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에드위 플레넬(사진)은 프랑스, 나아가 전 세계 언론계에서 가장 성공한 언론인 중 한 명이다. 1952년생으로 1980년부터 2005년까지 25년간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에서 일하며 편집국장을 역임했고, 2007년에는 인터넷 기반의 메디아파르트(Mediapart) 창간을 주도, 편집국장을 맡았다. ‘100% 독립언론’을 목표로 광고 없는 유료구독 전략으로 승부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그는 11일 ‘독립언론의 가치와 생존 노력’을 주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저널리즘 컨퍼런스 기조 강연에 나서며 작지만 강한 15년 차 언론사의 남다른 비결을 공개했다.

“르몽드에서 주로 탐사보도를 담당했다. 2005년은 디지털혁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던 시기였고, 재벌들이 언론사들을 인수‧합병하며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했다. 15년 전 창간했다. 100% 독립언론이 우리의 창간 원칙이었다. 광고수익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 영향력도 없고 후원도 없는, 오직 독자를 위한 매체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사람들은 정보를 공짜로 생각했고, 그 누구도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메디아파르트 뉴스룸은 130여명 규모로, 국내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의 2배 규모다. 이외에도 100명의 프리랜서 기자가 메디아파르트와 함께 하고 있다. 유료 구독자는 22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매달 방문자는 400~500만 수준이며, 기본적으로 유료 기사 바탕이지만 모두가 접근 가능한 무료 기사부터 요약형 기사, 동영상 기사도 있다. 연간 매출액은 2100만 유로(약 287억)로, 100% 유료구독 수입이다. 순이익은 매출액의 19% 수준이다. 

▲메디아파르트. ⓒ정철운 기자
▲메디아파르트. ⓒ정철운 기자

에드위 플레넬은 “대중의 신뢰를 얻고, 젊은 기자들에겐 기회를 주고, 언론의 공익성을 회복하면서, 지속적인 수익구조 창출이 중요했다”면서 “독자의 신뢰 회복이 수익구조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디아파르트 독자들은 ‘나와 생각이 달라도 너희가 하는 일이 유익하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디지털혁명은 저널리즘이 다시 본질로 돌아오게끔 촉구한다. 나는 어떤 것을 찾고, 무엇을 공개하고 있나. 탐사보도는 (디지털시대) 저널리즘의 중심이다. 이제 언론인은 옛날과 같은 (정보 독점) 특권이 없다. 취재는 엄격해야 하고, 하나의 틀 안에 잘 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성공의 원천은 ‘독보적 저널리즘’이다.

그는 “저널리즘은 정부 입장을 앵무새처럼 떠드는 게 아니다. 이제 정부는 기자가 없어도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면서 “내일 사라지는 저널리즘으로는 안 된다. 정보들이 퍼즐 조각처럼 있다면, 저널리즘을 통해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는 광고를 포기했다. “광고를 통한 무료 기사 구조는 저널리스트에게 위기다. 광고 중심 경제모델은 정보를 왜곡시키거나, 정보가 표면에만 겉돌게 만든다. 조회 수만 중요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광고를 포기하면서 메디아파르트는 ‘느리지만 깊은 호흡’을 가질 수 있었다. 당장은 무모해 보였지만, 실은 독자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는 “창간 당시 경력 기자들과 신세대 기자들이 손을 잡았다. 우리 기사는 정말 길다. 그러나 사이트에서 (독자들이) 읽고 있다”면서 “디지털을 통해 우리는 더 엄격하고 심층적이고 교육적인 저널리즘을 할 수 있다. 독자들이 숏폼만 원한다고 체념하면 안 된다. 독창성이 있다면, 독자들은 와서 읽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에드위 플레넬. ⓒ정철운 기자

에드위 플레넬은 메디아파르트가 ‘지속 가능한 모델’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많은 언론사들이 저널리즘과 관련 없는 기업 소유다. 이들 기업은 자신들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언론을 내버려 둔다. 언론은 이들이 돈을 버는데 도움이 되는 정치인의 이익까지 지켜야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의 과도한 정보는 공익적인 정보를 죽이고 있다. 디지털혁명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알 권리 수호다. 시민들은 세상에 무슨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언론이 알 권리를 수호하지 못하면 투표를 잘못할 수 있다. 민주주의 위기가 온다. 기자들은 알 권리의 수호자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면) 독자는 신뢰하게 되고, 구독으로 이어진다. ‘독자들만이 우리를 매수할 수 있다’, 우리의 구호다.”

메디아파르트는 3년 전부터 가디언과 비슷한 방식의 자유언론재단 중심 지배구조를 구축해, 항구적인 매체의 독립성을 보장하게끔 했다. 메디아파르트는 수익의 일부를 재단에 기부하고, 재단은 기부금으로 다른 영세 독립언론의 창간을 돕고 있다. 여전히 독립언론의 길은 가시밭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메디아파르트는 기자들의 임금부터 뉴스룸의 성비, 특정 사안에 대한 기자들의 이해충돌 여부까지 모든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려 노력한다. “모든 것은 투명하지 않을 때 문제가 된다”는 그의 철학 덕분이다. 

메디아파르트는 수년 전 대통령 측근의 비리를 취재하던 도중 공권력의 압수수색 시도에 맞서 싸워야 했다. 당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공익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는 저널리즘을 위한 메디아파르트 구성원들의 노력을 “하나의 전쟁”이라고 묘사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2007년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게 5000만 유로의 선거자금을 받았다고 폭로한 특종은 숱한 전쟁의 결과물 중 하나였다. 어느덧 70살이 된 언론인은 “언론자유는 우리의 특권이 아니다. 시민의 권리다”라고 외치며 오늘도 메디아파르트를 향한 마타도어에 맞서며 ‘전쟁’에 나선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