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MBC사옥.
▲서울 상암동 MBC사옥.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권태선, 이하 방문진)가 10일 제1차 정기이사회를 개최하고 차기 MBC 대표이사 사장 선정 방식 및 일정을 확정했다. 방문진은 지난해 여러 차례의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이번 선임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다. 

차기 MBC사장은 오는 1월30일부터 2월2일까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한다. 방문진은 2월7일 제3차 정기이사회에서 응모자 대상 면접 평가를 실시한 뒤, 정책토론회에 참여하는 후보자 3인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결정된 3인은 2월18일 시민평가단이 참여하는 정책발표회에서 정책 설명회를 갖고, 평가단은 최종후보자 2인을 이사회에 추천하게 된다. 이후 2월21일 제4차 정기이사회에서 최종후보자 2인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이사회가 투표를 통해 신임 MBC 대표이사 내정자를 선임하게 된다. 

방문진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장 선임 과정에 공영방송의 실질적 주인인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시민평가단을 도입했고,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평가단의 숙의 평가 과정과 최종후보자에 대한 이사회의 면접 과정을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문진은 “시민평가단은 150명 내외로 구성할 예정이고,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기관 등에 구성과 관리를 위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시민평가단 도입이 우려된다는 소수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도인 이사는 “이사들이 대표성을 바탕으로 사장 내정자를 뽑고 책임지면 되는데 전문성이 높지도 않고, 국민 대표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민평가단 방식을 도입하는 건 쇼잉”이라고 했다. 지성우 이사는 “영국‧독일‧일본 공영방송도 시민평가단 이름으로 사장 선임권을 위임한 바가 없다. 시민평가단이 얼마나 공영방송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석환 이사는 “민주주의제도는 시민을 믿는 쪽으로 계속 발전해왔다. 영국에서 처음 여성에게 투표권을 줄 때도 강한 반대가 있었다”고 했으며 “각 나라는 각 나라의 형태에 따라 고유한 시스템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일은 각 주마다 방송위원회가 있다”며 해외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여론조사기관의 (시민평가단) 모집단 선정과 관련해서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절차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MBC 사장 선임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 참여를 본격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하며 “시민평가단을 흔들림 없이 투명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MBC를 향한 윤석열 정권의 압박과 횡포는 사장 선임 시간이 가까워 올수록 더욱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MBC 사장 선임에 어떻게든 개입해 MBC를 손보겠다는 불순하고 뻔뻔한 의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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