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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신문법 개정안 발의 관련 기자회견 모습. 가운데가 홍익표 의원. ⓒ언론노조

건설·금융·토호 자본으로부터 편집권 침해를 막기 위해 등장한 신문법 개정안을 두고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 동아일보 발행인)가 법안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신문사업자로 등록하거나 신문사업자 지위를 승계할 때 편집의 독립성 보장 및 독자의 권리 보호 방안 등을 담은 편집·제작 운영 계획서를 시·도지사에게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서울신문에선 호반건설이 인수한 이후 대주주 비판 관련 보도가 50여 건이나 무더기로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고, 인천일보에선 현 시장의 측근이 사장으로 임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며 “지역 개발사업의 이권 개입을 위해 사주의 지위를 오남용하거나 지면을 동원하는 일이 빈번하다. 이번 신문법 개정안은 편집권 침해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문협회는 지난 20일 입장을 내고 “편집‧제작 운영 계획서를 행정기관에 사전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개정안은 사전검열에 해당하며, 행정권이 신문 편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신문 편집·제작 운영 방향을 국가가 법률로 미리 정하도록 하는 것은 신문의 내적 자유 및 신문 발행인 등의 편집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며 “경영자 철학에 따라 편집원칙은 가변적일 수 있어 획일적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정안은 신문 기업의 소유 형태에 따라 편집의 독립성이 저해되거나 독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예단에 기초한 것”이라며 “해외 선진 국가에서 정부가 법률로 편집·제작 운영 계획서 제출을 강제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게 협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편집‧제작 운영 계획서에 행정기관이 개입하는 것이 아니어서 사전검열 주장은 과하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예단에 기초한 개정안이라는 주장의 경우도 예단이 아닌 실제 편집권 침해 사례에 기초한 개정안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무엇보다 신문 사주에 의한 언론 자유 침해를 막고자 등장한 법안이 “언론 자유 침해”라는 주장은, 사실상 신문협회가 대변하는 ‘신문 사주들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언론노조는 “건설과 금융을 비롯한 자본이 직접 신문사 경영에 뛰어들어 유무형의 이익을 편취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대주주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편집권 독립과 사주의 이익이 상충할 때 비로소 본색이 드러난다. 그래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며 “새롭게 신문사 경영권을 쥔 자본들은 편집·제작 운영 계획서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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