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고소를 당했다가 혐의를 벗은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현 뉴스버스 대표)이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뉴스타파를 상대로 기사 삭제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전 부장은 판결에 불복해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강민구)는 지난달 27일 이 전 부장이 뉴스타파와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이 전 부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이 전 부장에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8년 3월 당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에게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부장이 2015년 같은 회사 여직원 A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 등이었다. 이 전 부장은 A씨와 성관계를 포함한 성적 접촉은 있었으나 성폭행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부장은 의혹 보도에 앞서 사표를 제출했으나 TV조선은 사표 수리 대신 최고수위 징계인 파면을 결정했다. 

▲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현 뉴스버스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 이진동 전 TV조선 사회부장(현 뉴스버스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법원 “뉴스타파 보도,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

A씨는 2019년 2월 이 전 부장을 피감독자간음죄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3월 “A씨의 피해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돼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불기소 처분(증거불충분 무혐의)을 내렸다. 검사 불기소 처분에 대한 A씨의 항고와 재정신청도 모두 기각됐다. 

이 전 부장은 2021년 3월 의혹을 제기했던 뉴스타파와 심인보 기자를 상대로 기사 삭제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 모두 뉴스타파의 손을 들었다. 

이 전 부장 측은 △뉴스타파 기사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 △해당 보도는 공인이 아닌 원고(이진동)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관한 것이라는 점 △심 기자는 원고 주장을 묵살한 채 A씨 관점에서 기사를 작성한 점 등을 이유로 자기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도가 원고를 성범죄자로 낙인찍은 점 △원고 주장은 묵살되거나 기사에서 비중이 적은 점 △해당 기사로 현재까지 원고에 대한 모욕적 댓글이 게시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며 기사 삭제를 청구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 및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피고들이 보도한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그 보도로 인해 원고의 인격권이 중대하고 현저하게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뉴스타파 보도에 “언론계에서 일어난 유명 인사의 성범죄 등 의혹을 대중에게 알려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라며 “심인보 기자가 사적 동기로 이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보도 당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 존재했고 심 기자가 이 전 부장 반론을 청취하고 보도에 반영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부장은 지난 3일 재판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 뉴스타파는 지난 2018년 3월 당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에게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속 심인보 기자가 제기한 의혹 보도였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뉴스타파는 지난 2018년 3월 당시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에게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 속 심인보 기자가 제기한 의혹 보도였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혐의 단정 월간조선 기자에는 “500만원 지급하라”

이 전 부장은 뉴스타파를 상대로 한 재판에서는 항소심까지 패소했으나, 문갑식 전 월간조선 편집장을 상대로는 일부 승소한 바 있다. 

2018년 3월 뉴스타파 보도에 앞서 월간조선도 문갑식 편집장 이름으로 이 전 부장 성폭행 의혹 기사를 출고했으나 곧바로 삭제했다. 월간조선 보도는 이 전 부장 성폭행 혐의가 확인돼 사표를 제출했고 사표 수리도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강화석 판사는 지난해 1월12일 이 전 부장이 문갑식 전 편집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문 전 편집장이 이 전 부장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월간조선 보도 가운데 ‘성폭행한 혐의가 확인됐다’, ‘원고(이진동)가 성폭행 사실을 인정했다’는 대목은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다. 의혹을 근거 없이 사실로 단정한 게 문제였다. 

재판부는 “피고(문갑식)는 이 사건 보도를 위해 별도로 취재한 바는 없고 단지 TV조선 고위관계자(TV조선 보도본부 부본부장)로부터 들은 사실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며 “이 관계자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피고에게 전달했을 뿐인데도, 피고는 별도의 사실 확인을 거치지도 않은 채 마치 그것이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 전 편집장이 이 전 부장과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사이임에도 이 전 부장에게 직접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는 보도 후 원고 항의를 받고 약 30분 만에 이를 삭제했으며 이 기사가 아니더라도 원고의 성폭행 의혹을 다룬 관련 기사가 보도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종합해 피고가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500만 원으로 정한다”고 했다. 1심 판결에 양측 모두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문 전 편집장은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그의 상고를 기각해 재판을 확정했다. 

이 전 부장은 1992년 한국일보 기자로 시작해 조선일보, TV조선을 거친 유명 언론인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안기부·국정원 민간인 불법 도청 등을 특종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최순실 게이트’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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