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언론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점’ 문제를 질타하며 방송통신 재난관리 대상에 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논의될 때만 해도 반대 입장을 부각하며 ‘입김’을 낸 언론이 적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기보다는, 일관되고 정교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야, 언론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대안 언급

여야는 이번 사안의 해결책으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꼽았다. 17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카카오·네이버는 국가기간통신망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촉구했다. 1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더 이상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대 포털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를 방송사, 통신3사와 마찬가지로 재난관리 체계에 포괄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카카오톡 오류 화면. 사진=©연합뉴스
▲카카오톡 오류 화면. 사진=©연합뉴스

언론도 힘을 싣고 있다. 18일 종합일간지 사설을 보면 “방송통신 재난 관리 대상에 카카오,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조선일보) “대형 플랫폼과 연결된 데이터센터도 방송·통신시설 못지않게 중요하다”(중앙일보) “ICT기업 데이터센터에 대한 정부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동아일보)며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 역시 “카카오 등에 데이터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이중 규제’라며 입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이번엔 달라지길 바란다”며 규제 입장을 냈다. 

이 규제는 2년 전 ‘좌초’된 전례가 있다. 20대 국회 때 자연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비해 민간의 데이터센터(IDC)를 방송·통신 시설처럼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정부가 포털과 같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설비에 대한 보고를 받고, 설비 상황, 관련 정부나 서류 등을 검사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중복 규제’ 문제를,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사업자 영업비밀과 사생활 침해 우려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냈다. 당시 양대 포털을 회원사로 둔 인터넷기업협회 등은 △ 부가통신사업자에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를 하는 사례가 해외에는 없는 과잉 규제이고 △ 정보통신망법과 중복 우려가 있고 △ 당초 부가통신사업자는 예외였는데, 급작스럽게 추가된 점 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2년 전엔 ‘반대’에 비중, 이제는 “입법해야”

당시 상황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법안 논의 국면에서 정치권 뿐 아니라 언론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특히 종합일간지 가운데는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가 눈에 띈다. 조선일보는 지난 17일에는 ‘카카오·네이버 등 반대로… 데이터센터, 재난관리 대상서 빠져’ 기사를 통해 법안 좌초 책임을 ‘포털’에 물었다. 18일 조선일보는 ‘MB때부터 문제된 플랫폼 독과점, 매번 ‘자율규제’ 내밀며 피해갔다’ 기사에선 그간 포털 규제 시도가 실패한 사례들을 언급하며 “민주당 좌파 시민단체가 (포털을) 엄호”했다고 밝혔다. 

▲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 제목 갈무리
▲ 카카오 먹통 사태에 대한 조선일보 기사 제목 갈무리

그러나 2년 전 법안 논의 당시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으로 법안에 비판적 목소리를 낸 언론이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2020년 5월15일 법안 처리 국면에서 ‘“민간 사찰, 국내외 업체 차별”… 말 많은 통신 3법’ 기사를 냈다. 기사 부제목은 ‘[인터넷·통신업계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관리하는 나라가 어딨나”]’로 기업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데이터센터 규제법과 n번방 방지법은 사전 토론이나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졸속으로 급조되다 보니 취지만 좋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제2의 민식이법'이 될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센터 규제법이 조선일보가 현재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다. 

2020년 5월12일 조선일보는 ‘“n번방法은 카톡 사찰” 토종 인터넷업계 발끈’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데이터센터에 있는 장비와 데이터는 모두 기업의 사적 재산인데, 국가가 이에 대해 정기적인 보고와 자료 제출·재난 보호 의무 등을 지라는 것은 재산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는 여기서도 나타난다”고 했다. 재산권 침해와 역차별 문제를 짚은 것이다.

▲ 2020년 5월 당시 조선일보 기사.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목, 부제목 등에 부각해 비중 있게 전했다.
▲ 2020년 5월 당시 조선일보 기사.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목, 부제목 등에 부각해 비중 있게 전했다.

경제신문의 경우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2년 전과 현재 모두 관련 규제에 부정적 입장을 내고 있다. 반면 다른 경제지에선 온도차가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2020년 5월 당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일부 사업자를 포함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과도한 중복 규제로 국내 사업자 피해가 발생될 것”이라는 기업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카카오 먹통사태 이후인 지난 17일 사설을 통해 “국회는 이제라도 이 법안을 다시 꺼내 찬찬히 살펴보고 반드시 통과시키기 바란다”며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헤럴드경제는 2020년에는 기고글을 통해 “부가통신사업자인 민간 인터넷데이터센터를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주장을 전했다. 법안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기사는 없었다. 지난 17일 헤럴드경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국가재난관리시설로 지정해 공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제도적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며 입법을 촉구했다. 서울경제는 법안 반대 입장을 인터뷰로 다뤘고 찬성 입장엔 비중을 두지 않았지만 현재는 기업이 반발해 당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역차별 해소 등 전제하고, ‘독점’ 문제 초점 맞춰야

규제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2020년 논의는 산업계 입김만으로 좌우된 건 아니었다. 여야 의원들이 일치된 의견을 냈고 참여연대, 오픈넷 등 시민단체들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낸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신중한 논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기업의 설비를 정부가 강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정부도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고, 외국기업 역차별 문제도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역차별 문제가 대두된 제도들은 정부가 차차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해결된 게 없다. 우려가 어떻게 해소됐는지 설명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법안을 꺼내는 건 적절하지 않다. 우선은 카카오의 대응을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승주 교수는 “구글과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재난과 관련해 법이 잘 돼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해온 게 아니다”라며 “제대로 구축이 안 돼 있으면 이용자들이 항의하고 소송이 들어오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독점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독점에 대한 규제 논의를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을 통해 “플랫폼사업자의 책임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플랫폼거래공정화법과 플랫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독점규제법 등을 논의하고 도입토록 해야 한다”며 ‘독점 문제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배제가 마련되어 있다면 엄청난 배상액을 우려해 기업측이 사전에 사고발생 방지를 위한 충분한 점검시스템을 마련하고 시설보수, 인력충원 등 각고의 노력을 강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설비를 정부가 나서서 지정하는 건 ‘과잉규제’라며 일관된 지적을 하고 있다. 다만, 이들 언론은 정작 독점 해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

피해보상 측면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 지난 16일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피해 범위를 조사해 보상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통신3사와 달리 서비스 장애에 따른 피해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구글,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은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사업자로 서비스 장애시 관련 고지 의무는 있지만 ‘배상 규정’은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낸 자료를 통해 “주요 서비스 장애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약관 등을 통해 이용자에게 고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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