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한지 100일을 맞았으나 관례적으로 해온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그 배경이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측근들이 줄줄이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거나 구속수사 및 기소돼 기자간담회시 이 같은 검찰 수사 질문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면서 정기국회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를 정리한 뒤 신년에 기자간담회를 하는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 본청 당 대표 회의실 앞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이재명 당 대표의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는다는 보도들이 있는데, 실제 하지 않기로 계획을 세웠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그 문제는 검토가 좀 있었는데, 지금이 정기국회 현재 진행 중이고, 여러 가지 협상들이 되고 있어서 지금 시점에서 그런 말씀을 드리는 것 보다는 신년에 상황을 정리한 다음에 전체적으로 정리해가면서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있다”고 밝혔다.

100일 기자간담회는 안하기로 결정한 것이냐고 묻자 안 수석대변인은 “아마 예. 100일이면 오늘이잖느냐”며 “오늘 내일 사이에 따로 계기를 맞아서 하는 그런 간담회는 없을 것으로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100일 간담회를 하지 않는 이유는 대장동 수사 관련이라든지 그런 질문만 쏟아질까봐, 오히려 사법리스크만 커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언론 보도)에 어떤 견해냐는 질의에 안 수석대변인은 “전혀 그런 것과는 관련 없다”며 “그건 잘못된 해석이다. 그렇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당 대표 회의실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취임 100일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 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전 당 대표 회의실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취임 100일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야당 탄압 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용, 정진상 등 측근 두명이 각각 구속기소와 구속 수사 중이고, 다른 한 명은 불구속기소된 것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유감 표명이나 입장 설명의 계획은 없느냐는 질의에 안 수석대변인은 “현재 그런 부분에 대한 딱 다른 일정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는 5일자 8면 기사 ‘이재명 “내 모든 말이 재판 증거”…취임 100일 회견도 안한다’에서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하기로 했다”며 “검찰이 정진상(당대표 정무조정실장)‧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최측근을 구속한 데 이어,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대표가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건 7년 만이라는 점을 들어 중앙일보는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가 5‧18 기념일과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100일 기자회견을 생략하는 대신 그 전에 ‘취임 5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미개최 이유로 “이 대표가 취임 일성부터 민생을 외쳐왔지만, 이 대표를 향한 물음은 온통 검찰 수사에 맞춰져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 대표와 가까운 당 고위관계자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아무리 민생을 강조한다고 한들, 기자들은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지 않겠느냐”, “이 대표가 여기에 답하다간 100일 메시지는 묻히고 ‘사법 리스크’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취임 이후 국회 당 대표 회의실 등지에서 최고위원회 등 정식회의를 마친 뒤 바깥으로 나올 때 기다리면 수많은 기자들이 질문한 내용은 주로 이 대표 수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대장동, 백현동 등 허위사실 공표죄 기소, 성남FC 제3자 뇌물죄 수사, 대선직후 석연치 않은 3억 원 주식투자,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치자금법 위반 구속기소,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혐의 구속 등 100일 동안 거의 매주 본인이나 본인 측근이 관련된 수사이슈에 휩싸였다. 이 대표는 이 각각의 혐의에 대한 연루여부, 인지여부, 조치여부 등 하나하나 폭발력 있는 사안에 대해 기자들이 일일이 질의했으나 단 한 번도 제대로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대장동과 성남FC 등 일부 사건에 자세한 설명을 했으나 이마저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2022년 12월5일자 8면
▲중앙일보 2022년 12월5일자 8면

이에 따라 중앙일보는 “백브리핑‧기자회견 등 각본 없는 질의응답이 향후 법정 투쟁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가 괜히 검찰에 꼬투리만 잡힐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앙일보는 한 지도부 관계자가 “검찰은 끝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 “이 대표 본인도 백브리핑을 하지 않는 이유로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재판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고 썼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권의 불공정한 권력 행사, 부당한 권력남용이 우리 사회를 두려움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며 “질식하는 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파괴에만 몰두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됐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며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경제 파탄, 국민 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평화 위기를 자초했다”며 정부 여당을 향해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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