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최근 한전 영업실적이 하락한 이유는 고유가에 따른 연료비 상승에 주로 기인하며, 에너지전환 정책과는 전혀 무관하다”(2019년 10월23일)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탈원전과 무관하다.”(2021년 9월24일) 

이랬던 산업통상자원부가 ‘돌변’했다. 산업부는 경향신문 6월24일자 기사 “한전 사상 최대 적자, 원인이 ‘탈원전’?”과 6월28일자 사설 “전기료 인상하면서 탈원전 탓, 사실 왜곡은 해법 될 수 없다” 등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정정 보도 조정신청에 나섰다. 

경향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한전의 불어난 적자는 급등하는 연료비와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는 만큼, 정치 쟁점화 대신 요금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도했다. 사설에선 “원전 비중이 줄어 한전 적자가 누적된다는 정부 주장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전기요금 인상 책임을 전 정부의 탈원전 탓으로 떠넘기려는 구차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산업부는 언론조정신청서에서 “지난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원전의 이용률과 전력거래량 비중이 줄었다. 원전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전력 생산비용이 높은 LNG 발전 비중이 증가했고, 한전 적자 누적의 요인이 되었다”며 경향신문이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은 이 같은 상황을 전한 뒤 “산업부 관계자가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 민사소송 운운하며 압박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고 우려하며 산업부 해명을 반박했다. 문재인정부 시절엔 한전의 영업실적 하락이 에너지전환 정책과 무관하다 해놓고, 윤석열정부에선 지난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 때문이라고 입장을 바꿨다고도 꼬집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의원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이원영 의원실

양이원영 의원은 “한전 흑자가 4조900억원(2020년)일때나 5조8600억원 적자(2021년)일때나 원전 발전 비중은 29%와 27.4%로 큰 차이가 없었고 LNG 발전 비중 역시 26.4%와 29.2%로 3% 이내의 차이만 있었다”며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가스발전비용과 그에 따른 도매 전기요금(SMP)이 한전 영업이익에 큰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전에 따르면 2020년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42.3달러였고, 2021년엔 69.4달러로 올라 도매 전기요금이 68.87원에서 94.34원으로 상승했다. 도매 전기요금은 올랐는데 소매 전기요금은 오히려 떨어지며 원가 회수율이 낮아져 적자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올 상반기 원전 비중은 30%가량으로 높아졌으나 한전 적자는 14조3000억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도매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연료비가 급상승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2달러로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부 스스로도 한전 적자가 연료비 상승에 기인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양이원영 의원은 “산업부는 문재인정부 시절 원전 비중이 다소 감소한 것에 대해 ‘정부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다’, ‘원전 정비 때문으로 원전, 한전 적자와 연결 말라’고 주장해왔다”며 “정권이 바뀌고 자기부정까지 하며 사실을 보도한 언론을 압박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정쟁에 끼어들어 언론탄압에 몰두할 게 아니라 올 겨울 에너지 위기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8월22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양이원영 의원은 정승일 한전 사장에게 “고유가 시기 때문에 한전이 적자가 발생하는 거죠?”라고 물었고, 정 사장은 “연료비 요인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 역시 “한전 적자나 가스공사의 가스 수급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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