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A군 주의보, 연예계 대표 여성 편력 연예인이 있다.”(우먼센스, 8월22일)
“아이돌 B군의 아방궁. 그곳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전말.”(우먼센스, 7월22일)
“골퍼와 사랑 빠진 유부 스타, 톱 유부남 스타 사랑에 빠졌다.” (우먼센스 2월 25일)
“왁싱까지 직접 해주는 연기파 E의 노리개 된 걸그룹 D 혀끌끌 [여의도 휴지통]” (뉴스엔, 1월29일)
“하이틴스타 B, 인중 잘라 입술 위로 당긴 성형수술 뒤 후회한들? [여의도 휴지통]”(뉴스엔, 2021년 12월24일)
“빠진 머리는 보정으로? 톱스타 A 탈모 진실 [연예가 레이더]”(스포츠서울, 2월3일)
“D삼촌이 못됐대, 연예인 B 자녀말 루머 [연예가 레이더]”(스포츠서울, 1월10일)

▲우먼센스에서 발행하고 있는 연예인 이니셜 찌라시성 보도. 사진출처=우먼센스 홈페이지. 
▲우먼센스에서 발행하고 있는 연예인 이니셜 찌라시성 보도. 사진출처=우먼센스 홈페이지. 

연예인과 관련된 ‘이니셜 지라시성 보도’의 일부다. 이와 같은 이니셜 보도는 상대를 특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 확인이나 반론 취재가 부실하며 무엇보다 자극적이다. 이로 인한 연예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제재나 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가수 사생활 담은 ‘찌라시’ 근원지는…가수 측도 강경대응

얼마 전 가수 비의 사생활 의혹을 담은 지라시가 퍼졌다. 그 근원지로는 몇 달 전 우먼센스의 ‘이니셜 지라시 보도’가 지목됐다. 이니셜 지라시 보도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계기다.

비 소속사 ‘레인컴퍼니’는 지난 17일 ‘레인컴퍼니 아티스트 관련 허위 사실 유포 강경대응’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포털 사이트들의 각 커뮤니티, 카페, SNS에 소속 아티스트 관련 허위 사실과 루머를 유포한 유튜버 및 작성자들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해 1차 고소를 완료했다”고 알렸다.

레인컴퍼니는 “당사는 이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모니터링을 통해 아티스트 관련 루머를 이용한 허위 사실 및 비방, 모욕적 발언을 한 유튜버 및 작성자들에 대해서도 2차, 3차 수사 의뢰를 진행할 것을 알려드리는 바 이에 선처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레인컴퍼니 관계자는 24일 미디어오늘에 “고소장은 지난 17일 강남 경찰서에 대리인을 통해 접수 및 진행됐으며 현재는 사이버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허위 사실임을 밝혔음에도 지속적으로 악성 글을 작성하거나 허위 유포를 진행한 작성자들을 중심으로 추가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레인컴퍼니 측은 구체적 고소 대상과 혐의 등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우먼센스 편집국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관련한 문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우리는 이니셜 기사를 쓴 것”이라고만 밝혔다. 

▲뉴스엔의 연예인 이니셜 보도 코너 '여의도 휴지통'의 일부. 사진출처=네이버 뉴스. 
▲뉴스엔의 연예인 이니셜 보도 코너 '여의도 휴지통'의 일부. 사진출처=네이버 뉴스. 

인터넷 매체에서 연예인 이니셜 지라시성 보도가 나오며 포털 사이트에서도 관련 내용이 유통됐다. 대표적으로 뉴스엔 ‘여의도 휴지통’, 스포츠서울 ‘연예가 레이더’가 네이버 뉴스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다만 여의도 휴지통은 올해 1월29일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고, 연예가 레이더 역시 지난 2월3일 소식이 마지막이다. 이 코너에는 기자 바이라인이 없다. 뉴스엔 엔터테인먼트부, 스포츠서울 연예부 정도로 처리되어 게시돼 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비실명 기사나 이니셜 보도를 활용한 기사는 제재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서울 관계자는 25일 통화에서 “내부 멤버들이 바뀌면서 현재는 연재하지 않는 코너”라며 “다만 이니셜 보도래도 어느 정도 취재가 된 사안을 쓰는 것이다. 이니셜로 보도하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쓸 수 있어 화제성이 높고 실제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엔으로부터는 이에 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스포츠서울의 연예인 이니셜 보도 코너인 '연예가 레이더'. 사진출처=네이버 뉴스. 
▲스포츠서울의 연예인 이니셜 보도 코너인 '연예가 레이더'. 사진출처=네이버 뉴스. 

이니셜 보도여도 맥락상 특정되면 명예훼손 성립

상대를 특정하지 않은 이니셜 보도는 명예훼손 소지가 없을까. 우선 시사 기사를 쓰는 전형적인 언론사가 아니래도 ‘잡지’ 등 역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에 의해 ‘언론’으로 분류된다. 언론중재법 제2조는 “언론이란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 및 인터넷 신문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먼센스 등 잡지들이 시정권고·중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물음에 언론중재위는 “정기 간행물로 등록된 경우 시정권고 등의 대상”이라고 답했다.

연예인 이니셜 지라시 보도의 경우 언론중재위 시정권고 심의기준 제1조(사생활 보호) “언론은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그 밖의 인격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제2조(명예훼손 금지) “언론은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실을 과장, 왜곡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 따라 시정권고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제21조(기사제목) “언론은 기사 본문에 부합하지 않거나 왜곡된 제목,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제목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에도 위반될 수 있다. 언론중재위 시정권고뿐 아니라 명예훼손죄 등 형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다. 즉, 실명이 아닌 이니셜만 보도했어도 대상이 특정된다면 명예훼손 혐의를 벗기 어렵다. 통상 보도에 ‘A군’이라고 서술해도 추가 설명을 위해 해당 연예인의 활동 분야나 특징, 장점, 가족관계 등을 부연하여 결국 그가 누군지 추측할 수 있도록 살을 붙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PIXABAY. 
▲사진출처=PIXABAY. 

2002년 일간스포츠, 이니셜 보도했지만 불구속 기소 사례도

2002년 설모씨가 허위사실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했다며 일간스포츠에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일간스포츠 전 편집국장과 기자 등이 불구속 기소된 사례도 있다. 일간스포츠는 이니셜로 ‘S양’ 등이 성상납, 매매춘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만 2003년 일간스포츠는 설씨가 제기한 손배소에 관해 원고와 합의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일간스포츠 전 편집국장 이니셜 보도로 불구속기소
‘방패막이’ 이니셜보도 제동 걸리나]

지라시 등을 인용하면서 “사실이 아니다”라는 연예인 측 입장을 전하더라도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제목 등을 사용하면 언론중재위 시정권고 등을 받을 수도 있다. 2019년 3월 e글로벌이코노믹의 “‘정준영 동영상 난 절대 아니라니까’ 오OO, 정OO, 이OO의 절규 왜? 사실이면 연예계 끝장 하지만, 연기도 솔솔”이라는 기사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언론중재위 시정권고를 받았다.

당시 언론중재위는 “연예인 실명을 거론하면서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제목을 사용해 연예인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안으로는 2019년 3월 일요시사 “정OO, 나OO 불륜설에 또 ‘터무니없이 이름조차 불쾌’ 억울한 성관계 동영상 루머”, 폴리뉴스 “정OO, 나OO과 황당 루머에 이어 이OO과 정준영 동영상에 이름 거론, 누가 가짜뉴스 만드나”도 같은 법익 침해로 같은 권고사항이 결정됐다. 3건의 사례는 제목에 이니셜이 아닌 실명으로 보도한 사례고, 지라시성 보도를 부인하는 내용도 포함됐지만 결국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진출처=언론중재위원회 2019 시정권고 사례집 가운데 캡쳐 후 모자이크 처리. 
▲사진출처=언론중재위원회 2019 시정권고 사례집 가운데 캡쳐 후 모자이크 처리.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24일 통화에서 “익명 처리를 한다고 해서 법적인 문제가 아예 안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도에 나와 있는 여러 정보를 종합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당사자 특정으로 보고 명예가 훼손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론”이라며 “다만 특정 사안에서는 실제 해당 정보들이 대상을 정말로 특정할 만한 것이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만약 해당 사안이 재판을 가게 된다면, 언론사(잡지) 측에서 ‘특정된 사람이 당신이 아니다’라거나 지라시성 보도가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며 “해당 보도가 진실하거나 진실로 믿을 만한 충분한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면 언론사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이니셜 보도, 결국 책임 지기 싫고 조회수는 먹고 싶은 것”

언론중재위 관계자 역시 “이니셜을 활용한 보도래도 (정보와 맥락 등을) 종합해봤을 때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당사자가 특정됐다고 보기 때문에 조정 신청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제3자가 봤을 때도 대략 누구인지 아는 정도라면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시정권고 역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언론중재위에서 이니셜 보도로 인해 시정권고가 되거나 중재가 이뤄진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중재위 관계자는 “연예인의 경우 매체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를 하는 경우가 드물고, 특히나 이니셜 보도일 경우 굳이 자신이 나서서 대응을 해 문제가 더 불거지는 경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조정신청 등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 연예전문지 기자는 “이니셜 보도가 위험한 이유는 기사가 제공하는 정보로 인해 비슷한 신상의 애먼 연예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이니셜로 보도하는 이유는 우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닌가. 소문이 들려 취재를 했다면 취재한대로, 증거를 확보한 만큼 보도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카더라 보도가 사실인 경우도 있지만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매체 입장에서 본격적으로 취재하거나 증거를 잡기는 어려워서 그런 형식으로 보도하는 것”이라며 “책임은 지고 싶지 않고, 조회수는 잘 나오길 원하기 때문에 그런 류의 기사를 계속 양산하는 것이다. 이니셜을 활용해 사생활을 취재 없이 자극적으로 전하는 양상의 보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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