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재정 적자가 일정 수준 이상 넘어가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 중인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에 담았던 영국 고위 관료 발언이 가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월8일 기획재정부 최상대 2차관과 영국 예산책임청 리차드 휴스 의장과의 만남 이후 기재부는 휴스 의장이 “한국의 재정 준칙 준수를 위해선 반드시 법제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다수 언론이 기재부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 보도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7일 <기재부의 이상한 보도자료…영국 관료는 ‘NO’라는데> 단독 리포트를 통해 “영국 예산책임청에 정말로 이런 말을 했는지 물어본 결과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한국이 아니라 영국의 재정준칙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직접 발언했다는 영국 예산책임청 휴스 의장에게 다시 물어본 결과 휴스 의장은 NO라는 글자를 강조해 표기하면서 한국의 재정 체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7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MBC는 “재정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 GDP 대비 3% 이내로 묶어 통제하겠다는 (재정 준칙은) 기재부 숙원 사업이다. (재정 준칙으로) 재정 관료의 권한이 커질 거라는 논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보도에 기재부는 8일 해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면담 과정에서 한국의 재정 준칙이 단순하면서도 채무 증가 속도를 통제할 수 있도록 구속력 있게 고안됐으며, 재정 준칙 준수를 위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예산책임청 의장은 우리 측 설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재정 준칙은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국이 영국보다 재정 준칙을 잘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기재부는 당시 면담 관련 녹취록‧회의록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나라의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아무리 그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내정간섭처럼 비칠 수 있어 구체적인 제도에 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외교상 당연한 관례인데 (기재부) 보도자료는 영국 관료가 한국의 구체적인 제도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매우 문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8일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기자회견 모습. ⓒ장혜영 의원실
▲8일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기자회견 모습. ⓒ장혜영 의원실

장 의원은 “의원실에서 영국의 예산책임청에 직접 확인해본 결과 휴스 의장은 한국의 재정준칙에 대해 코멘트 한 적이 없다(“He made no comment about the Korean fiscal framework”)는 단호한 입장을 밝혀 왔다. (예산책임청은) 기재부 보도자료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며 “기재부는 휴스 의장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지어내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기재부를 향해 “영국 예산책임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부처의 숙원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해 관료가 다른 나라 예산 당국의 입장을 조작해 언론에 배포하는 행위는, 단순한 착오나 의전 실수가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외교적 문제의 소지를 만든 것이며, 여론조작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기재부의 누가, 어떤 경위로 휴스 의장 발언을 조작했는지 소상히 밝히고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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