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 사업 용도 변경이 박근혜 정부의 협박 탓이었다는 발언을 두고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재명 의원 측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민주당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이 대표의 서면 답변만 받았다고 비판했다. 이에 경찰은 “증거 수집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충실히 수사했다”고 재반박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 4건 중 이 사건 한 건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송치하고 나머지 3건은 불송치했다. 경찰은 이재명 대표를 소환조사하지 않고 서면답변만 받았다.

신동현 반부패·경제범죄수사2계장(경정)은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백현동 개발 사업 관련 이재명 의원 발언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부분을 지난 26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고, 다른 이 의원 관련 3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불송치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9월9일이다.

허위사실공표 대상이 된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지난해 10월20일 국토교통위가 실시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당시 국정감사장에서 ‘백현동 사업에 특혜를 줬다고 생각하느냐’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그것은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공공 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당시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 43조 6항을 들어 “국토부장관이 ‘도시관리계획의 변경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는 의무 조항을 만들어 놨다”며 “만약에 안 해 주면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 다 해 주라는 말은 없으니까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고 기자회견을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하라 협박해서 해줬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20일 경기도지사 시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질의에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안들어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0월20일 경기도지사 시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질의에 박근혜 정부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안들어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당시 국토교통부 공문을 보면 협박으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 나온다. 박 의원이 지난해 국감 이후 공개한 국토부의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 요청(한국식품연구원)’을 보면 국토부는 2014년 10월1일 성남시장에게 “성남시에 소재한 한국식품연구원은 ‘공공 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 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혁특법)’에 따라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나 종전 부당산 매각이 지연돼 이전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공공 기관 지방 이전 사업이 국가정책 사업임을 감안해 한국식품연구원 종전부동산이 조속히 매각 및 활용될 수 있도록 귀 기관에서는 용도변경 등을 저극적으로 협조‧지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노동조합은 지난해 10월27일 성명을 내어 협박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국토부 노조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협박 발언의 진위 여부는 모르지만, 협박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성명을 냈다”며 “아직 입장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엔 성남시 스스로 이를 단순 협조 요청으로 판단해 당시 이재명 시장에 보고한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8일자 ‘[단독]이재명, 해명과 달리 ‘백현동 용도변경’ 의무 아니라는 보고 받았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기 성남시장 시절 허가한 분당구 백현동 개발 사업의 용도 변경이 성남시의 의무는 아니라는 보고를 직접 받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며 과거 자신의 발언과 배치되는 문건이라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10월1일 성남시장에게 발송한 공문. 사진=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10월1일 성남시장에게 발송한 공문. 사진=박수영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동아일보가 공개한 공문을 보면,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2014년 12월 12일 당시 시장이던 이재명 의원에게 보고한 ‘식품연구원 용도변경 재신청에 대한 검토 보고’ 문건에서 “국토부에서 협조 요청(용도 변경)한 문서는 혁특법에 의해 국토부 장관이 수립하는 종전부동산 처리 계획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기재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같은 내용에 따라 이재명 대표의 ‘협박’ 발언이 허위인 것으로 판단했는지를 두고 경찰은 송치 근거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신동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2계장은 “수사결과통보서(송치 이유, 불송치 이유)는 당사자들한테는 보내서 설명한다”며 “실제로 결과 통지 했으나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해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기소하기로 정해놓고 한 수사 아니냐며 반발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9일 서면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표의 취임 첫날 곧바로 조여 오는 사정의 칼날에 담긴 정치적 목적이 섬뜩하다”며 “그동안 제대로 된 조사도 없었다. 경찰의 요청에 이재명 대표가 서면 답변한 것 외에 관계자 조사조차 안 했다. 요식만 갖춘 수사였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의원 측은 30일 미디어오늘에 보낸 SNS메신저 답변에서 “당시 공무원들이 국토부로부터 실제 압박을 받았다고 밝히고, 이를 취재했던 기자도 있는데, 기소를 강행한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난에 경찰은 공정하게 수사했다는 입장이다.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신동현 계장은 “법과 원칙에 의해 공정하게 수사했다”며 “필요한 조사와 증거를 수집하는 등 충실히 수사했다”고 재반박했다. 신 계장은 허위 사실 공표 외에 이재명 대표의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배임) 의혹 등에 대한 본 사건의 경우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가 지난 18일자로 공개한 성남시의 2014년 12월12일 자 내부 업무보고 문서. 동아일보 2022년 8월18일자 12면
▲동아일보가 지난 18일자로 공개한 성남시의 2014년 12월12일 자 내부 업무보고 문서. 동아일보 2022년 8월18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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