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바뀌면 인천시장 측근이 인천일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는 사태가 연달아 세 번째 이어지자, 인천일보 구성원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구성원들은 그동안 사장 인사로 인해 비판 수위를 낮추는 등의 기사 내부 검열이 있었다며 기득 권력에 기댄 사장 인사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침묵하는 간부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 26일 인천일보 신임 대표이사에 박현수 전 인천시 대변인이 취임했다. 박 신임 대표이사는 경인일보 편집국장을 거쳐 2016년 14대 유정복 인천시장 밑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대변인 사임 후 2017년 송도국제화복합단지개발㈜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유 시장은 정권이 바뀐 후 2022년 재선에 성공해 현재 16대 인천시장을 맡고 있다. 

2017년 5월 인천일보의 지분 50%를 확보한 대주주 부영그룹은 2015년부터 추진 중인 ‘송도테마파크’ 조성 개발사업에서 정화비용 문제 등으로 인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이 유 시장 최측근을 인천일보의 사장으로 앉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하려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 26일 취임식 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인천일보 구성원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 26일 취임식 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인천일보 구성원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인천시장 측근을 인천일보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사례는 이번이 연달아 세 번째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인천일보 대표이사를 지낸 황보은 전 대표이사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유정복 시장 캠프 특보를 역임했다. 2018년 박남춘 15대 인천시장이 당선된 다음 해인 2019년에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공보단장을 맡았던 김영환 전 한겨레신문 기자가 인천일보 새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박 대표이사의 선임 절차를 두고도 ‘이미 기정사실화돼있던 졸속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김영환 전 대표이사는 잔여 임기가 2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영그룹의 호출로 인한 면담 후 돌연 퇴임했다. 약 일주일 후 부영그룹은 신임 대표이사에 박현수 전 대변인을 내정했다. 

16일 열린 주간확대간부회의에는 아직 내정자일 뿐인 박현수 전 대변인이 참석해 논란이 됐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는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2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부영그룹 건물 앞 집회 신고를 하며 부영그룹 규탄 집회를 예고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두 차례에 걸쳐 ‘26일에 신임 대표이사 취임식이 진행된다’는 공지 문자를 받았다. 26일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인천일보 사옥에서는 예정대로 26일 오전 9시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진행된 후 곧바로 10시 취임식이 열렸다. 구성원들에 따르면, 주주총회 전부터 이미 박현수 대표의 취임 축하 화환이 와있었다. 

▲ 26일 취임식 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인천일보 구성원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 26일 취임식 현장 앞에서 시위하는 인천일보 구성원들.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이에 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는 취임식 진행과 동시에 인천일보 본사에서 ‘사랑으로 부영, 폭망으로 인천일보’, ‘언론 정신 훼손하는 부영은 각성하라’, ‘낙하산에 침묵하면 인천일보는 묵사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최남춘 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장은 30일 미디어오늘에 “이 연결고리를 끊고 싶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이런 식의 꼬리표가 붙으면 누가 와도 인정할 수 있겠나”라며 “지방권력이 바뀔 때마다 사장과 정치권이 결탁돼 사기업처럼 아무런 이유없이 (사장을) 바꾸는 구조를 끊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 동수의 임원추천위원 구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일보 구성원들 “내부 기사 검열 실제로 이뤄져” “목소리 내는 간부는 한 명도 없다”

인천일보 내부 구성원들은 ‘지방권력이 바뀔 때마다 대표가 바뀌는’ 반복되는 대표 교체 논란에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지고 있다. 

인천일보 구성원 A씨는 30일 미디어오늘에 “연속적으로 매번 시장 측근, 그것도 캠프 출신이나 그 주변 인물이 인천일보 사장으로 지목된다는 건 언론사 존재 가치에 반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며 “권력은 때가 되면 바뀌기 마련이고 기득 권력에 기댄 이런 왔다갔다식 사장 인사는 인천일보 평판을 누더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취임식 현장 앞에 붙은 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대자보.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 취임식 현장 앞에 붙은 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대자보.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B씨도 “우리가 감시해야 할 기관의 최측근이 대표이사로 오면 해당 기관에 대한 기사를 썼을 때 독자들이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라며 “언론사를 이용해 기업이 사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 명확한데, 데스크에서 해당 기관에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부영 관련 민원을 해결해달라는 지시가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실제 기사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정치부 출입 경험이 있는 C씨는 “사장들은 기사에 압력 없이 편집권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그동안) 내부에서는 사장 인사로 인한 내부검열이 있었다”며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과정이 있는 등 분명 압력이 있다. 그런 것들이 사실상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장 인사로 계속 (압력이) 반복되고 심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 인천일보 사옥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 인천일보 사옥에 설치된 현수막. 사진=전국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제공.

내정자의 주간확대간부회의 참석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며 대표이사 선임에 침묵하고 있는 간부진에게도 질타가 이어졌다. 현재 인천일보는 현 상황에 대해 저연차 구성원들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취임식 날 진행된 피켓시위도 대부분 10년차 이하 저연차 기자들이 참여했다. 

B씨는 “데스크 등 간부들이 강하게 반대했으면 아무리 부영이 대주주일지라도 이렇게 쉽게 대표이사가 측근으로 오는 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간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자신들의 직책 유지”라며 “목소리를 내는 간부들이 한 명도 없고, 오로지 노조나 연차 낮은 기자들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무리 소리쳐봤자 들어주는 사람도 없고 허공에 외치는 기분이다. 무력함을 느낀다”고 했다. 

C씨도 “아무리 데스크에 연차가 있고 압박받을 수단이 많다고 해도, 간부회의 참석 정도는 선배들이 막았어야 한다”며 “그동안은 언론사에 같이 소속돼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신감이 든다.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편, 31일 박현수 대표이사는 구성원들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다 정리가 됐기 때문에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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