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분신과 측근으로 통하던 두 명(김용, 정진상)이 모두 정치자금법,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19일 새벽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해 뇌물 등의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혐의의 확정여부까지는 재판에서 가려진다해도 증거인멸과 도주우려에 따른 강제수사 필요성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향후 검찰 수사의 방향이 결국 이재명 대표를 향할 것이 분명해진 만큼 민주당 전체가 ‘이재명 리스크’라는 수렁 속에 빠져들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다.

강영재 서울중앙지법 형사공보관(부장판사)이 19일 오전 SNS메신저를 통해 미디어오늘에 밝힌 피의자 정진상 실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결과’ 공지를 보면,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의 사유를 두고 “증거인멸 우려 및 도망 우려 있음”이라고 기재했다고 강 공보판사는 전했다.

정 실장은 지난 2013년 2월∼2020년 10월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으로부터 각종 사업 추진 등 편의 제공 대가로 6차례에 걸쳐 총 1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와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다. 이에 정 실장 측과 민주당은 모두 조작이라고 부인하면서 적극 맞서왔으나 법원의 강제수사 판단(증거인멸, 도주우려)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더 이상 범죄자를 옹호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9일 논평에서 “사필귀정”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말 한마디로 전체를 속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진상 실장의 구속으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다”며 “이제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진짜 몸통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은 거래를 통한 공생관계, 진실 앞에서는 방탄도, 정쟁도 소용없다”며 “더 이상 범죄를 옹호하는 비상식적인 행태는 없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백 마디, 천 마디 구호로는 죄를 덮을 수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들어 “지금 진실이 이재명 대표를 바로 앞에서 부르고 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법원이 조작 수사를 정당화한 것이 아니라면서 총력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에서 “유동규의 진술은 자신의 이해관계와 정치검찰의 입맛에 따라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 실장은, 수사에 성실하게 응해왔고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으로 신원이 확실하다”고 반론했다. 임 대변인은 “구속이 검찰의 무리한 조작수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며 “모든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며, 표적과 결론을 정해놓고 없는 죄를 있는 것으로 만드는 수사가 정의가 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이재명과 민주당 운명은 “타격 불가피, 이대로 총선 힘들것” “정치적 책임져야”

향후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은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도 적신호가 켜졌다. 김준우 변호사는 19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의 진술에 대해 대척적 관계가 된 정진상 실장이 증거인멸할 것도 아닌데,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 맞는지, 약간 의외였다”면서도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의 정치적 도덕적 권위와 정당성을 얻고, 수사의 원동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어쨌든 이재명 유무형의 타격이 있고, 민주당의 타격이 있게 되는 것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같은 방송에서 “(영장 발부 만으로) 유죄를 확정할 수 없고,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과연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공통 증언만으로 영장 발부했을지, 검찰이 말하지 않은 것 뭐가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분신과 측근 구속됨에 따라 이재명 대표에게는 상당히 위험도가 높아졌다. 현실화된 사법리스크가 정치활동에도 제약을 가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 실장 보다 먼저 구속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현근택 변호사(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는 이날 방송에 나와 검찰이 제시한 진술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을 못한다는 점을 들어 “김용 공소장도 몇월경, 경기도청 인근 등으로 특정이 안 된다”며 “경기도청 둘레만 1.5km이고, (정치자금을 준) 방법도 안나온다. 가방도 없고, (어떻게) 상세하지 넣었는지 안 나온다”고 반박했다. 현 변호사는 “기소해서 공판을 통해 밝히겠다는건데, 앞으로 얼마나 구체화하느냐의 싸움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 변호사는 그러면서 “야당 입장에서는 어느 것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적극 방어하는 입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순천당협위원장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가 야당 대표 아니었으면 (범죄혐의가 있었다면) 진작 소환됐을 것이고, 진작 구속됐을 것”이라며 “현재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함부로 소환 못 한다”고 추측했다. 천 변호사는 “향후 당 대표에 대한 플랜B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김준우(오른쪽) 변호사가 19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의 구속을 두고 향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타격을 줄 것이며, 총선을 이대로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김준우(오른쪽) 변호사가 19일 오전 MBC 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의 구속을 두고 향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타격을 줄 것이며, 총선을 이대로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김준우 변호사는 “0.7% 차이여도 대선에서 졌고 그 원인은 대장동 리스크를 국민에게 설득하지 못한 탓”이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이나 기소는 안되더라도 정진상 김용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1년 반 이후 총선까지 갈텐데, 그 리스크를 떠안은 상태로, 총선을 치르는 것은 너무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당장은 방어해주더라도 총선을 ‘이재명호’로만 끌고가기엔 뭔가 한계 있으니 혁신위든, 공천의 전권을 주는 ‘공천관리위원장’ 체제이든 뭔가 다른 형태나 경로의 구원투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현근택 변호사는 “야당을 갈라치기하는 전술로 쓸 것 같은데, 민주당은 그렇게 안 받아들일 것 같다”며 “결국 야당 정치인 손보기이고, ‘나라고 해서 그냥 놔두지 않는다’(라고 의원들이 여길 것이고,)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 대표를 향해 “정치적 책임을 지라”라며 “분신과 측근이 구속됐는데도, 아무 말 않고 회피하는 비겁한 모습은 야당 지도자 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장 소장은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은 당을 수렁으로 몰고가는 것”이라며 “진보 진영 자체가 매도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