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해 혐의 내용을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아니라 이젠 권력 자체가 됐다며 검찰에 맞서 싸워 이기겠다고 투지를 밝히고, 자신의 검찰 수사를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비교하는 등 조작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후원을 강요받았다는 진술은 어떻게 보느냐는 등의 기자들의 구체적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현장에는 지지자와 반대자, 취재진과 지도부가 뒤엉켜 이 대표의 입장 발표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10시35분경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서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그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다”며 “오직 이재명 제거에만 혈안이 돼서 프로축구가 고사를 해도, 지방자치가 망가져도, 적극행정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그들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없는 탄압인 이유는 … 이미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성남FC 제3자뇌물제공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도착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표적수사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성남FC 제3자뇌물제공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 도착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표적수사라고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 대표는 구체적인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입장표명을 통해 반박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두산건설의 병원부지를 업무용 부지로 용도 변경해주고 기부채납 비율을 15%에서 10%로 줄여주는 대신 성남FC에 53억원의 후원금을 제공하게 한 ‘제3자 뇌물’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 제130조(제3자뇌물제공)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 구성요건의 핵심은 ‘부정한 청탁’과 ‘뇌물’로 볼 수 있는 ‘대가성’을 입증하느냐에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의 기업들을 유치해서 세수를 확보해서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서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이냐”며 “이렇게 검찰이 공권력을 마구 휘두르면 어느 지자체장이 기업유치를 하고, 적극 행정을 해서 시민의 삶을 개선하고 도시를 발전시키겠느냐”고 반박했다.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또한 이 대표는 “성남시의 소유이고, 성남시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며 “성남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서 성남시, 성남 시민에 이익이 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에 착복할 구조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런데도 검찰의 왜곡과 조작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며 “적법한 광고계약을 하고,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 대가 광고비를 굳이 무상의 후원금이라고 우긴다”고 반박했다. 그는 “성남시의 적법한 행정과 성남FC 임직원들의 정당한 광고계약을 관계도 없는 데 서로 엮어서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제3자뇌물을 통한 얻은 이익이 ‘정치적 이득’인 것으로 알려진 검찰 측 주장을 두고 이 대표는 “성남FC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지원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직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고 했다는 것이 과연 상상이 되느냐”며 “아무런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따졌다. 이 대표는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표적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해석했다.

입장 발표 후 기자의 질문들에는 한 가지만 답변하고 그 외엔 답변하지 않았다. ‘경찰이 무혐의 종결지은 것에 대해 검찰이 보완수사 지시를 내린 것을 조작사건이라고 했는데, 그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풀 기자의 질의에 이 대표는 “제가 말씀드린 내용 속에 다 들어있다”며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이다. 그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기소를 목표로 두고 수사를 맞춰가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이 대표는 “검찰에게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미 결론을 정해놨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그는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무혐의 입증에 자신하느냐’, ‘후원을 강요받았다는 진술도 있었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이 대표는 답변하지 않았고, 동행한 민주당 측 인사들이 “그만하시죠”라고 질문을 제지했다.

이재명, 자신의 사건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비유하기도

이 대표는 야당 탄압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감성적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 “불의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등으로 표현했다. 이 대표는 자신 스스로를 두고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아마도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그리고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불러들여 자신의 사건에 비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세력으로부터 내란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 썼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시계 등등의 모략으로 고통당했다.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리스크였느냐, 그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였고, 검찰 쿠데타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은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며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며 “당당하게 정치검찰에 맞서서 이기겠다”고 강조했다.

현장 ‘이재명 또 대선 출마?’ 분위기 방불

성남지청 앞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10시20분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근에 도착했는데, 포토라인 앞까지 100m를 걸어오는데 인파에 휩싸여 10여분이나 걸렸다.

지지자들은 “진짜 대통령은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하면서 “이재명 검찰소환 정치검찰 민낯” “이재명 사수”가 적힌 손팻말을 들기도 했다. 야당 대표가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했는데도 현장은 마치 대선 출마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반대로 “이재명 구속”을 외치는 반대파들의 비난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제3자뇌물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성남지청에 출석해 입장을 발표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성남FC 제3자뇌물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성남지청에 출석해 입장을 발표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날 다수의 지도부와 당 의원들이 동행하기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정청래 고민정 서영교 박찬대 장경태 최고위원과 김성환 정책위의장,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안호영 수석대변인, 박성준 김의겸 대변인, 김태년 조정식 김병욱 김원이 의원 등이 동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이 대표와 당 지도부 등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후안무치라는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뻔뻔함의 극치”라며 “오늘 이 대표 검찰 출석 현장은 ‘파렴치’와 ‘비상식’이 지배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반성해도 부끄러워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의 전 당력이 총동원했다”며 “민주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당직자, 개딸 등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이재명 방탄 ‘단일대오’의 ‘아수라장’이었다”고 표현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거대 야당의 위세와 지지자들의 위력을 이재명 방탄에 쏟아부으면서 검찰 수사를 압박했다”며 “단군 이래 최대 ‘범죄 비호 세력’의 준동이라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무도한 ‘범죄 방탄 정치’, ‘범죄 비호 정치’는 국민적 심판이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