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방송의날 기념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불참했다. 축하연 장소 앞에선 보수 성향 방송사 노동조합과 단체들이 공영방송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2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방송의날 축하연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해 국무총리 축사를 전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통상 취임 첫 해에 이 자리에 참석해 방송정책 기조와 대언론 메시지를 내놨으나 윤 대통령은 불참하고 축사도 전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아닌 국무총리 축사를 국무조정실장이 대독한 것은 유례 없는 일이다.

공영방송 경영진의 방송독립성 탄압 논란에 여야 대표들도 불참했던 2017년,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연에 불참했으나 축사를 보냈고 이를 이효성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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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한덕수 총리가 지방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양해를 구한 뒤 축사를 대독했다. 이 축사에서 한 총리는 “우리는 대한민국이 처음 전파를 쏘던 날과 확연히 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며 “사회적 갈등이 심할수록 방송은 정파적 시각에 기울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창달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에 헌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성이 반지성을 이기는 사회, 사실이 거짓을 이기는 사회, 무분별한 억지와 선동 대신 과학에 기반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방송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방송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잊지 않고 손 내밀 수 있도록, 어려운 분들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 곳곳에 전달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9월2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제59의 방송의날 축하연이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9월2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제59의 방송의날 축하연이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한 총리는 또한 “변화한 상황에 맞지 않는 법체계를 정비하고 방송시장을 발목 잡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겠다. 방송 공영성을 강화하고 신뢰성을 보강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도 만들겠다”면서 “정부와 방송이 하나의 ‘드림팀’이 되어 대한민국 방송의 새로운 황금기를 걸어 나가자”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경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방송법 1조를 언급한 뒤 ‘공영방송 독립’을 언급했다. 김 의장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 공적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건 여야를 넘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대원칙”이라며 “공영방송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에 대한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충실히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하연에 귀빈으로 참석한 이들 중에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건배제의를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방송콘텐츠 미디어 산업 전반에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란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누군가는 앞길을 밝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 또한 이 자리에 계시는 방송인 여러분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2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제59의 방송의날 축하연이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철 KBS 사장. 사진=한국방송협회
▲9월2일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제59의 방송의날 축하연이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현재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철 KBS 사장. 사진=한국방송협회

한국방송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철 KBS 사장은 이날 “방송은 미디어소비자들이 진영으로 갈라진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로 갈등을 최소화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아낌 없는 지원으로 화답해주리라 믿는다. 낡고 불공정한 규제들을 과감히 혁파해달라”고 요청했다.

방송의날 축하연이 이뤄지는 동안 행사 장소인 63컨벤션센터 인근에선 보수 성향 단체들이 모여 ‘공영언론 사장 퇴진촉구 규탄집회’를 가졌다. KBS 김의철 사장과 이사회를 상대로 국민감사를 청구한 KBS와 MBC의 소수 노동조합과 전직 공영방송 경영진이 참여한 단체 등이다.

이들은 김의철 KBS 사장, 박성제 MBC 사장, 우장균 YTN 사장, 성기홍 연합뉴스 사장 등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과 피켓 등을 걸고 퇴진을 요구했다. 63컨벤션센터에서 200여미터 길이에 이르는 집회 장소 주변엔 경찰력이 투입돼 집회 참여자들의 인도, 차로 진출 등을 통제했다. 집회 주최측 대표자들이 항의서한을 전하겠다며 축하연 장소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한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9월2일 한국방송협회 주최 방송의날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앞에서 보수단체들의 공영언론 사장 퇴진 촉구 집회가 진행됐다. 일부 참여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며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9월2일 한국방송협회 주최 방송의날 축하연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앞에서 보수단체들의 공영언론 사장 퇴진 촉구 집회가 진행됐다. 일부 참여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겠다며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이날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대한민국월남참전자회·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등 소속으로 군복, 국기가 새겨진 모자 등을 착용한 채 모였다. 특히 월남전참전자회 측은 베트남전에 참가한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최근 KBS ‘시사멘터리 추적’ 보도에 대한 항의를 높이며 KBS 사장, 경영진, 취재·제작진 사퇴를 요구했다. 집회 현장에선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자신을 국가유공자, 참전용사라 밝힌 이들은 “우파 노조 분들이 월남전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하고 우리 위상을 높여줄 것”이라면서 집회를 마련한 KBS 소수 노조 측에 박수를 보냈다. 허성권 KBS노동조합은 이 자리에서 “‘민노총’ 노조와 노조 출신 간부들이 또 사고를 쳤다. 30만 유공자분들을 학살자, 살인자로 왜곡하고 재판에 영향을 주기 위해 뼛속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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