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옴에 따라 부산일보 전·현직 직원 28명(퇴직자 10명과 현직 18명)이 그동안 운영돼온 임금피크제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삭감분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일보는 2016년 첫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이후 2019년까지 총 3차례나 제도를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의 나이 기준·감액 비율 등이 바뀌는 혼란으로 이중, 삼중 부당한 차별을 받았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언론계에서 행해진 첫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인 만큼 관심이 쏠린다.

부산일보 임금피크 대상자 권리회복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지난달 26일 부산지방법원에 ‘임금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6년부터 시행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 주장하며 지금까지 밀린 임금과 퇴직연금손실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1인당 평균 청구 금액은 6600여만 원이다. 소송 제기에 앞서 추진위는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를 통해 사측에 이와 같은 입장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부산일보 사옥.
▲사진=부산일보 사옥.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일보는 2016년 9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당시 노사합의로 부산일보는 근로자가 만 55세에 도달하면 직전 년도 소득총액의 25%를 삭감하기로 했다. 이어 56세 역시 25%를 감액했다. 57세는 65%, 58세는 75%, 59세는 80%를 삭감하기로 했다. 근로자의 정년을 기존 57세에서 60세로 늦췄다고 해도 감액 비율이 큰 폭이었기에 언론계에서도 논란이 컸다.

다만 당시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보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55세 이후부터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임금이 감소한 해당 근로자에게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가 적용되는 날부터 2018년 12월31일까지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에 삭감된 임금 중 일부는 보전받을 수 있었다. 이후 2018년 1월 임금피크제를 개정했는데, 1차 임금피크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만 57세는 60%, 58세는 65%, 59세는 70%를 감액하기로 했다.

사측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직원들은 소장에서 “2017년 과 2018년 2회에 걸쳐 모든 정규직 및 계약직 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 각 200만 원을 ‘정부 지원금 삭감 내지 수령 중단’이 우려된다는 해괴한 논리로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긴 후인 2019년부터는 사측은 ‘3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했다. 임금피크제 시행 시기를 만 57세로 늦추고 3년간 수령 비율을 60%, 55%, 50%로 증액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소장에서 “그런데 위 개정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서도 이전 임금피크제 규정(만 55세부터 시작)에 따라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다 해제된 57세 미만 근로자들이 57세에 도달해 새로 위 개정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때는 직전 년도의 임금이 아니라 55세에 도달하기 직전 년도의 임금을 기준임금으로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2007년부터 노사가 합의해 2018년까지 ‘52세에 도달하는 때부터 정기 승급을 정지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시행해 온 것도 임금피크제에 영향을 미쳤다. 2019년 1월에 승급 정지 도달 연령을 54세로 늦춘 후, 2020년 1월엔 이 제도 자체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소장에서 “2020년 1월 자로 정기 승급 정지 제도를 폐지했으나, 이미 승급이 정지된 근로자들에 대한 소급 적용은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소송에 참여한 A 직원은 12일 미디어오늘에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52세에 도달하는 때부터 정기 승급을 정지한다는 규정의 적용 대상자들이 있다. 젊은 후배 중에서 선배들보다 호봉이 높은 후배들이 생겨났다. 동일노동을 하는데, 임금은 적게 받고 있다”고 설명한 뒤 “회사와 원만한 합의를 하려고 했으나, 사측이 차일피일 미루며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 저희가 주장하는 금액을 주게 되면 ‘업무상 배임’이라는 말을 했다. 다니고 있는 회사를 상대로 법적 다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임금피크제가 신규 고용을 위함이 아닌 인원 감축에만 골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원들은 “2022년 8월1일 사내 온라인 게시판에 게재된 회사 측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계획’안에 따르면 회사는 임금피크제가 본격 도입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3명을 채용했다”면서도 “이 기간 48명이 퇴사했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보다 퇴사 사원이 2배 더 많다는 사실은 신규 채용을 소홀히 했음을 증명한다”고 토로했다.

이 사건에 소송대리인인 이미현 법무법인 율해 변호사는 “부산일보의 경우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연령에 따른 임금 차등지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부산일보 관계자는 12일 미디어오늘에 “대법원 판결 이후에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 부분에 있어서 회사가 검토하고 고민했다. 노조 측에서도 이야기가 있었다”면서도 “과거 임금피크제를 노사합의로 도입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정년 연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판결이었다. 정년 연장을 하고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경우엔 (근로자가) 소송에서 진 경우가 있다. 정년을 연장하고 이렇게 된 거라 안타까운 상황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관계자는 이어 “과거 적자가 너무 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소송을 제기한 분들이 노조를 통해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보상액의 책정이라든지 등을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갑자기 다른 회사의 사례가 나왔다고 해서 급하게 판단할 순 없다. 법적 절차와 회사의 공식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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