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정부의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방침에 역행하며 철도 물류정보를 제공하는 NXLogis를 상대로 데이터 차단 조치를 하는 등의 사실상 허가권을 행사해 비판이 나온다. 코레일이 민간에서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를 규제(허가·승인)한 셈인데 이는 법적근거 없는 규제 즉 ‘그림자 규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시민단체에선 코레일이 ‘그림자 규제’를 만들지 말고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에 동참할 것을 주장했다.

공공데이터 활용하던 민간 플랫폼 데이터 차단한 코레일 

NXLogis는 철도에 관심이 많은 민간인 A씨가 2017년에 코레일 공공데이터를 수집해 만든 철도정보 플랫폼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코레일이 제공하는 홈페이지나 앱에 비해 사용하기 편리할뿐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인근 역을 검색하거나 역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특정 열차가 언제, 어떤 역들을 거쳤는지 차량 운행이력을 보여주는 기능도 코레일 앱과 비교할 때 차별점이다. ‘열차정보 조회’, ‘운행정보 조회’, ‘선로현황’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 NXLogi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NXLogis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런 가운데 코레일이 지난 7월20일 자사의 원천데이터인 화물열차 출도착 데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온 NXLogis의 데이터 접근·활용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웹 크롤링 차단)를 했다. 코레일 측에선 자신들이 제공한 데이터를 NXLogis가 제3자에게 제공한 사실, 트래픽 유발, 코레일 직영 물류정보서비스의 존재, 정보 제공 중단을 요구하는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NXLogis 측에 데이터 활용 차단사유를 통보했다. 

NXLogis를 만들고 운영해온 A씨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수송원으로 일하는 분이 그러길 NXLogis 차단으로 그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이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철도업계에서 일하는 이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NXLogis 복구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오픈넷은 NXLogis 측을 법적으로 조력하며 코레일 측에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 이들의 항의로 코레일 측은 지난달 30일 코레일 데이터 수집 ‘허용’과 사용을 ‘승인’했고 9월부터 NXLogis가 서비스를 재개했다. 

▲ NXLogis 차단 당시 올라온 게시글
▲ NXLogis 차단 당시 올라온 게시글

한달 이상 서비스를 이용을 막은 최악의 사태는 일단락했지만 오픈넷은 코레일이 법에서 정하지 않은 이유로 공공데이터 접근에 대한 규제(정보제공차단과 허용·승인 등)를 만든 것에 대해 지적했다. 

코레일 데이터 차단과 승인은 그림자규제

오픈넷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코레일의 ‘허가’와 ‘승인’은 법적 근거 없는 ‘그림자 규제’”라며 “코레일이 공공데이터 이용 저해하며 국민 알권리를 제약하고, 법령에 근거를 두지 않은 규제를 임의로 창설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레일은 국민의 공공데이터 이용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민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책무가 있는 공공기관”이라고 했다. 

코레일이 데이터 제3자 제공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오픈넷은 “철도 정보는 이미 코레일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민들에게 제한 없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라며 “이미 공개한 정보를 민간에서 이용 편의를 증진하는 방식으로 가공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공공기관에 의해 공개될 수 있는 정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공데이터법의 취지에 대한 몰이해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데이터법 제26조 제2항은 “공공기관의 장은 해당 기관이 개발·제공하고 있거나 개발 예정인 서비스에 관련 공공데이터가 포함돼 있다는 사유로 공공데이터의 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 기차. 사진=코레일
▲ 기차. 사진=코레일

기재부, 공공데이터 전면개방 방침 밝혀

오픈넷은 기획재정부가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방침을 선언한 것에도 주목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주재한 지난 23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지금까지 해온 공공데이터 개방과 달리 이번에는 국민 수요가 높은 핵심 데이터를 우선 선정해 단계적으로 개방하게 된다”며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 태스크포스에서 추후 2단계로 산업, 환경 등에 대한 데이터 개방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민간-공공기관 협력 강화방안’을 보고·확정했는데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게 핵심내용이다. 

오픈넷은 “공공기관인 코레일이 철도 운행정보에 대한 국민 알권리 증진과 공공데이터 이용 활성화에 앞장서기는커녕 방해한 것”이라며 “코레일이 내세운 정보접근 차단 사유는 공공기관이 준수해야 할 공공데이터법 기본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조속히 공공데이터 이용을 저해하는 ‘그림자 규제’ 단속에 나서길 바란다”라며 “코레일이 정부의 공공데이터 전면 개방 방침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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