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공영방송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공영방송의 운명을 좌우할 11월이 눈앞이다. 

KBS는 11월 중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정부 첫해였던 2008년 감사원 감사 결과는 기소권 남용으로 결론 났던 검찰 수사와 KBS 사장 불법 해임 사태로 이어졌다. 당시를 기억하는 구성원들에겐 그때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9월 대통령 욕설 보도 이후 MBC사장과 보도국장, 기자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다. MBC 내부에선 11월 중 압수수색이 들어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YTN은 11월 중 최대주주인 한전KDN의 지분매각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개국 이래 지금껏 공공적 지배구조를 유지해왔던 보도전문채널은 문을 닫게 된다. TBS는 11월 중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에서 TBS 조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원의 70% 이상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했던 TBS는 서울시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지난 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로 진행한 ‘우리는 지금 왜 공영방송을 말하는가’ 미디어토크에선 공영방송을 대표하는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통과와 함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기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부탁했다.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현 정부에서 국민청구감사를 받고 있는 곳이 사실상 KBS뿐이고 감사원 감사대상 내용도 대부분 이미 소명되었던 것들”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이 주도한 이번 감사청구와 2017년 언론노조의 감사청구를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당시에는 위로부터의 침탈이고 장악이었고 실제로 지배가 이뤄졌다. 반면 2017년은 촛불 혁명 이후 아래로부터의 힘이었다”고 반박한 뒤 “지난 5년간 안에서 KBS를 바꾸는 투쟁을 계속해왔는데 다시 KBS가 침탈되고 낙하산이 내려온다면 지난 5년간 쌓아온 것이 다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명박 정부 후견세력이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이 2008년 KBS를 상대로 국민감사청구를 했고, 그때 기획실장이던 한오섭씨가 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이다. 당시와 지금 KBS 상황에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인 뒤 “MBC는 대통령 욕설 보도 이후 적반하장식 탄압에 이어, 시기적으로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국세청의 집중적 세무조사가 끝났다. 상황을 초월하는 액수가 나올거라는 소문이 있다”고 밝혔다. 최 본부장은 “욕설 보도만 해도 현재 20건 넘는 고발이 경영진을 향해 이뤄졌다. (정부가) 수사기관을 동원해 언제든 압수수색을 감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미디어토크 모습. ⓒ민언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2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미디어토크 모습. ⓒ민언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신호 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우리도 (최근) 여태 볼 수 없었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지분매각 이슈와 함께 이뤄졌다. 정기세무조사가 5년에 한 번인데, 4년 만에 들어왔다”고 전했으며 “한전 KDN은 애초 소유자산 매각 계획 보고에서 산업부에 YTN 지분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했으나 산업부에서 ‘정리를 미루겠다는 것은 합리적 주장이 될 수 없다’며 사실상 매각을 지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호 지부장은 “10년 전 연합뉴스TV 개국 당시에도 공적 소유 언론사에 사업권을 줬다. 이명박정부에서도 보도채널의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자본을 대변하는 신문이나, 오너의 방패를 원하는 건설자본, 매입 이후 되팔려는 투기자본이 YTN의 대주주가 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주용진 TBS 사원행동 대표는 “폐지 조례안은 TBS 지원을 끊겠다는 막무가내 법이다. 전방위적 압력이 들어오고 있는데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계시는 것 같다”며 “회사가 11월2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TBS 지속발전방안 시민보고회를 연다. 지역 공영방송으로 어떠한 일을 하겠다는 약속의 자리”라고 밝혔다. 주 대표는 “TBS는 서울시가 아닌 시민을 위한 방송이다. 다시 사업소 시절의 서울시 홍보방송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원행동은 △TBS 경영진은 지역공영성 강화를 위한 내부 기구를 설치할 것 △서울시의회는 공영방송 특위를 설치할 것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말살 시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 국회에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둘러싼 물러설 수 없는 ‘격돌’도 예상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현업 5단체는 지난 28일 공동 성명에서 “대통령 발언 논란과 정치권 대응을 지켜본 국민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이 왜 시급한지를 확인했다”며 “어떤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더라도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회 과방위는 공영방송 정치독립 법안을 즉시 상정하고 논의를 시작하라. 더 이상 정치적 상황을 핑계로 법안 심의를 미루거나 파행을 거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요구하는 언론 현업단체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지난 5일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요구하는 언론 현업단체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언론노조

언론현업단체들은 지난주부터 ‘언론자유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언론단체들은 국민들을 향해 “청원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올해 안에 관련 입법을 마무리해 공영방송이 모든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정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성혁 MBC본부장은 “2023년 8월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구도가 바뀌는 상황에서 그 전에 법으로라도 시민참여 방식의 사장선임구조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명박‧박근혜 권위주의 정권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기국회가 12월까지인데, 2달밖에 남지 않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진순 민언련 상임대표는 “공영언론은 시민들의 공유 자산이다. 정치·자본권력에 포획되지 않고 시민 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공영방송이 탄생했다”며 “방송사별로 각개격파 작전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금 공영언론에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결국 공영언론을 지키고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을 환기시키는 주체는 시민들”이라며 연대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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