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 광복절 행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모습. ⓒ연합뉴스
▲8월15일 광복절 행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관저 이전이 김건희 여사의 개인적 판단으로 이뤄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한겨레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성명불상’이다. 고발인을 확인할 수 없는 고발은 이례적이다.
 
한겨레는 지난 4월27일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임장하듯 관저 결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당선자 쪽이 새 대통령 관저를 애초 지목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갑작스레 바꾼 데에는 당선자 부인인 김건희씨의 외교장관 공관 방문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듯한 정황이 여럿 발견된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고발인이 가려져 있다. 고발 시점도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언론보도에 따른 고발은 대표이사도 피고발인에 포함되는데 이번 경우엔 취재기자만 특정했다. 취재기자는 오는 5일 마포경찰서에서 피고발인 조사를 받는다. 

▲4월27일자 한겨레 기사 제목.
▲4월27일자 한겨레 기사 제목.

한겨레는 해당 기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4월16일 또는 4월17일경 외교장관 공관을 구석구석 둘러보고는 “여기가 맘에 들어”라고 말했으며, 공관 정원을 둘러보다 “저 나무는 (공관 건너편 남산 쪽) 경치를 가리니 베어야겠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고발장에 의하면 성명 불상 고발인은 이 같은 내용이 ‘김건희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겨레지부는 1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관저 이전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을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이 외교장관 공관을 둘러보며 이전과 관련해 발언했다는 건 중대한 공공적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저 이전 결정이 오락가락하는 과정에 혹시 당선자 부인의 외교장관 공관 방문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신뢰할 만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확인된 사실을 기반으로 정황적 의심을 제기하는 차원에서 보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지부는 “대통령 관저 이전을 인수위가 정부 부처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가 기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으며 “당선자 부인은 엄연한 공인이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공공의 큰 관심사인데 공론장에서 폭넓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를 보복성 형사고발로 대응한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우려했다.

마포경찰서는 정보공개청구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고발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지부는 “기자의 방어권 행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회사의 대응과정에서 성명불상 고발인이 국민의힘 쪽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형사고발은 대통령 부인을 위한 국민의힘의 대리 고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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