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기로 구성한 아프리카 대륙. ⓒGettyimages.
▲아프리카 국기로 구성한 아프리카 대륙. ⓒGettyimages.

2021년 한국언론진흥재단 ‘국내 언론의 외신 인용 보도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뉴스 신문 보도대상에서 미국의 비율은 32.2%였다. 반면 아프리카는 대륙 내 55개국을 모두 합쳐도 1.9%였다. 첫 번째 인용 외신 분석에서도 아프리카 현지 외신인 경우는 1033곳의 외신 가운데 겨우 1곳(르완다 ‘더 뉴타임스’)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아프리카는 다른 국가에 비해 범죄(5.2%), 사고(13.0%) 관련 이슈 보도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언론재단이 밝힌 ‘해외 특파원 현황’(2020년 기준)을 보면 아프리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연합뉴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연합뉴스‧동아일보가 국내 특파원의 전부다. 이와 관련해 “한정된 특파원 수와 현지어에 능통한 지역전문가가 뉴스 생산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이 아프리카 내 국가별 고유한 정체성을 묵인하고 ‘아프리카성’이라는 동일한 아프리카로 보도되도록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별 한국외대 미디어외교센터 전임연구원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1990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보도량이 많은 상위 8개 아프리카 국가(남아공, 나이지리아, 수단, 케냐, 이집트, 에티오피아, 리비아, 소말리아) 관련 기사 3만8603건을 조사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국제뉴스의 아프리카 보도에 등장한 단어 빈도에서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7개 국가에서 ‘미국’이 가장 많이 언급된 점에 주목했다. 에티오피아에선 ‘중국’ 언급이 가장 많았고, 남아공‧나이지리아‧수단‧케냐에선 ‘중국’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리비아에선 ‘난민’이 언급 빈도 2위였고, 소말리아의 경우 ‘해적’이 언급 빈도 7위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남아공 뉴스는 경제 협력, 외교 관계, 흑백 통합정부, 감염병, 자원으로 범주화되었고, 나이지리아 뉴스는 미중 자원 경쟁, 테러, 보건 위기로 유형화됐다. 수단은 자원 경쟁, 내전과 테러, 경제 제재, 난민으로 주로 보도되었고, 케냐는 테러, 외교 관계, 기아 및 빈곤, 감염병 등 주제로 범주화됐다. 이집트는 중동 외교정책, 민주화 혁명, 투자 시장 가치, 테러, 종교 갈등 등이 주요 의제로 나타났으며 에티오피아는 경제 협력, 인류의 기원으로 유형화됐다. 리비아는 자원 외교, 민주화 혁명, 난민 탈출, 내전으로 유형화됐고, 소말리아는 정치적 혼란, 난민, 해적, 중국 개입, 국제사회 지원 등을 중심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이은별 연구원은 최근 한국언론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앞선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32년 간 한국 국제뉴스의 아프리카 보도를 두고 “크게 강대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정책, 한국과의 외교 관계, 아프리카 역내에서 난민과 테러, 감염병에 대응하는 방식에 관한 보도로 유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아프리카가 직면하고 있는 내전, 빈곤, 난민, 독재와 같은 위기 상황을 일탈적으로 보도해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지 못했다. 제국주의 시대 유럽을 중심으로 한 땅따먹기의 희생양이 되었던 아프리카 역내 갈등의 역사적 맥락을 지우고 서구의 이권 개입을 정당화했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해변. ⓒGettyimages.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해변. ⓒGettyimages.

이 연구원은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높은 외신의존도는 아프리카를 더욱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며 “아프리카를 구성하는 55개 개별 국가 이미지는 아프리카 전체를 대표하는 아프리카성으로 대체됐다. 개별 국가로서 각기 다른 역사적, 언어적, 민족적,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아프리카 관련 뉴스에서는 관련 심층보도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 각축장이 되거나, 제국주의 시절 인위적인 국경선이 촉발한 접경지대에서의 종족 갈등과 내전, 이로 인해 형성된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가 아프리카 전체를 대변하는 ‘아프리카성’”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한국의 아프리카 뉴스가 “국제적 차원에서 강대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과 접근 방식을 따른다.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장 가치를 따지며 특정 아프리카 국가들을 포섭하는 태도”라며 “중국의 지나친 개입과 간섭이 아프리카 내에서 차이나프리카(CHINAFRICA)로 비판받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 언론 역시 아프리카를 완충지대 삼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관망하거나 국익에 따라 해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으로 국제사회의 지원과 강대국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것은 뉴스 수용자들에게 수혜자로서의 아프리카라는 인식을 키워줄 수밖에 없다”며 “국제뉴스로 형성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은 인종차별로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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