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방침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부결된다 해도 이대로는 총선 못치른다’ ‘이 대표 정치에 감동이 없다’며 이 대표 체제 자체에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분위기가 부결 쪽이냐는 질의에 “그거 아직은 그렇게 꼭 단정하기에는 좀 이르지 않은가 보여진다”며 “꽤 많은 의원들이 고민 중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변호사대납, 대장동 그분 뇌물약속(428억)이 빠진 것 등을 들어 “검찰과 권력이 해도 너무하고, 너무 무도하다고 하는 데는 동의를 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표가 대표로 나온 것부터 잘못됐다고도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지금 무도하게 당하고는 있고, 해명하고 또 저기 의총에서도 상당히 자기가 억울하다고 했다면 그동안 불체포 특권 내려놓겠다고 여러 번 공약도 했으면, 실질심사 받지”라며 굳이 그렇게 체포동의안 가결 안되게 목맬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특히 “이재명 대표가 정치를 앞으로 하려면 감동적인 모습이 있어야 되는데, 그 대선에서 지고 인천에 그 보궐선거 나가고 한 모양들이 어쩐지 좀 꾀죄죄해보이잖느냐”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울림을 주는 정치를 했으면 하는 이제 바람들이 꽤 있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보궐선거 나간다고 그러면 (사실상 자신의 지역구인) 분당에 가서 떨어졌다고 해보라. 그게 훨씬 더 감동을 주는 행동이지 않았겠냐고 본다”며 “계양 가서 배지 달고, 압도적 지지로 대표 (됐다지만) 대선 이후에 무슨 주식을 사질 않나, 쭉 보여주는 모습이 저래가지고 내년 총선 제대로 치르겠나 뭐 이런 걱정들을 하더라”고 우려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영상 갈무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가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김현정의 뉴스쇼 영상 갈무리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부결일 거라고 보느냐는 질의에 유 전 총장은 “글쎄 그러겠죠”라고 답했다.

초선의 변호사 출신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체포동의안을 두고 “당내에서는 당연히 이견이 있죠”며 “그게 구속영장 내용보다 일단 체포동의안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신을 갖고 있는 분도 있고, 부결시키는 게 당에 도움 된다는 분 등 다양한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설훈 의원이 부결시키자고 한 언급을 두고 김 의원은 “설훈 의원이 손을 들고 나가실 때 무슨 발언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갑자기 ‘일치단결해서 부결시켜야 된다, 위험한 상황에서는 일단 당을 하나로 모으고, 힘을 모으고, 기회를 봐야 된다, 오늘 이재명 대표랑 점심을 같이 먹었는데 ‘이 대표가 그 이후에 잘 알아서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얘기하셔서’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미를 두고 김 의원은 “취지를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는 이제 회기가 끝나면 체포동의안 없이도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청해서 방탄 임시국회 다시 열지 말고 스스로 가서 받으라라는 해석이 일반론인 것 같고, 더 나가는 (해석을 하는) 분들은 ‘좀 있으면 기소가 되면 사퇴 해라’ 그렇게까지 해석하는 분이 있는데 상당히 모호하게 의도적으로 얘기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에 부결이 되더라도 앞으로 민주당이 총선까지 어떻게 가야 될지에 대해서는 ‘그림이 있어야 된다’, ‘지금 이 상태로는 총선 못 치른다’, 특히 ‘경남 쪽에서 이제 선거를 준비하시는 분들의 위기의식’이 좀 공유가 됐다”며 “당 대표도 꼭 사퇴는 아니더라도 뭔가 쇄신책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한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후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사진=박재홍의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김한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후 상황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사진=박재홍의 한판승부 영상 갈무리

한편,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을 두고 김 의원은 “청구서 봤는데, 영장 발부 여부는 항상 판단이 너무 어렵다”며 “(영장실질심사) 현장에서 검사가 어떤 증거를 내는지에 따라서 판사의 마음이 정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영장 청구서에 증거가 붙어 있지 않기 때문에 관련된 사람들이 어떻게 진술했는지, 이 대표의 측근 본인이 부인하고 있지만 구속됐다면 그분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뭔가 합리적인 증거들이 좀 있을 수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강하게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는데 항상 이제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이재명 대표의 책임이 있다’라고 누가 그럴 듯한 진술을 하면 상당히 위험한 얘기”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청구서만 봐서는 이재명 대표가 확실히 본인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정도”라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이 이같이 이재명 대표를 세차례나 소환조사하면서 증거를 내밀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죄가 없는데도 가능성을 높이려고 ‘증거를 숨겨놨다가 재판정에서 딱 공개해야지’ 이게 원래 수사의 핵심은 아니다”라며 “이번 검찰 수사를 보면 이재명 대표에 물증을 특별히 제시한 게 없다. 해명할 기회도 안 주고 있다. 나중에 정말 숨겨놓은 물증이 있다면 정말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특이한 수사가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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