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8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신문용지 가격 인상에 담합행위가 의심된다며 전주페이퍼, 페이퍼코리아, 대한제지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의 국내 신문용지 시장 점유율은 100%다. 이들은 6월1일부터 톤당 7만 원(전주페이퍼), 7만3000원(대한제지), 7만5000원(페이퍼코리아) 인상을 신문업계에 통보했고, 이후 가격 인상에 비협조적인 3개 신문사에 6월2일부터 5일까지 신문용지 발주물량의 50%만 공급해 요금 인상 수용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8일 이들 제지 3사의 가격 인상과 감량 공급 조치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불공정거래행위,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공정위 앞 기자회견에서 “제지 3사는 지난 6월 가격 인상에 비협조적인 신문사들에 용지를 줄여 공급하는 등 신문용지 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를 흔들었다. 제지 3사는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가격을 올린 뒤 용지 감량을 무기로 신문사들을 압박했다. 3사가 무리한 가격 인상을 시도하면 ‘을’인 신문사들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용지 가격이 인상되면, 신문사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빌미로 그 부담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기 마련”이라고 우려하며 “담합에 따른 제작 단가 상승은 종이신문 시장을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종이신문의 존립마저 흔들어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제지업계가 고지 구매 단가를 담합 해 후려친 사실이 적발돼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이 있고, 1996년에도 공정위가 제지업계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이 있다며 이번 역시 담합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언론노조가 신고서를 공정위에 전달하는 모습. ⓒ언론노조 
▲언론노조가 신고서를 공정위에 전달하는 모습. ⓒ언론노조 

앞서 한국신문협회도 6월10일 제지 3사에 신문용지 가격 인상 유예를 요구하며 “제지 3사가 일제히 신문사에 접촉해 인상률과 인상 시기를 동일하게 통지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신문사에 대해 발주물량의 50%를 감량 공급한 것은 공정거래법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한 불공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제지 3사가 회원사로 속한 한국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신고와 언론노조‧신문협회측 주장과 관련, “담합은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한 뒤 “원자재가격이 너무 올랐다. 지금도 (신문용지는) 톤당 10만 원씩 적자다. 신문용지업체들도 처지가 딱하다”고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신문과방송’ 9월호에서 “가격 협상도 까다롭고, 협상 과정에서 신문사가 여론을 무기로 압박할 수 있다고 의심해 (제지업계는) 오랫동안 톤당 가격 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도 “가격 인상 원인의 하나는 종이신문 감소라는 소비량 예측을 못 한 제지업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쇼핑‧택배 증가로 포장지와 판지 수요가 늘어나고 신문이 디지털화되면서 신문용지는 굳이 팔지 않아도 되는 상품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신문사가 유휴 부수를 줄이고 구독료를 올려야 하지만 쉽지 않은 선택지다. 

조성은 전국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은 “3개 업체가 마치 합이라도 맞춘 듯 일제히 공문을 보내고,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물량 감축 등 실력행사에 나서는 건 선을 넘은 행동”이라며 “원자재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뉴스는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논리만을 내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서후 지역신문노조협의회 의장은 “지역 신문은 전체 제작비 대비 신문용지 대금 비율이 크기에 용지 대금 인상 충격파가 더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사용자 단체들은 이 싸움의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문제 제기만 할 뿐 강력히 저항하지 않았다”며 신문협회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문체부를 향해 “신문이 공공재라는 점을 인식해 이번 사태를 책임 있게 처리하라”고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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