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개인 SNS에 게시한 천주교대전교구 박주환 신부에게 ‘성무 집행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성무 집행정지는 가톨릭교회 성직자가 받는 징계다. 공적 미사와 고해성사 집전 등 사제 권한과 임무를 박탈하는 중징계다.

김종수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은 15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최근 천주교대전교구 박주환 신부의 개인 SNS를 통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사제로서 언급한 부적절한 언행에 관해 많은 분들이 받으셨을 상처와 충격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김 주교는 “박 신부 글은 분명하게도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남과 동시에 교회의 공적 입장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대전교구 소속 박주환 신부의 행동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신자분들에게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김종수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은 15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박주환 신부의 물의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천주교대전교구 홈페이지.
▲ 김종수 천주교대전교구 교구장은 15일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박주환 신부의 물의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천주교대전교구 홈페이지.

논란을 부른 게시물은 박 신부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이미지다. 게시물은 윤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박 신부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글귀도 적었다.

박 신부는 지난 11일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용산경찰서정보계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에 관해 “경찰 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라고 SNS에 적어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지난 5일 진보단체가 개최한 촛불집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밝혔다.

김종수 주교에 따르면, SNS 논란 후 박 신부와 김 주교는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신부는 무릎을 꿇고 교회와 국민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김 주교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박주환 신부의 모습을 보며 교구 사제들을 돌보고 교육해야 하는 교구장으로서 직무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개인 SNS에 게시한 천주교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이미지를 개인 SNS에 게시한 천주교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김 주교는 “박 신부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구장의 어떠한 결정도 따르겠다는 태도를 받아들여 우선, 공적 미사와 고해성사 집전 등의 성무 집행정지를 명령했고 이후 박 신부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며 보다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박 신부는 오랜시간 동안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주교는 사과문 말미에 거듭 “다시 한 번 교구민들과 모든 신자분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글로 논란을 부른 성공회 김규돈 신부 페이스북.
▲ 윤석열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란다는 글로 논란을 부른 성공회 김규돈 신부 페이스북.

이보다 앞서 대한성공회 대전교구는 14일 김규돈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한 바 있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인 김 신부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남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을 겨냥해 “어휴, 암담하기만 하다.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인터넷 강국에 사는 우리가 일시 정해서, 동시에 양심 모으면 하늘의 별자리도 움직이지 않을까”라고 저주했다. 김 신부는 본인 글이 논란을 낳자 “(페이스북에) ‘나만 보기’라는 좋은 장치를 발견하고, 요근래 일기장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끔은 일기처럼 쓴 글이 전체 글로 돼 있다”며 “저의 사용 미숙임을 알게 된다.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성공회 대전교구는 “사제의 직분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국민들과 교회 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분노와 상처, 분란을 야기시킨 사제는 마땅히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신부를 ‘성직자 품위 위반’으로 즉각 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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