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확인 없이 특정인을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적시한 뉴시스 보도에 “기사를 삭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양우창)는 지난달 13일 ㄱ씨가 뉴시스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및 기사삭제 청구소송에서 뉴시스가 ㄱ씨에게 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뉴시스에 기사 삭제도 명했다. 뉴시스는 지난달 31일 항소했다. 

뉴시스는 2017년 3월 서울의 한 사립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이 해임됐다며 데이트 폭력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뉴시스는 “비대위원장 ㄱ씨가 연인 관계였던 같은 대학 여학생 A씨에게 막말과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을 하고, 폭언 등도 가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는데, 재판부는 뉴시스가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 당사자 확인 없이 특정인을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적시한 보도에 “기사를 삭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PIXABAY
▲ 당사자 확인 없이 특정인을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적시한 보도에 “기사를 삭제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PIXABAY

뉴시스는 A씨 페이스북 게시물, 총학생회 비대위 대자보, 비대위 및 총학생회 관계자 취재 등을 근거로 제시했으나 재판부는 자료 신빙성이 탄핵 되어 허위사실임이 증명됐다고 봤다.

이듬해 A씨가 “데이트 강간이라고 한 것은 당시 ㄱ씨에게 악의를 갖고 있던 저의 의도적 거짓”이라며 “성추문을 이용하면 ㄱ씨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를 넘은 피해망상과 악의로 ㄱ씨 명예를 훼손하고 마음의 상처를 드린 걸 사과하고 싶다”고 밝힌 것도 뉴시스 보도 신빙성을 흔들었다.

재판부는 “뉴시스는 광범위하고 신속한 전파력을 가지는 인터넷 신문을 발행·운영하는 언론사로서 데이트 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특히 비대위원장이 원고로 특정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기사가 주는 전체적 인상으로 인해 독자가 실제 사실을 오해하지 않도록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 등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기자가 사건 당사자들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뉴시스 기자는 당사자인 A씨 진술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A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도하기 전 원고(ㄱ씨) 측에 사실을 확인하거나 반론을 반영하기 위한 연락을 취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뉴시스 기자는 2021년 12월 ㄱ씨에게 “ㄱ씨와 직접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기사가 작성된 것에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전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기사는 신속성을 요하는 속보 기사가 아니라 대학교 총학생회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 성 관련 이탈 행위 등을 고발하기 위해 작성된 기획 기사이므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시간이 충분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런 확인이나 조사 활동을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뉴시스 보도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데이트 폭력 사실이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ㄱ씨를 대리한 Seoul Law Group의 황세훈 변호사는 “의뢰인은 지난 수년간 잘못된 기사로 인해 고통 받아 왔다”며 “지금이라도 기사 내용이 거짓으로 밝혀져 삭제되고 그 고통 일부라도 배상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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