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30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왜 팬들은 롯데 자이언츠에 소리높여 열광할까”

한 4년차 ‘기자’가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떠났다. 이동윤 국제신문 기자(29)가 최근 스포츠 다큐멘터리 ‘죽어도 자이언츠’를 연출해 세상에 내놨다. 이대호 선수의 ‘나는 죽을 때까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겠다’는 말에서 제목을 따온 ‘죽어도 자이언츠’(국제신문 제작,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가 지난달 27일 개봉했다. 

부산 지역 일간지 국제신문은 2020년부터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오고 있다.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공식 초청된 부마 민주 항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10월의 이름들’ 역시 이동윤 기자가 연출을 맡았다. 자체 제작 영화를 실제로 상영관에 개봉하는 것은 ‘죽어도 자이언츠’가 처음이다.  

▲ 죽어도 자이언츠 관객과의 대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죽어도 자이언츠 관객과의 대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미디어오늘은 다큐멘터리 개봉을 맞아 부산에서 이동윤 기자를 만났다. 입사 4년만에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그는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를 “30년 동안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구단과 그 구단을 소리 높여 응원하는 팬들의 눈물겨운 사투를 그린 부산 야구사 40년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했다.

애증의 존재, ‘부산에는 롯데 자이언츠 피가 흐른다’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구도’(야구 도시)라 불릴만큼 ‘야구에 죽고 못 사는 도시’인 부산에 연고를 둔 구단이다. 국제신문이 이번 다큐멘터리 주제로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 언론사가 부산 지역의 이야기를 새로운 포맷으로 선보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사직야구장. 영화 스틸컷. 사진=국제신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부산사직종합운동장 사직야구장. 영화 스틸컷. 사진=국제신문,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부산에는 롯데 자이언츠 피가 흐른다’는 것이 롯데 팬의 설명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야구장에 데리고 가서 응원하니까, 무의식적으로 팬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15년 전쯤 야구로 잘 나갈 때는 부산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들이 ‘어제 봤습니까. 야구 그라고는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선수들 이름을 다 외우면서 계속 야구 얘기만 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가는 거다. 그게 당연했다.“ 이동윤 기자의 말이다. 

롯데는 동시에 부산 팬들에게 애증의 존재다. 영화에는 송정규 전 단장이 쓴 롯데 팬들의 바이블 ‘필승전략 롯데자이언츠 톱 시크리트’(1990년 출간)라는 책도 등장한다. 책에는 ‘점수를 매우 어렵게 얻는 반면에 매우 쉽게 잃는다’, ‘연패는 쉽게 하고 연승은 어렵게 한다’, ‘유난히 재미가 없는 시합이 많고, 개운치 못한 시합운영으로 아주 불쾌한 패배를 한다’등의 패배 분석 내용이 쓰여져있다. 이동윤 기자는 팬으로서 “사람은 계속 바뀌는데 왜 그러지? 일부러 그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그럼에도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왜 이렇게 열정적일까? 이동윤 기자는 “이에 대해 거시적, 미시적으로 분석해서 논문을 쓰시는 분도 있다. 나도 영화를 만들면서 증명해보려고 했는데, 영화를 다 만들었는데도 규명이 안 됐다. 어떤 지점에서는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기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계속 못하고, 계속 난제로 남아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8개월의 제작기간, 연출, 편집, 기획 모두 맡은 이동윤 기자

108분의 러닝타임인 ‘죽어도 자이언츠’는 8개월 동안 만든 작품이다. 영화 감독으로서는 너무 짧은 기간이지만, 언론사에서 한 기획에 투자한 시간으로는 꽤 긴 시간이다. 원래부터 영화를 좋아해 ‘부산 영화평론가협회’에 소속돼 영화 비평을 활동을 하고 있는 이동윤 기자는 “나도 워낙 영화를 좋아하고, 제작을 맡겼을 때 나도 재밌으니까 시작한건데, 속된 말로 한 8개월 정도 인간의 삶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편집을 시작하면서는 회사에서 계속 보고 편집하고 자고 편집하고 자면서 지냈다”고 했다.

올해 1월말부터 기획을 시작해 5월말까지 촬영을 하고, 3월부터는 편집을 시작해 7월에 영화를 완성했다. 롯데 엔터테인트먼트 관계자들이 컨택이 돼서 내부 시사를 한 후, 음향 믹싱, 색 보정 등의 후반 작업을 한 후 9월 중순쯤 영화가 최종 완성됐다. 과거 롯데 자이언츠 감독, 선수, 팬들이 팀의 지난날을 담담히 회고하는 과정에서 모두 3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가 등장한다. 

▲이동윤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이동윤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연출, 편집, 기획은 모두 이동윤 기자가 맡았고, 촬영만 외주제작사에 맡겼다. 영화 제작비에 홍보 마케팅비를 합한 총 제작비용은 1억7000만원 수준이다. “편집권을 오롯이 존중해줬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입을 대기 마련인데, 회사에서 잘 커트를 시켰고, 권한을 통째로 줬다. 그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축복 받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간이 너무 짧았던 점은 아쉽다.” 이동윤 기자의 말이다.

‘기자’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

‘기자’인 이동윤 기자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이동윤 기자는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사람들이 글을 잘 안 읽는다. 양질의 기사도 많지만, 기사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잘 보이고, 잘 집중할 수 있기 위해, 이동윤 기자는 통통 튀는 재밌는 자막이나 재밌는 편집에 특별히 신경썼다. 일례로 이 영화는 롯데자이언츠 회장이 했던 말인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프로구단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내가 저기 있네’ 하면서 좀 더 감정에 이입하면서 시작부터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영화에는 유독 과거와 현재의 유사한 이미지들이 중첩되는 장면들이 많다. 1992년도 구장 이미지 다음에 2022년 구장 이미지를 내보낸 후, 이대호 선수와 현재 개성고등학교 야구 유망주 선수의 모습을 내보내는 식이다. 영화는 담담하고 침착하게 롯데 자이언츠의 역사를 풀어낸다. 이 기자는 “스포츠 특유의 장면과 순간들이 많이 없긴 하지만, 결국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교차하고 대비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팬들은) 집단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직 야구장이라는 공간, 롯데 자이언츠 경기라는 시간. 서로 얼굴은 모르겠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복원하고 싶었다.” 이동윤 ‘감독’의 말이다. 

“단순한 야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부산 역사 담은 영화 만들고 싶었다”

‘캐리 마허 교수의 장례식’. 이동윤 기자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캐리 마허 교수는 롯데 팬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고령의 외국인 팬이다. 구단에는 ‘캐리 마허’ 전용 자리가 따로 있을 정도다. 이동윤 기자는 암 투병을 하고 있던 캐리 마허 교수와 3월에 촬영했고, 그는 지난 8월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났다. 캐리 마허 교수는 촬영을 하면서 이동윤 기자에게 “나도 이제 배우가 되는 거냐, 나도 이제 스타가 되는 거냐”면서 촬영을 매우 반겼다고 한다.  

“장례식장에 딱 들어갔는데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가 나오고 있었다. 상주 분들도 다 친한 롯데 팬들이었다. ‘내가 언제 죽으면 장례식장에 반드시 롯데의 음악을 틀어주고 밝게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고 늘 말씀해오셨다. 영화 제작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한 번도 울지 않았는데, 장례식장 밑에 내려와서 펑펑 울었다.” 그의 회상이다. 

▲ 영화 스틸컷. 캐리 마허 교수와 이동윤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영화 스틸컷. 캐리 마허 교수와 이동윤 기자.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영화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야기를 담으며 부산의 역사도 함께 녹여냈다. 특히, 최동원 선수가 ‘내가’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부산의 6월 민주항쟁 등 굵직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담은 사진들이 함께 지나간다. 

이동윤 기자는 “야구가 흘러간 시간에는 부산의 근현대사가 투영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부산 야구 역사가 결국에 부산의 근현대사랑 맞닿아 있는 점이 많기 때문에 잠깐 시선을 돌려서 조금 더 넓은 의미로서의 확장하고 싶었다. 단순히 이 영화가 야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부산의  역사를 담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결국 그렇게 되면 우리 삶으로 들어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 영화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제신문 제공.

‘팬들한테 욕먹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 최소한 롯데 팬들을 만족시키는 영화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영화를 제작한 이동윤 기자는 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언젠가 우리에게 불현듯 찾아올 롯데 자이언츠의 V3를 위해서, 롯데 자이언츠 팬의 한 명으로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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