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한 KBS노동조합의 ‘진미위(진실과 미래위원회) 흑서’ 출판기념회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들이 일제히 축사와 축전을 보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해당 노조 스스로 정치권 종속을 선언했다며 비판했다.

KBS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스카우트빌딩에서 ‘보복과 부역, 항쟁의 KBS 진미위 흑서, 쟁투의 기록’ 출판기념회 및 판매 행사를 진행했다. 이 흑서는 2018년 양승동 사장 시절 KBS가 과거 보도 참사와 언론 탄압 등을 반성하고 책임을 규명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던 ‘진실과 미래위원회’ 활동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앞서 진미위는 방송 공정성·독립성 침해, 부당인사·부당노동행위·부정청탁 등 공적 책임 훼손 등 22건 중심으로 관련자들을 조사했는데, 당시 조사 대상이었던 이들이 흑서를 통해 진미위 활동의 부당성을 기술한 것이다. 

이날 행사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참석이 두드러졌다. 방송·통신 분야를 소관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언론인 출신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 당권주자들이 인사를 전했다.

▲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월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KBS노동조합의 '진미위 흑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안철수 당대표 후보는 축전을 보냈다. 사진=KBS노동조합
▲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가 2월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KBS노동조합의 '진미위 흑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안철수 당대표 후보는 축전을 보냈다. 사진=KBS노동조합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천하람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적폐 청산을 외치던 사람들이 적폐가 되어버린 정부”라며 “흑서 네 권을 전혀 할인되지 않은 금액으로 구매하겠다”고 말했다. 김기현 후보는 축전을 보내 “장막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한 조합원들과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축전에서 “KBS에서 적폐청산 명분으로 만든 진실과미래위원회는 많은 직원들에게 상처를 입혔고 역사에도 큰 오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밖에 국민의힘에선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언주 전 의원, 박대출 의원 등이 직접 출판 기념회에 참석했다.

언론계 인사들로는 과거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 속에 해임된 고대영 전 KBS 사장, 김장겸 전 MBC 사장 등도 참석했다. 고대영 전 사장의 경우 흑서를 낸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양대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았고, 2018년 1월 지상파 재허가 합격점수 미달과 방송법·단체협약 위반한 징계 남발 등 사유로 해임됐다. 이후 해임 취소 소송을 낸 고 전 사장은 1심에서 패소했으나 지난달 항소심에선 승소한 바 있다.

▲ 이언주 전 의원이 2월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KBS노동조합의 '진미위 흑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노동조합
▲ 이언주 전 의원이 2월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KBS노동조합의 '진미위 흑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KBS노동조합

출판기념회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성명을 내어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은 2017년 당시 고대영 퇴진 투쟁을 왜곡 폄훼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마치 당시의 고대영 퇴진 투쟁이 KBS 내부 소수 일부의 싸움인양 얘기한다”며 “당시 소수노조였던 KBS본부는 물론 다수노조였던 KBS노동조합이 함께 고대영 퇴진을 외쳤다”고 했다.

KBS노동조합 집행부가 출판기념회 참석자들을 향해 큰절을 올린 장면을 두고는 “언론사 노동조합 스스로가 정치권력 앞에 굴욕을 약속하는 의식에 다름 없다. 백주대낮에 함께 퇴진을 외쳤던 적폐세력 앞에 이제 정권이 바뀌었으니 다시 소신도 신념도 없이 굴종을 맹세하는 세레머니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그대들이 큰 절 올리고 고개 숙여 할 상대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의 달콤한 권력의 뒷배가 아닌 오로지 국민들”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23일자 성명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23일자 성명 갈무리

당시 현장에 참석한 KBS노동조합 관계자는 ‘큰절’ 에 대해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3일 통화에서 그는 “진미위 때문에 몇 년 동안 마음고생을 하고 흑서를 준비한다고 도움을 줬던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에게 고맙다며 했던 것”이라며 “(‘정치권 굴종’은) 완전히 과장 해석”이라고 말했다.

흑서 관련해선 “다음 사장이 누가 되든 이 책을 볼 거라 생각한다. 5년 전 진미위 같은 걸 만들어서 사규 위반하고 근로기준법 위반하는 식으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또 5년 전처럼 하면 보복의 악순환 밖에 안 된다는 의미에서 누가 쓰든지 잘 써달라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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