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취재하다 보면 일부 언론인들이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다. 기업에 광고를 받아내기 위해 비판 보도를 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주기적으로 논란이 된다. 특정 기업 CEO 이름을 제목에 박아놓고 항의 전화가 오면 광고를 요구하는 언론도 있다. 지자체 광고를 받아내기 위해 지자체 비판 보도를 쏟아내는 언론도 적지 않다. ‘갑’으로 군림하며 기업 홍보 관계자들을 괴롭히는 언론인들도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만든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20일 ‘사이비언론 신고센터 3.0’을 열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다. 악의적 기사로 광고를 강요하는 매체, 지위를 악용해 기업에 협찬과 물품을 요구하는 언론인을 제보 받아 적극 대응해 사이비 언론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한다.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광고주협회가 지목한 행태가 심각한 문제인 건 사실이다. 미디어오늘은 이같은 언론 문제를 취재하기에 ‘공감’이 갔다. 그러나 불편함도 남는다. 이 문제의 뿌리를 뽑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간과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이비 언론 문제는 언론 잘못이 크지만 ‘언론만’ 잘못이라고 보진 않는다. 광고와 기사를 맞바꾸는 일은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거래’다. 비판 보도를 빌미로 기업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는 부정적인 기사 삭제를 위해 기업이 대응해온 관행을 ‘악용’한 것이다. 이 관행을 만든 건 광고주다.

2019년 SPC그룹은 경향신문에 5억 원의 협찬금을 제안하며 기사를 삭제하게 해 경향신문 구성원들이 반발했다. 지난해 SPC계열 공장 사망사고 당시엔 관련 기사를 보도한 SBS와 경인일보에 기사 제목에 ‘SPC’를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SPC는 광고주협회 회원사다.

2018년엔 하나금융지주가 비판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와 접촉해 억대의 광고협찬비와 자회사 임직원 자리를 제안하며 회유한 사실이 미디어오늘 보도로 드러났다. 하나금융지주도 광고주협회 회원사다. 

역시 광고주협회 회원사인 삼성은 광고로 언론을 통제한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2014년 뉴데일리경제 대표이사는 삼성 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으로부터 ‘서운하다’는 말을 들은 뒤 삼성 비판을 다룬 영화 기사를 삭제하고 이를 보고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우호적 여론을 위해 언론에 보도를 쏟아내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비판 보도를 한 언론에 광고를 빼면서 ‘길들이기’를 하는 문제도 반복됐다. 

▲ 한국광고주협회 공지사항 갈무리
▲ 한국광고주협회 공지사항 갈무리

‘선택적 대응’을 해온 사실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광고주협회는 2015년 ‘유사 언론 실태 조사’를 발표해 반향을 일으켰다. 광고주협회는 500대 기업 홍보 담당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유사 언론 행위를 한 언론 1위는 메트로신문(33%)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메트로가 입수해 공개한 광고주협회 보고서 원문에는 조중동 등 주요 일간지와 종합편성채널 등도 유사 언론 행위를 한 언론에 포함됐다. 광고주협회는 대형 언론은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고, 대형 언론사들은 군소 인터넷 매체들을 공격했다. 일각에선 광고주협회와 대형 언론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군소 매체에 대응하기 위해 연합 전선을 편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기사와 광고 거래는 근절돼야 한다. 그러나 광고주협회가 전처럼 선택적 대응을 한다면 오히려 논란만 커질 수 있다. 광고 거래 관행에 대한 광고주의 개선 노력 없이 사이비 언론 고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