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때론 좋은 드라마 한 편이 수백 건의 기사보다 높은 영향력을 가진다. 수년 전 HBO에서 만든 <체르노빌>은 그 대표적 예다. 드라마는 단 하나의 장면으로도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모래시계>를 통해 5‧18 광주를 기억하고, <추노>에서 신분제의 모순을 체감하는 식이다. 시청자들은 때론 드라마라는 스토리텔링 가득한 미디어 속 메시지를 반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장애가 있는 여성 변호사를 중심으로 지금껏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드라마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조금 특별한 변호사가 법률적 지식을 유쾌하게 전달하는 ‘판타지’에 그치지 않고 불합리한 현실의 묘사를 피하지 않았다. 

1화에선 의처증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는 노인 여성이 등장했고, 2화에선 “결혼을 해야된다면 언니랑 할 거야”라며 동성 애인과 법정을 떠나던 성 소수자의 모습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드러냈다. 3화에선 피의자로 자폐인이 등장하는데, 무거울 수 있었던 장애-비장애인 간 ‘소통’이란 주제를 ‘펭수’라는 소재로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4화에선 삼 형제간 토지 상속 증여 계약 문제를 다루며 법을 모르는 평범한 사람이 어떤 억울함을 당할 수 있는지 보여줬고, 5화에선 기업 간 저작권 소송 문제를 다루며 법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 묘사했다. 6화에선 언제든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탈북 여성이 등장했고, 7~8화에선 건설과 보상금 이슈를 통해 ‘욕망의 시대’를 그렸다.   

9화에선 혁명가 방구뽕씨를 통해 어린이 인권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주고, 10화에선 장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복잡한 고민을 던졌다. 11화에선 로또 당첨금 소송전을 통해 악인을 변호하게 되는 변호사의 딜레마를 보여줬다. 12화에선 여성 노동자의 부당해고 소송 사건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장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꽤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명석 변호사는 말했다. “변호사가 하는 일은 변호에요.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의뢰인의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변호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우리가 가진 법적 전문성은 그런 일에 쓰라고 있는 거지 세상을 더 낫게 만들려고 있는 게 아닙니다.” 

반면 류재숙 노동‧인권 변호사는 말한다. “변호사는 사람이잖아요. 우리는 한 인간으로서 의뢰인 옆에 앉아 있는 거에요. 당신 틀리지 않았다, 나는 당신 지지한다. 그렇게 말해주고 손 꽉 잡아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인 거죠. 그러려면 어느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해야 돼요.” 

이렇듯 드라마 곳곳에는 수백 건의 기사보다 가치있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에 필요한 질문이 담겼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라던 마지막회 우영우의 대사처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먹먹한 위로와 연대도 있었다. 그 결과 0.9%로 출발한 1회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은 17.5%(16회)로 끝날 수 있었고, 7차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오를 수 있었다. 

최병주씨(샌드박스네트워크 총무팀장)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두고 “어설픈 답을 주기보다 적확한 질문을 주는 좋은 드라마였다”고 평가했다. 박순찬씨(전 경향신문 화백)는 “이상한 세상에서 한 발 짝 떨어진 우영우의 눈이 불합리와 불공정에 지친 사람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봄날의 햇살 같은 드라마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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