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한테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뇌물 사건을 법원이 무죄판결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게 나라냐” “앞으로 김만배처럼 해도 된다는거냐”며 성토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선일보도 “사회정의에 반하는 판결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공식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판결보고 할말을 잃었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추상 같아야 할 사법정의가 검찰 수사나 판결이나 어째 이 모양인가? 검찰이 수사나 공소유지를 열심히 안한 건가? 야당 수사하듯 똑같이 공정하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 의원은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근무한지 얼마되지도 않는 직원한테 퇴직금을 50억이나 주는가”라고 되물으면서, ‘의심은 들지만 아들이 독립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장래의 상속인 아들한테 미리 준 건데 뭐가 연결이 안되며, 따지고보면 상속세까지 면탈한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특히 최순실도 아닌 그 딸인 정유라에게 준 말을 박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본 ‘경제공동체’ 개념을 들어 이 전 의원은 “그들은 피도 안 섞였는데 경제공동체로 엮으면서 왜 곽상도 부자 간은 경제공동체가 안되나”라며 “검사들은 그런 주장을 법정에서 한 건가, 안 한건가”라고 비판했다.

이 전 의원은 김만배씨와 곽상도 전 의원이 돈 문제로 언쟁한 점을 들어 “이 사실도 입증되었는데 그냥 눈뜨고 넘어가나”라며 “그 회사 들어간 것도 아버지가 소개해서였는데 아들이 퇴직금 50억이나 받아도 몰라? 장난치나?”라고 성토했다. 하나은행컨소시엄 관계에 대해서도 이 전 의원은 “이 관계도 슬며시 넘어갔다”며 “검찰이 아예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법이란, 상식에 근거해야 하는데 이 판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적이지 않다”며 “정유라건하고 비교해도 조민건하고 비교해도 현저히 형평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를 제대로 안 했고 공소유지 검사든 판사든 책임을 방기한 걸로 보인다”라며 “심각하다. 말 3마리나 장학금이나 학력위조도 문제지만 50억하고 비교하겠나? 세상 참 우습다”라고 썼다.

이 전 의원은 “이번 판결로 국민들은 대장동사건의 수사나 공소유지가 심각하게 형평을 잃었다고 느낄 것이고 특검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며 “누굴 꼭 처벌하자던가 어느 편을 들자는 게 아니다. 어마어마한 폭리를 얻는 부동산개발사업의 이면에 벌어지는 지자체의 인허가비리, 판검사 등 법조기득권의 뒤봐주기와 정관예우와 검언유착, 권력이 동원된 금융특혜 등 거대한 비리구조의 실상을 밝히고 뿌리뽑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변호사-오른쪽)가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곽상도 전 의원 50억원 뇌물수수 사건 무죄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변호사-오른쪽)가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곽상도 전 의원 50억원 뇌물수수 사건 무죄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최강시사 영상 갈무리

이밖에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규 변호사도 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법이라는 것이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고 납득이 돼야 한다”며 “김만배씨까지 뇌물을 준 사람까지 무죄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뇌물이 아니라면 앞으로 김만배씨처럼 해도 된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여야 진영 가릴 게 아니라 법과 원칙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국민의 눈높이로 회복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결정 자체가 고무줄 같은 판결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뇌물죄에서) 왜 ‘제3자뇌물죄’로 혐의를 바꾸지 않았느냐”며 “‘경제공동체’로 보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벌한 박근혜-최순실 관계 보다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가 경제공동체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누구에 대해서는 이렇게 법을 적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하는 것 문제”라며 “제3자뇌물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도 그 논리를 쓰고 있는건데 구체적으로 검토를 안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곽 전 의원 아들이 50억을 받아서 세금 절반 정도 내고 25억 정도가져간 것 같는데, 앞으로 이것이 정당화되는 것 아니냐. 로또를 두 번 맞은 것”이라며 “국민들은 평생 로또 맞을 기회가 희박한데, 아버지 잘만나서 두 번씩이나 로또 맞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 <法理 따랐다지만 “50억 뇌물 아니다” 판결, 누가 납득하겠나>에서 “이 판결에 대해선 법원이 너무 소극적으로 법리를 적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부의) 이런 논리라면 이해 관계자가 권력자 자녀를 취업시켜 금품을 제공해도 구체적인 청탁이나 알선 행위가 없으면 법으로 단죄할 길이 없다”고 썼다. 이 신문은 “검찰은 항소심에서 혐의 입증을 위해 증거를 보강해야 한다”며 “법원도 법리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적용해 사회 정의에 반하는 판결을 내린 게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그동안 대장동 인허가 과정의 비리 의혹 뿐 아니라 50억클럽을 포함한 정‧관‧언론계 로비에 대해서도 단죄하라고 촉구해온 국민의힘은 침묵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9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가 끝난 이후 브리핑에서 ‘곽상도 의원의 50억원 뇌물 수수 사건에 법원이 무죄판결을 했는데, 그동안 대장동 로비사건도 단죄하라고 했던 입장에서 이번 판결을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서 브리핑하는 내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는다”며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오늘 입장을 내긴 낼 것이냐’는 질의에 “그 부분은 제가 논의를 좀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판단을 바로 하기 어려우냐, 개인적으로라도’라고 묻자 “개인적인 의견은 있으나 당의 의견을 모아야죠. 저는 대변인이지 않느냐”며 “(개인적 의견은) 제가 알려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9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종료후 브리핑에서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르 묻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며 답을 피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9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 앞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종료후 브리핑에서 곽상도 전 의원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르 묻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며 답을 피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민주당은 분노의 목소리를 곳곳에서 쏟아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국민들이 법원 검찰, 서초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별로 그렇게 곱지는 않다. 자기들끼리는 감싸주고 한다 커넥션이 있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걸 강화시켜주는 거 아닌가”라며 “많이 낯이 좀 뜨겁다. 어제 판결 나온 것 보고 좀 처음에는 멍했고, 낯이 좀 붉어졌다”고 털어놨다.

조 의원은 “수사가 제대로 됐으면 이런 결과가 나왔겠느냐”며 “(50억클럽에 대해서는) 검찰의 선택적 무능, 의도적인 선택적 무능”이라고 판단했다. 조 의원은 ‘정영학 녹취록’의 증명력이 고스란히 다 부정 됐다는 점을 들어 “녹취록에 정말 ‘빼박’ 증거가 있는데, 이 ‘빼박’ 증거를 (김만배가) 허언이었다라고 한들 뭐라고 한들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보강 증거를 더 수집을 했어야 한다”며 “곽상도 전 의원뿐만 박영수나 나머지 분들(50억클럽)도 다 수사해서 돈이 (어떻게) 갔고, (하는 과정과) 맥락이 같다는 게 수사가 됐더라면 (김씨의) 허언이었다라는 그 주장이, 그건 말도 안 된다라고 법정에서 배척이 됐겠죠”라고 해석했다.

▲조응천(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수수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의 의도된 선택적 무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영상 갈무리
▲조응천(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원 뇌물 수수사건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의 의도된 선택적 무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영상 갈무리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 왜 이래? 왜 이렇게 선택적 적용을 해. 조민, 조국 장관의 딸은 600만 원 가지고 유죄 판결 내면서 50억 먹은 곽상도 아들은 무죄? 역시 돼도 무죄구나, 큰 도둑놈은 사는 거야’ 그러니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진짜 그 검사에 그 판사”라며 “이러면 안 되지. 사법부마저도 이러면 국민이 어디를 보느냐”고 반문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독립생계를 근거로 해서 무죄 유죄를 다툰다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리나라 법원이 눈치 보고 찌질한 판단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며 “법원이 내린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뇌물 주는 방법은 다 열렸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본인한테 안 주고 독립생계를 이루고 있는 사람을 찾아서 주면 아무 탈 안 난다”며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렇게 갑니까? 이게 나라냐”고 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9일 오전 백브리핑에서 “법조계의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보며 국민들께서 얼마나 충격을 받고 상심이 크실지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마음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앞서 8일 브리핑에서 “검찰은 이른바 ‘50억 클럽’의 박영수 전 특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하나은행에 힘을 써준 혐의에 대해서도 수박 겉핧기였다. 애초부터 봐주기로 작정한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법조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법조계 엘리트라면 50억 원쯤 받아도 뒤탈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불멸의 신성가족’”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분노와 울분으로 국민들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다”며 “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심판의 날’이 머지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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