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모두 파기했다고 했던 행정안전부가 돌연 공문 형태로 된 명단은 있다고 뒤늦게 시인하고 나서 대국민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실무자의 잘못이라고 실무자 탓을 해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 취임식에 극우 유튜버를 포함해, 도이치모터스 회장 아들이 참석했을 뿐 아니라 관저 공사업체 대표 등의 경우 김건희 여사가 직접 초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행안부나 대통령실은 명단 자체가 없다고만 밝혀왔다. 특히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명단을 파기한 것으로 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

KBS는 28일 행정안전부가 명단을 보관중이라고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답변한 내역을 보도해 파장을 낳았다. 행안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취임식 초청대상자 명단은 개인정보로서 관련 법령에 따라 지난 5월10일 취임식 종료 직후 삭제했으며 실무추진단 사무실에 남아 있던 자료도 5월13일 파기했다고 밝혔으나 사실과 달랐다.

이를 두고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심사에서 ‘자료 요청했을 때 다 파기했다고 하더니 어제 언론방송(KBS)에 나온 것을 보니 공공기록물은 관리하고 있어서 이관시키려고 한다고 나온다’고 질의하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그제서야 보관 중인 사실을 시인했다. 이 장관은 “취임식 초청자 명단이 공문 접수하는 명단과 인터넷이나 이메일로 신청과 추천을 받는 명단 가운데, 공문으로 받은 명단은 여전히 처음부터 지금까지 명단이 있다”며 “인터넷이나 이메일로 추천이나 신청을 받은 명단은 단순 개인정보여서 취임식 직후에 다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이 ‘지난 5일 개인정보 법에 따라 초청자 명단과 관련 문서 일체를 파기했다고 발표했지 않느냐’고 묻자 이상민 장관은 “그건 아마 실무자가 잘못 한 것 같은데, 처음부터 체계적으로”라고 답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되니 말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 질의에 이 장관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취임식 명단 존재 여부 질의에 공문형태로 된 명단은 보관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국회) 갈무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취임식 명단 존재 여부 질의에 공문형태로 된 명단은 보관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국회) 갈무리

 

‘파기한다고 했다가, 다시 공공기록물은 갖고 있고, 이전 이관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을 바꾸면 되겠느냐’, ‘의원실에도 자료를 다 파기했다고 안주면 되겠느냐’고 따지자 이상민 장관은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처음부터 오해가 없도록 설명했어야 했는데 부분부분 설명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8일 온라인 기사 ‘[단독]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 파기했다더니…“명단 보관 중”’에서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보관하고 있는 사실이 KBS 취재 결과 확인됐다”며 “정부는 각 기관으로부터 공문으로 접수한 초청자 명단을 보관 중이며 국가기록원으로 이관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KBS는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행안부의 답변을 보면 초청자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폐기했지만, 공문으로 접수한 초청자 명단은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을 추진 중”이라며 “남아있는 명단에는 초청자의 이름 뿐만이 아니라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등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고, 발행된 초청장이 4만4570장으로 4만여 명으로 알려져 있던 취임식 초청자 수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KBS가 28일 기사에서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 취임식 명단을 보유중이라고 밝힌 내용을 보도 하고 있다. 사진=KBS 보도 갈무리
▲KBS가 28일 기사에서 행정안전부가 오영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통령 취임식 명단을 보유중이라고 밝힌 내용을 보도 하고 있다. 사진=KBS 보도 갈무리

 

앞서 미디어오늘은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지난 5월11일 참석자의 직함과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안부는 지난 6월2일 “별도 소속과 직함에 대한 정보는 수집하지 않았다”며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은 지난 7일 행안부가 대통령 취임식 명단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 있었던 18대 대통령 취임식(박근혜)과 지난 5월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윤석열) 등 두 차례 초청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지난 6월 행안부에 직접 민원을 통해 두 차례 취임식 초청 여부를 질의했다. 그러자 행안부는 “A씨는 제18대 및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일반국민 참여 신청으로 초청되셨음을 확인해드린다”라고 답했다.

대통령 취임식 명단, 5월엔 “정보부존재”→6월엔 확인→지금은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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