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EBS 부사장에 임명됐다가 공정방송 훼손 이력 등을 이유로 6개월 만에 해임됐던 박치형 전 부사장이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EBS가 박 전 부사장에게 한 해임 처분은 무효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EBS가 제기한 상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이 헌법에 반하거나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경우가 아니고, 기존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지 않으면 사건 자체를 심리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이다.

박 전 부사장은 2019년 4월 EBS 부사장에 임명됐다. 그 직후 ‘2013년 반민특위 다큐멘터리 제작 중단 사태 책임자’로 꼽히며 EBS 안팎의 반발에 직면했다.

▲ 박치형 전 EBS 부사장.
▲ 박치형 전 EBS 부사장.

EBS PD들은 박 전 부사장이 2013년 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를 제작하던 담당 연출자 김진혁 전 EBS PD를 부당하게 수학교육팀으로 인사 이동시키는 등 제작 중단 사태를 주도했다고 봤다.

반면, 박 전 부사장은 자신은 그 시기 EBS 평생교육본부장을 지냈을 뿐 사태 주범으로 모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EBS는 2019년 10월31일 △부사장으로서 직무수행 곤란 △규율질서 문란 △공정방송 훼손 △내부 정보 외부 유출 등 사유로 박 전 부사장에게 해임을 통보했다.

박 전 부사장은 해임 통보 1년 후인 지난 2020년 10월 EBS를 상대로 해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의정부지법), 2심(서울고법), 3심(대법) 모두 박 전 부사장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다수 관계인 진술을 반영하고 있고,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사건 감사 결과를 중심으로 제작 중단 사건 의혹에 관한 원고(박치형)의 책임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당시 박 전 부사장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한 EBS 감사는 다큐 불방을 위해 제작 PD에 대한 보복성 인사가 단행됐는지, EBS 독립성 및 공정성을 훼손시켰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제작 중단 사건에 원고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다고 볼 경우 정권을 의식해 프로그램 제작에 관여하는 것이 부적절한 행위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도 위 행위(다큐 불방 사태)는 원고가 2013년경 EBS 평생교육본부의 제작본부장으로서 근무할 당시 있었던 사실에 불과하다”며 “부사장으로서 임명된 후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 있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는 볼 수는 없다. 원고가 부사장으로 임명된 이상 위와 같은 사유를 위임 계약의 해지 사유로 보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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