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편집국장 권한을 ‘취재국’으로 낮추고 그 위에 콘텐츠본부장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시행한다. 서울신문 경영진은 개편 이후 편집국장 직선제 시행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지난 7일 확정된 서울신문 조직개편안을 사내 공지했다. 개편이 예정된 조직도와 서울신문 설명에 따르면, 서울신문은 편집국장을 지휘하는 임원으로 ‘콘텐츠본부장’ 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콘텐츠본부 아래엔 기존 편집국을 △편집국(취재국) △신문국 △뉴미디어국으로 나눠 배치한다. 편집국장의 권한이 취재 부서를 모아놓은 ‘취재국’으로 격하되는 모양새다. 개편 이후 콘텐츠본부장을 비롯한 본부장은 임원급으로 이사회가 선출하게 된다.

이호정 서울신문 경영지원 담당 상무는 “콘텐츠본부장은 콘텐츠 관련해 기존 서울신문 편집인보다 확대된 권한을 갖게 된다”며 “신문과 뉴미디어, 콘텐츠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다. 편집국(취재국)은 분량과 관계없이 기자들이 취재에 집중하고 새로운 영역을 도전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콘텐츠본부장은 편집회의에 참여하지 않으며, ‘편집인’ 직책을 존치할지는 미정이다.

▲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 사진. 서울신문은 오는 30일 서울신문 사옥을 프레스센터에서 1대 주주인 호반건설 본사 사옥인 우면동 호반파크로 이전한다.
▲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사옥 사진. 서울신문은 오는 30일 서울신문 사옥을 프레스센터에서 1대 주주인 호반건설 본사 사옥인 우면동 호반파크로 이전한다.

조직개편 이후 서울신문은 직선제로 선출되는 편집국장 권한을 축소하는 한편 사측이 선출한 콘텐츠본부장 지휘 아래 놓는 셈이다. 

한국일보의 경우 편집국과 신문국을 총괄하는 콘텐츠본부장을 두고 있지만 편집국장이 취재와 온라인 보도에 대한 최종권한을 지닌다. 중앙일보의 경우 A(신문 제작)와 M(뉴스룸)으로 조직을 나눴는데, 중앙일보M 편집인 아래에 콘텐츠본부장 없이 편집국과 모바일 서비스국을 두고 있다. 한겨레의 경우 편집국장이 콘텐츠총괄과 신문총괄을 지휘하는 최종 책임자다.

개편안엔 그밖에 편집국 아래 문화부와 체육부를 문화체육부로 통합하고, 세종시의 경제 부처와 사회정책 부처 출입처는 세종취재본부로 통합해 신설하는 등의 안이 포함됐다. 곽 사장은 “개편의 핵심은 책임경영, 조직 효율화, 디지털 컨텐츠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컨텐츠 강화”라고 했다. 현 온라인뉴스 담당인 나우뉴스부(개편 뒤 뉴미디어랩)은 길게는 분사를 목표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호반건설이 최대 주주가 된 뒤 첫 편집국장이었던 황수정 국장은 사의를 표해 곽 사장은 새 국장 후보를 지명했다. 곽 사장은 지난 12일 공지를 통해 “황수정 편집국장이 임기가 남아있지만 오늘(12일) 편집국 부장단 회의에서 사의를 밝혔다”며  “새 편집국장 후보로 김상연 부국장 겸 정치부장과 이지운 광고국장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곽 사장은 “황 국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사의를 밝혔다”며 “조직개편과 양재동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조직,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 편집국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황 국장은 지난해 9월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지분 과반(의결권 기준)을 인수한 직후 10월22일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신문 편집국장 임기 규정에 따라 다음달 임기 1년을 마치고 중간평가를 거쳐 6개월 연장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으나 이에 앞서 사의를 표했다.

곽 사장은 “이지운 국장과 김상연 부국장을 지명한 중요한 이유는, 능력은 기본이고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있고 정치부 경력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이 국장과 김 부국장은 정치부 경험이 풍부하고 각각 베이징특파원과 워싱턴특파원을 거쳐 국제감각도 갖췄다. 아무래도 정권 초기에는 정치뉴스가 많고, 어느 때보다도 정치뉴스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부국장과 이 국장은 1995년 서울신문에 입사했다.

곽 사장은 10월 조직개편 이후엔 편집국장 선출제 시행을 중단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서울신문은 편집국장 선출규정에 관한 노사합의에 따라 사장이 편집국장 후보를 2명 지명하고, 편집국장 구성원들은 두 후보자의 토론회를 거쳐 국장을 투표로 선출해왔다.

곽 사장은 “새로운 조직에서는 현재의 편집국장 역할이 편집국장(취재국장)과 신문국장, 뉴미디어국장으로 나뉜다. 그래서 편집국장 선거를 할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오는 것 같다”며 “새로운 조직개편의 효력이 발효되기 전이라는 점에서 ‘편집국장 선출 규정에 관한 노사 합의문’을 존중하여 편집국장 후보를 지명한다”고 했다. 편집국장 선거 제도가 조직개편 이후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을 시사한 것이다.

이호정 상무는 통화에서 곽 사장의 편집국장 직선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회사는) 내년부터 조직을 바꾸기 때문에 편집국장 직선제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느 제도로 갈지는 앞으로 노동조합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본부장이 기존 편집국장의 역할이겠지만 개편 뒤 본부장은 임원급이기에 이사회가 선출한다”고 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3일 간 서울신문 사옥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우면동 호반건설 본사 사옥인 호반파크로 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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