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약한 정치적 리더십’ ‘부처 간 갈등’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문제라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한 전문가는 ‘공공성’과 ‘산업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를 조정하는 역할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진응 입법조사관이 실시한 ‘미디어플랫폼 진흥정책의 평가와 개선 과제에 대한 포커스그룹인터뷰(FGI) 연구’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연구는 방송 산업계 인사들과 전문가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다. 

사업자와 전문가 모두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산업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전문가 그룹은 ‘정치적 리더십’이 약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한 전문가는 “미디어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 차원의 의지와 관심이 중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소위 방송의 정상화라고 했고, 그 다음에 이걸 기반으로 점프하자고 해야 했는데, 사실상 방송정책에서 ICT 정책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는 “미디어 산업의 성장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닌 경제부처가 힘이 있어 그쪽에서 지원해야 하는데 미디어가 성장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지만, 실제 경제부처 쪽에서 관심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부처 간 갈등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관 사업자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갈등을 빚었으며, 다부처 사업으로 진행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의 추진에서도 부처간 견제가 이뤄져 획기적인 정책 성과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에 대한 기술 중립성 규제완화, 케이블 지역채널을 통한 수익산업화 추진 과정에서 방통위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반면 방통위가 지상파재송신 시설변경을 허가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대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정책 결과가 낮은 수준에서 이뤄졌다. 이후 디지털미디어생태계 발전방안도 논의 과정에서 여러 부처들이 들어오고 서로 견제하니 그냥 일반적인 정책만이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뿐 아니라 사업자들도 부처 간 ‘갈등’을 문제로 지목했다. OTT의 경우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간 이견과 갈등이 표출됐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OTT에 대한 세제지원, 자체등급분류 제도가 지연된 이유 중에 부처간 비효율적인 정책추진 과정이 가장 문제점이라고 사업자들이 느낀다”고 했다. 다른 OTT업계 관계자도 “OTT 지원과 관련하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었는데, 방통위에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을 얘기하면서 OTT 정책과 관련해 정부 부처간 조율이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컨트롤 타워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청와대 내에 미디어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을 정권 후반기에야 구축했다는 점에서, 부처간 이해관계 및 수직적으로 오래 운영된 미디어 제도간의 충돌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 전문가는 ‘공공성’과 ‘산업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공적역할을 강조하는 공공성 이념과 산업적 역할을 강조하는 산업성 이념을 두고 정치-행정-시민단체-전문가집단 간에 양극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개별 정책 단위에서의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담론구조를 바꿈으로써 공통점을 찾아가며 공공성과 시장성 두가지를 조화시키는 담론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미디어산업 정책 수립 시기가 늦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정권 후반기에나 디지털미디어 생태계발전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접근 방식이 좀 느슨했다. 방송정책은 정권이 힘이 있을 때 밀어붙여야 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 역시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추진된 디지털미디어 생태계발전방안은 산업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지만 남은 정권 시기 내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의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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