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의 언론인 모임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이하 언총)가 6일 출범했다. 이들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기존 언론직능 단체들을 ‘기득권’이라고 규정하고 “정파를 떠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날 총회 참여 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방송 공정성을 후퇴시키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켰다고 비판 받는 인사들이 다수였다. 보수 성향의 방송사 소수 노조가 언총을 매개로 세력을 규합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기관 등 인사 추천 시 이들 집단의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총회에는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정책위의장, 서울신문 출신 박대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 박성중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YTN 기자 출신 윤두현 ICT미디어진흥특별위원장, 김태훈 시대전환 최고위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총회 사회는 이재홍 KBS 아나운서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진행한 박보경 아나운서가 맡았다. 

언총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기존 언론단체들은 이미 기득권화됐다”며 “이들은 정치 권력과 연합했고, 민노총 언론노조와의 차별성도 상실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현업 유관단체가 수많은 언론인의 생각을 멋대로 재단하고 ‘한국기자’, ‘방송기자’, ‘한국PD’, ‘한국방송기술인’이라는 타이틀을 날치기해서 독점하고 농단하는 부조리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수 성향의 언론인 모임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공영방송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고대영 전 KBS 사장(왼쪽)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보수 성향의 언론인 모임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공영방송 공정성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고대영 전 KBS 사장(왼쪽)과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임기 1년의 초대 연합회장에 추대된 김현우 YTN방송노조위원장은 “지난 5년 동안 언론 자유를 보호해야 할 국가가 나서서 특정 정파 가치를 이용해 숭고한 언론인 사냥에 나섰다”며 “여기 앉아 계신 언론인들이 지난 5년 동안 이유 없이 민노총 언론노조에 의해, 그 관변단체들에 의해 인격이 말살 당하고 삶이 도륙됐다. 폭력과 폭압, 강압에 못 이겨서 숨죽였던 모든 언론인들을 우리 운동장으로 끌어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우 초대 연합회장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선 “지난 5년 언론 현장에서 벌어졌던 대학살에 대해 특별조사위원회가 됐든, 그 무엇이 됐든 진실을 같이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미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보수 성향’이라는 표현에 불편함을 내비치며 “우리 이념을 묻는다면 공정과 상식, 그리고 자유”라고 말했다.

총회에는 양대 공영방송의 보도 자율성과 공정성을 추락시켰다고 평가받는 전직 KBS·MBC 사장들이 나란히 자리했다. 2018년 1월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고 조직 관리 능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가 지난달 9일 해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고대영 전 KBS 사장은 노조에 적개심을 드러냈다.

고 전 사장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노조라는 특수이익집단과 상당수 언론단체는 언론인을 좌파의 족쇄인 노동자 계급으로 옭아매고 집단주의를 추구했다”며 “그 결과는 불공정 편파 보도와 동료에 대한 인권 침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언론단체들은 ‘다수’를 앞세워 언론을 이념적 선전 선동과 집단주의 편견을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면서 “공영언론의 최고 원칙인 불편부당성은 이미 사라졌다. 언총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고 벼랑 끝에 서 있는 언론계를 구해내길 선배로서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공고히 구축된 좌파 기득권과 싸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언론인 길을 선택한 이상 회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보수 성향의 언론인 모임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보수 성향의 언론인 모임인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창립 총회를 열고 출범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 등 이유로 2017년 11월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은 “학자 같지 않은 언론학자들도 문제”라며 “고대영·김장겸 나가라고 연판장 돌리던 학자의 탈을 쓴 학자답지 않은 학자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진정한 학자였다면, 지난 5년 동안 공영방송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딱 보니 100만 명’이라는 보도를 일삼을 때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총에 적대적인 단체, 좌파 단체, 언론노조 기관지, 친언론노조 매체들이 공격해올 것”이라며 “잘 버티시고 이 나라 언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사생활 의혹 제기를 비판했다. 성 의장은 “‘쥴리’라고 하는 가상의 인물을 갖고 (김건희씨를) 인격 살인했을 때, 과연 언론들이 어떻게 했느냐”며 “그런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데 정치권도 함께 해야 한다”고 했다.

성 의장은 “우리가 과거 정권처럼 불공정하게 권력을 운용한다면 여러분들이 먼저 나서서 (우리를) 비판해야 한다”며 “우리가 정권을 운영하면서 특정 정파를 만들어 권력 유지 및 재창출에만 몰두한다면, 그래서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정부를 버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런 감시를 받으면서 권력을 겸손하게 운용하는 것이 집권층의 당연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언총 이사진은 초대 회장인 김현우 YTN 방송노조위원장, 박영환 전 KBS 뉴스9 앵커, 정철웅 KBS 방송인연합회장, 강명일 MBC노조 비대위원장, 류제웅 전 YTN 기획조정실장, 최영재 자유일보 편집국장 등 6인이다. 사무처장은 김원 KBS PD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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