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KBS 기자가 조리사인 어머니의 직장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감독기관인 구청과 의회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KBS 감사가 진행 중이다. KBS 보도본부 소속 A 기자는 지난 1일 미디어오늘에 “사실과 다른 주장”이라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명확하게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를 출입하는 KBS 소속 A 기자의 어머니인 B씨는 송파구시설관리공단 산하 산모건강증진센터(이하 센터)에서 근무하는 산후조리원 주방 조리사다. 센터는 송파구청에서 위탁받아 송파구시설관리공단이 운영·관리하는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내년 정년을 앞둔 B씨는 올해 퇴사와 병가로 조리근무자 5명 가운데 3명만 일하게 되는 등 자신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0월 센터는 주중(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근무 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대신 2일 근무 후 1일 휴무)로 변경했는데, B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주 52시간제 보장과 인력 채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센터 측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조리원이 축소 운영되다가 최근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B씨 업무가 가중됐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수차례 채용 공고에도 지원자가 없었고 공단 특성상 채용에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또 5명 중 일 근무자 2명은 원래도 2일 근무 후 1일 휴무로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 일 근무시간 11시간은 2일 근무 후 1일 휴무로 인해 주 평균 52시간 내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최근 센터를 겨냥한 각종 민원과 투서를 B씨의 지나친 불만으로 보고 있다.

센터 측은 B씨의 근무 태도와 업무지시 불이행, 직원들 사이의 불화 야기 등도 문제 삼고 있는 반면 B씨는 일부 센터 책임자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센터 측과 B씨 동료 직원 등에 따르면, B씨는 자신의 직장 문제에 관해 아들이 취재하러 오려 했다는 등 아들이 KBS 기자라는 사실을 주변에 자주 강조했다고 한다.

B씨의 동료 조리원인 C씨는 지난 12일 KBS 시청자 상담실에 “최근 (A 기자의) 모친 B씨가 직장 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아들이 카메라 들고 취재하러 오려 했다는 말을 했다. 공무원이면 친인척 일에는 일정한 제한이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아들이 모친을 위해 카메라 출동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드린다”는 메일을 발송했다.

이와 더불어 KBS 기자가 센터의 감독기관인 송파구청과 송파구의회에 압력을 행사한다는 투서가 KBS 감사실에 접수되기도 했다. KBS 기자 압력으로 센터에 대한 감사 지시가 내려지는 등 KBS 기자가 사적 목적으로 기자 신분을 악용한다는 주장이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KBS A 기자는 송파구의회 박경래 의장과 송파구청 홍보담당관 측에 연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운영에 있어 직원들 사이 마찰이 있는 것 같다”며 “KBS 기자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이에 관한 상황이 어떤지 진행 과정 등을 물었다. 통화할 때는 KBS 기자가 조리사 아들인지 몰랐다. 조리사가 자기 어머니인지 밝히지 않고 마치 취재하는 것처럼 물었다. 모자(母子) 관계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의장이 행정 조치할 권한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내 권한 밖이다. 다만 나는 한쪽 말만 들을 수 없고 양쪽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중립적 입장이다. 그래서 (구청·센터 관계자 등) 집행부를 불러 이야기를 청취했다”며 “쌍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집행부(구청)가 감사해서 뭐가 문제점인지 확인하여 추후 보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박 의장은 어머니 문제와 연관된 KBS 기자의 통화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틀에 걸쳐 두 번 연락이 왔다”며 “어떤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느냐, 그런 걸 물어봤다. 나한테 뭔가 얻고 싶어서 전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직접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없지만 집행부에 감사하라고 지시할 권한은 있다. 그래서 구청 감사를 권고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장은 “압박 전화는 아니었다”고 했지만, KBS 기자 연락을 받은 송파구 홍보담당관 관계자 생각은 달랐다. 그에 따르면, KBS A 기자는 지난 9일 오후 구 홍보담당관 관계자에게 산후조리원 갑질 관련 내부 조사가 실시됐는지,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졌는지 등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이튿날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제소된 상황으로 기관 통보 시 조사 착수 예정’이라는 취지로 답을 전했다. 구의장은 구청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 말했는데 실제 감사가 시작된 것인지 KBS 기자가 전화로 물어와 구 홍보담당관 관계자가 당황했다는 것. KBS 기자 문의에 상황을 파악해 보니 기자와 조리사는 모자관계였고, 경로에서 벗어난 민원이라는 생각에 구 홍보담당관 관계자는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구청이 KBS 기자 대응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증언은 또 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KBS 기자가 구청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구 관계자로부터 들은 적 있다”며 “만약 어머니가 내부적으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면, 공단 감사실도 있고 내부 고충상담위원회도 있는데 다이렉트로 구의장을 통해 해결하려는 건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라고 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KBS

KBS 기자는 센터의 노동 문제를 정식 아이템으로 발제하고 취재에 나선 걸까. A 기자가 관련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 내용을 윗선에 보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A 기자의 선임인 KBS 문화복지부 팀장은 “현재 KBS 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KBS A 기자는 센터 측에 취재나 반론 요청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 관계자는 “KBS에서 취재 목적으로 연락한 적 없다”고 밝혔다.

KBS A 기자는 구의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그 연유에 대해서는 ‘감사’를 이유로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A 기자는 1일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으로 감사가 진행 중이라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해 바란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화 녹음 파일도 그대로 있다. 명확한 사실관계와 전후 관계를 확인하고 취재하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A 기자 어머니 B씨는 같은 날 통화에서 “(아들은) 기자로서 취재한 것뿐이다. KBS 기자니까 취재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아들에게 취재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B씨는 “요청한 게 아니라 내가 기자로서 이 문제를 취재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답했다. B씨는 “어머니인 나와 관련된 사안이 아닌, 산모센터 운영 실태를 취재해보라고 한 것”이라며 “송파시설관리공단은 (서울시 출입인) 아들이 취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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