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고 이후 네이버가 대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노조 참여 직장내 괴롭힘 전담기구가 아직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네이버의 한 직원이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지면서 네이버의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네이버 노동조합은 실태조사를 통해 과거 수차례 문제제기에도 직장내 괴롭힘 정황이 있는 임원에 대한 인사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대책을 약속한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따른 개선 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계획에 따르면 네이버는 노동조합·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과 외부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조사위원회와 괴롭힘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그러나 네이버의 계획 발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해당 기구는 설치되지 않았다. 네이버 노사는 관련 내용을 안건에 포함한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이어오고 있는데 아직 타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참여하는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비롯한 전담기구 설치에 대해 당초 회사는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설치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 그러나 ‘적용 범위’를 두고 노사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사측은 해당 기구를 네이버 ‘본사’에만 설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네이버 노조는 ‘계열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사측이 운영하는 리스크 관리 심의위원회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감사에서 네이버가 지난해 사고 이후에도 직장내 괴롭힘에 ‘늑장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네이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부의 네이버 대상 특별근로감독 개시 하루 전인 6월8일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익명의 제보가 접수됐다. 그러나 네이버는 당시 자체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신고를 특별근로감독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후 가해자에 대한 징계(감봉 2개월)는 접수 후 7개월 뒤인 지난 1월24일에 이뤄졌다.

이와 관련 임이자 의원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정황 관계상 해당 사건을 같이 (근로감독 때) 처리해달라는 피해자의 간절한 신고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는 네이버의 자체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이버가 늑장 조사해 특별근로감독을 교묘하게 회피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임이자 의원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 인지 직후 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징계까지 지나치게 오래 걸린 점을 지적했다. 임이자 의원실이 발표한 지난 3년 간 네이버의 직장내 괴롭힘 처리 현황을 살펴보면 총 19건 중 해당 사건을 제외한 모든 사건이 최대 3개월 정도 기간에 처리 완료됐다.

임이자 의원은 “특별근로감독과 국정감사를 회피한 네이버의 교묘한 지연 조사 건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세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며 “고의적인 조사 지연 행위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므로 직장내 괴롭힘 대표기업 네이버에 대한 강력한 처벌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늑장조사 사유를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네이버는 임이자 의원실에 해당 사건이 오래 전에 벌어졌기에 조사에 시간이 오래 소요됐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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