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이 자사 양극재가 품질 인증 통과에 실패했다는 오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결과, 언론사와 기자가 3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서보민)는 지난해 11월23일 포스코케미칼이 IT전문 인터넷 매체 디지털데일리와 기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언론사·기자)은 구체적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이로 인해 원고(포스코케미칼)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돼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12월15일 확정됐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2021년 10월8일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삼성·SK 품질인증 통과 실패>라는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 SK온의 양극재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삼성SDI, SK온은 2차 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로, 포스코케미칼은 2차 전지 생산업체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납품한다.

▲ 포스코케미칼이 자사 양극재가 품질 인증 통과에 실패했다는 오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결과, 언론사와 기자가 3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pixabay
▲ 포스코케미칼이 자사 양극재가 품질 인증 통과에 실패했다는 오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결과, 언론사와 기자가 3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pixabay

디지털데일리 보도는 삭제됐지만 파장이 컸다. 당시 상황을 전한 매경이코노미 보도(2021년 10월8일)를 보면, 보도 직후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해 장중 고점 대비 10%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즉각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 ‘품질인증 테스트’라는 개념은 없다. 회사끼리 조건을 맞춰보고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거래할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이후에도 주가는 우하향했고, 11월에야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한 달 뒤인 11월 “보도 당시 삼성SDI에 양극재 납품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고 SK온에 대한 납품 혐의를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었으며, 이들 회사의 품질 테스트 통과에 실패한 사실이 없다”며 매체 및 기자를 상대로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디지털데일리 측은 소명 자료로 2차전지 업계 관계자와 기자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및 녹취록을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피고들이 어떤 경위로 보도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보를 받은 것인지, 그 제보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통화 내용은 업계 관계자 추측 내지 의견을 이야기한 것일 뿐 보도를 뒷받침할 소명 자료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기자는 보도 되기 전 포스코케미칼 홍보팀 직원에 삼성SDI, SK온 품질 테스트 통과 여부를 질의했으나 “영업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음에도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기사를 보도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도 위법성을 조각하지 않았다. 보도의 구체적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탓에 보도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허위 보도로 “원고 명예와 신용이 훼손돼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봄이 상당하다. 보도 내용은 원고의 양극재 생산 기술력에 대한 것으로서 거래 상대방과 일반 투자자들의 신뢰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면서 매체와 기자가 포스코케미칼에 지급해야 할 위자료 액수를 3000만 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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