행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 전 대행은 지난달 16일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 판단이 남은 것이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1989년 1월 연합뉴스에 입사한 이 전 대행은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5년 3월30일부터 2016년 12월26일까지 편집국장 직무대행으로 근무했다가 2018년 6월21일 공정 보도 훼손 및 회사 명예 실추,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을 이유로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대행은 나흘 뒤인 25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연합뉴스는 같은 날 의원면직했다.  

이 전 대행 시절 연합뉴스는 박근혜 정부·여당 편향 보도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한·일 위안부 문제와 교과서 국정화 이슈에서 보수·우파 진영을 편향적으로 대변했다는 비판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왔으나 이 시기 보도 편향성은 개선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조는 2017년 6월 이 전 대행을 ‘언론 부역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이 전 대행은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으로서 대 삼성그룹의 대외 업무 책임자인 사장님과 최소한 통화 한 번은 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부산 출신이시고 스펙트럼이 넓은 훌륭한 분이시라 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분을 돕고 있나 알고 싶고 인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 입길에 오르내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행이 편집국장 권한을 일탈해 편집권을 남용하거나 공정 보도를 훼손한 사례를 판결문에 나열했는데, 삼성 일가에 유리한 보도를 거듭 지시하고 자사 특파원을 시켜 삼성을 비판한 외신에 항의를 시도하는 등 삼성 관련 부당 지시가 두드러졌다.

재판부는 이 전 대행 행위가 “편집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 보도 준칙을 현저히 위반”했다고 했으며 ‘장충기 문자’에 대해서도 “편집권을 일탈 남용하고 그와 같은 행태와 삼성그룹 사이 유착 관계를 추단케 할 만한 문자 메시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연합뉴스에 대한 국민과 고객사 신뢰가 중대하게 훼손됐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징계 사유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연합뉴스로서는 이 전 대행의 비위 행위로 인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 전 대행의 비위 행위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공정 보도 훼손과 관련한 비위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서 인정한 징계 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권고사직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행 이름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삼성 장충기 문자’였다. 그는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 이창섭 전 연합뉴스 편집국장 대행 이름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삼성 장충기 문자’였다. 그는 2015~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편하실 때 국가 현안 삼성 현안 나라 경제에 대한 선배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평소에 들어놓아야 기사에 반영할 수 있습니다” 등의 문자를 보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패라는 원심을 유지하면서도 재판 중 이 전 대행 정년(2022년 7월)이 도과했다는 점에서 권고사직 및 의원면직 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 이 전 대행의 ‘권고사직 및 의원면직 처분 무효확인 청구’를 각하했다. 이 전 대행의 미지급 임금 및 위자료 청구는 1심과 같이 기각했다. 

이 전 대행은 연합뉴스에서 권고사직 처리된 뒤 보수 인터넷 언론 펜앤드마이크 사장 겸 편집본부장을 지냈고, 대선 국면에선 최재형·홍준표 캠프 홍보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권에도 발을 디뎠다.

그는 지난해 2월 데일리안 인터뷰에서 “연합뉴스만큼 삼성에 비판적인 언론사는 없었는데, 친삼성 편집을 했다는 누명을 씌워 해고했다”며 “언론노조는 이창섭이라는 한 개인을 부역자로 지정했다. 왜 언론노조의 표적이 됐을까. 나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것을 제일 먼저 알고 비판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 언론정책 수립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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