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콘텐츠 제휴를 맺은 지역언론 3사(부산일보·매일신문·강원일보)의 지역 뉴스 비중이 작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준규 헤럴드경제 기자는 한국과학기술원 석사학위논문 ‘지역신문 포털뉴스 지역성’을 통해 포털 네이버와 제휴를 맺은 지역언론 3사의 뉴스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지역 기사’와 ‘정치 기사’가 많았다.

[관련기사: ‘포털 효과’ 누린 지역언론, 조회수 유혹에 빠지기도]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네이버는 2019년 PC에서만 콘텐츠제휴를 맺고 모바일에선 콘텐츠 제휴를 맺지 않은 지역언론 3사를 콘텐츠제휴 매체로 입점시켰다. 당초 네이버는 이들 언론이 별도 제휴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포털이 지역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PC에선 콘텐츠제휴사인 3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입점을 결정했다. 

비지역 기사 전체의 76.9% 달해

박준규 기자는 3사 언론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26일에서 8월8일까지 2주 간 하루에 두차례씩 468개 기사를 수집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지역성을 찾을 수 없는 ‘비지역 기사’가 전체의 76.9%에 달했다. 이들 기사는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는 내용, 지역과 무관한 보편적 내용을 담았다. 해당 지역 소식을 전한 기사는 76건(16.2%)에 그쳤다. 중앙·전국적 사안을 다루면서 해당 지역과의 직간접적인 연결이 된 내용을 포함한 기사는 20건(4.3%), 지역 내용을 다루면서 중앙·전국·타지역과의 연결성을 드러낸 기사는 12건(2.6%)으로 나타났다.

매체별로 보면 매일신문의 비지역 기사 비중(82.2%)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일보(75.0%), 부산일보(73.2%)순이다. 지역 기사 비중은 강원일보(19.6%)가 가장 높고 매일신문(11.7%)이 가장 낮았다.

지역성을 내포한 기사는 대체로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가 많았던 반면 비지역 기사는 소셜미디어나 타사 기사를 출처로 둔 기사가 많았다. 지역 기사는 해당 지역 내에서 발생한 사건 사고 기사에 집중됐고, 비지역 기사는 중앙정치와 관련된 내용이 많기도 했다.

▲ ‘지역신문 포털뉴스 지역성’ 논문 갈무리
▲ ‘지역신문 포털뉴스 지역성’ 논문 갈무리

기사 주제를 분석한 결과 정치 기사가 206건(44.0%)으로 가장 많았다. 사회 기사가 194건(41.5%)으로 뒤를 이었다. 

‘정치과잉’ ‘받아쓰기’ 서울언론과 판박이

지역언론이 네이버 입점 이후 이 같은 패턴을 보이는 데는 ‘포털에서 주목받는 뉴스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네이버는 포털 내 기사에 붙은 광고 등을 기반으로 수익을 배분하는데 정치 공방성 기사와 소셜미디어 받아쓰기, 주목 받은 통신사 뉴스 받아쓰기와 같은 기사가 속칭 ‘잘 팔리는 온라인용 기사’로 통용된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도 유사하다. A지역언론 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잘 쓰는 지역 기사를 쓰면 많이 보지도 않고 돈도 안 된다. 소위 말하는 히팅(조회)이 많이 나오는 기사들은 전국구 기사”라며 “그래도 양질의 지역 기사를 쓰겠다고 방향성을 정했는데 현장에선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지역 기사를 충실하게 쓰는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남들과 같은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네이버가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연구에서 실시한 지역언론 담당자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특성이 확인된다. 연구에 참여한 한 기자는 “우리 지역과 연관되면 더 우선시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따끈따끈한 이슈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정치 쪽이 그렇다. 그래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기자는 “이슈팀이 주요 이슈, 속보를 먼저 처리하는데 그게 결국 연합뉴스 등 통신이 올린 기사를 재가공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특별입점 지역언론 “우린 기준 달라 경쟁 힘들어”

박준규 기자의 논문은 2019년 콘텐츠제휴사로 입점한 3사(부산일보, 강원일보, 매일신문)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후 2021년부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역성 구현 차원에서 콘텐츠 제휴 심사와 별도로 전국 9개 권역별로 1개 매체씩 콘텐츠 제휴 자격을 부여하는 특별심사를 통해 9개 지역언론을 추가 입점시켰는데 조건에 차이가 있다.

특별심사를 통해 콘텐츠 제휴 매체가 된 언론사들은 자체 기사 생산 비율(30%) 기사 가운데 80%가 해당 지역의 기사여야 한다. 지역 기사 생산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언제든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특별심사로 입점한 언론사 관계자들은 이 조건을 ‘차별’로 인식하고 있다. A언론사 관계자는 “같은 지역의 다른 언론사는 특별심사 이전에 입점이 돼 지역 기사 제한이 없어 경쟁하기 힘들다. 지역 기사 비율이 정해져 있고 이를 안 지키면 언제든 퇴출 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수치를 맞추는 데 압박감이 크다”고 했다. B지역언론 관계자도 “기준을 넘어서는지 체크하는 것도 업무 부담”이라며 “1년 정도 지났으니 모범적으로 기준을 지키는 언론에겐 기준을 완화해주거나 자율적으로 맡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 네이버 모바일 뉴스 화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네이버 모바일 뉴스 화면.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포털, 지역성 반영 뉴스 적극 노출할 수 있어야

논문은 결론으로 “네이버와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역매체들이 지역성을 반영한 기사를 적극적으로 노출할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전반적인 뉴스서비스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부산일보 ‘산복빨래방’ 등) 의미 있는 고품질 지역 콘텐츠는 정작 포털에서는 조명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지역신문들 스스로 지역성을 그들의 책무로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는 논문 작성 계기로 “서울에서 나고 자라 지역매체에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2021년 기획취재팀에서 일하면서 타사 기획기사들을 많이 찾아봤다”며 “부산일보, 경인일보, 경기일보에 좋은 기획기사가 많아서 참고가 많이 됐다. 대학원을 다니며 지역 기자들의 발표를 듣곤 했는데 (언론의) 서울 중심적 시각에 대한 지적을 들으며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는 “논문을 쓰며 5명의 지역신문 기자들을 만났다”며 “포털 입점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입점 후) 뉴스가 독자들에게 도달하지 않는 문제가 해소됐다는 인식이 있었고, 한편에선 끝물에서야 포털에 진입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건 아닌가라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는 “서울도 마찬가지지만 양질의 뉴스가 전달되지 않는 데 대한 고민은 지역 기자들이 더 많이 하고 있었다. 이런 여건임에도 좋은 기사를 쓰고 있다는 점을 수용자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 네이버와 카카오(다음)가 직접 실시해오던 언론사 제휴 심사를 공개형으로 전환하겠다며 공동 설립한 독립 심사기구. 심사 공정성 논란에 시달린 포털이 심사 권한을 외부에 넘기면서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론사 단체 중심으로 구성돼 초기부터 비판을 받았다. 출범 과정에서 시민단체, 변호사 단체 등을 포함해 외연을 확장하기도 했다.

△ 검색제휴, 뉴스스탠드제휴, 콘텐츠제휴(CP) : 포털 뉴스 제휴방식. 검색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뉴스스탠드제휴는 검색제휴와 성격은 같지만 포털 네이버 PC 첫화면의 스탠드 구독을 운영할 수 있는 매체를 말한다. 콘텐츠제휴는 포털이 언론사의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이면 콘텐츠제휴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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