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K-트럼프’를 말하고, 누군가는 ‘반지성주의와 반자유주의 성향의 지도자’라고 말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적대적 언론에 대한 통제 등 권위주의 정권으로의 회귀가 우려되면서, 대통령과 언론의 건강한 관계가 필요하다는 논의에 절박함이 더해지고 있다. 한국언론정보학회 미디어공공성위원회는 24일 ‘언론과 권력’ 세미나의 두 번째 순서로 ‘대통령과 권력’ 주제의 논의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여느 때보다 무겁게 입을 뗐다. 검찰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관련 수사로 학자들이 수사를 받거나 구속된 가운데 세미나 참여자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인사말에서 “새 정부 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미디어 공공성이 약화, 퇴화되고 있다. 특히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했던 동료 교수들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 수사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 한 분은 구속이 됐다”면서 “(세미나) 발제나 토론 섭외가 힘들었다. 뭔가 기피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이날 공유된 윤 대통령의 대언론 소통방식 특징은 ‘전례가 없다’는 평가로 모인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처음 겪어보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의 소통 방식을 지적했다. 해당 칼럼에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윤석열 대통령은) 보수적인 국민에게 익숙한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조용한 내부적 조율 대신 파열음이 터지는 외부적 타격을 한다. 간접적 화법 대신 ‘누구는 적이다’ ‘안 되면 탈당’이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동원한다”며 “과거에 본 적이 없는 이런 사태에 국민은 어리둥절하다가 놀라게 되고, 불안해진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이 소위 ‘제3세계 독재자’들의 특징에 일부 부합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 등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분류한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경쟁자에 대한 부정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언론 및 정치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특히 언론과의 관계에 있어 현 정부는 “검찰과 감찰, 사찰을 통한 언론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화 이전의 권위주의 정권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 취임 후 정치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 및 정치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두 가지는 거의 명확하게 해당되고 그런 사례들이 현재 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고양하는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나아가려면 여당 내부의 견제 기능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야당과 언론, 시민의 감시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계 내부에서의 분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비속어 보도 이후 MBC의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대통령 해외순방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했고, MBC 기자가 타지 못한 전용기에서 대통령은 특정 매체(CBS, 채널A) 기자를 따로 불러 대화했다. 윤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부터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일부 매체의 출입을 거부한 사례 등은 대통령의 언론관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유현재 교수는 “영화 대사 중에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게 있다. 계속해서 언론에 대해 마음대로 해도 된다라는 걸 받아주면 ‘상스러운 말’까지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기자에게 ‘버르장머리’, ‘쓰레빠’(슬리퍼), ‘팔짱’을 이야기한다거나, 사변적인 걸 이야기해서 일장연설을 한다든가”라고 비판했다. MBC 보도를 문제 삼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해당 매체 출입기자가 반박성 질문을 하자, 이후 해당 기자의 질문 태도나 옷차림에 대한 여권 비판이 쏟아진 일을 빗댄 것이다.

유 교수는 “(윤 대통령은) 훨씬 더 잘하실 수 있다. 검찰만 해서, 주변에 이상한 사람만 있어서 모르는 건지 모르겠지만,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안 해서 안타까운 것”이라며 “전국민의 대통령이면 사랑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언론에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현직 기자들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한 취재 구조와 관행 문제를 털어놨다.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출근길 질문을 던진 뒤 대통령실 측과 언쟁을 벌였던 이기주 MBC 기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7월 윤 대통령의 나토(NATO) 순방 당시 전용기에 민간인이 탑승했다는 보도를 한 뒤, 9월 순방 때 이른바 ‘바이든 대 날리면’ 논란으로 이어진 비속어 발언을 발견한 당사자다.

이 기자는 “대통령실 분위기가 폐쇄적인 건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은 검찰식의 공포 분위기, 주눅든 분위기가 깔려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통령실 일부 직원들이 ‘바이든으로 들리는데, 수석이 날리면이라고 발표를 하니까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들리는 대로 말하지 못하는 주눅 든 조직문화이다. 그 다음에 50여명 직원들이 공직기강실 조사를 받고 집단 해고됐다. 기자들이랑 소통 아닌 소통을 했다고 해고되고 오해도 받았다. 무능하다는 표면적 이유로 해고했다고 하지만 상당히 공포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가 있다 보니 권력과 언론의 소통 창구가 점점 닫히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희한하게도 살짝 열린 창구가 있다. 특정 매체기자들과 핵심관계자 창구는 언제든 열려 있다. 유념해서 보면 특정 기자 몇 명이 대통령 동정 단독 보도를 돌아가면서 하는 걸 볼 수 있다”며 “고작 나온 게 대통령이 사석에서 격노를 했다든지, 대통령 부인의 선행 단독기사 등 대통령 의중을 담아주는 기사들이 넘쳐나게 됐다. 기자가 대통령과 권력 취재를 들어가는 게 아니라 권력이 기자에게 기사를 발주하는 역방향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된 것이다. 검찰 기자가 검찰 의중을 담아서 그림 그리는 데 동원되듯, 현 언론환경이 동원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특히 “(기자들이) 다 같이 보고 들은 사실 토대로 바이든이라고 보도를 해놓고 ‘MBC가 왜 가짜뉴스 보도했냐’는 기사를 쓴다. 같이 슬리퍼를 신던 기자들이 ‘왜 MBC 기자는 슬리퍼 신는 무례를 범했느냐’고 기사를 쓴다”며 “기자들이 순치되고 눈 밖에 안나려 하고 사고 안 치려 하고 불편한 질문 안 하고 순응하는 경향이 강화되니까 권력과 대통령이 마음 놓고 언론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닌가. 모든 사안을 고발하고 수사하고 재판으로 처벌하려는 대통령에게 너무 ‘펫독’(pet-dog)을 자처하는 게 아닌가라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2월24일 서울 방송회관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최 '대통령과 언론'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아울러 “대통령을 비판하기만 하면 정파적 프레임을 씌워서 ‘민주당 같은 시각’이라 공격하는 기자 출신 악의적 정치인들. 그분들에 대해서도 언론이 다 같이 비판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영재 교수는 언론이 “극도의 위축된 언론자유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계적 균형, 중계 보도를 사실보도로 치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끝나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조작됐다, 잘못됐다’ 기자회견을 하는데 CNN에서 중단시켰다. 그 언사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보도는 증거 기반의 보도”라며 “(한국의) 대통령 보도는 ‘자투리 보도’들이다. 이렇기 때문에 저널리즘이 대통령실 ‘수작’에 놀아날 수 있다. 포털 체제에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임에도 심층적으로 분석된 보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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