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당헌 조항은 유지하되, 이를 번복할 권한을 중앙윤리심판원(현행)에서 당무위원회(수정안)으로 개정하기로 하자 이재명 방탄용 꼼수라는 비판이 나와 여전히 논란이다.

당무위원회 의장은 당 대표이며, 위원회 구성을 당 대표가 하도록 돼 있어 외부인 위주로 독립적으로 구성된 윤리심판원과 달리 당 대표 의중대로 결정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에서다. 여러 언론 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를 비판하자 민주당은 “당무위원회가 한 사람에 의해서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밖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당 사무총장이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 직무를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한 당헌 80조1항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반면, △‘이 처분을 받은 자 가운데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한 제80조 제3항을 “제1항에도 불구하고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로 개정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그 전날 제80조 제1항도 하급심(1심) 금고 이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로 개정하기로 의결했으나 ‘이재명 당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이 조항을 남기고 3항을 바꾸는 절충을 했다.

그러나 이런 변경 역시 당 대표가 정치 탄압이라고 ‘셀프’ 결정을 할 수 있게 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당헌 제22조 제2항과 제3항 당무위원회 구성 위원을 보면, 당무위원회 의장은 당대표가 맡고, 위원도 원내대표, 최고위원, 국회부의장, 전국대의원대회 의장, 중앙위원회 의장, 전국위원회 의장, 사무총장, 상임위원장, 정책위의장, 정책연구소의 장, 중앙당후원회장,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선임하는 여성, 청년 등 5명 이하의 당무위원 등 100명 이하로 구성된다.

반면, 윤리심판원은 당헌 76조를 보면, 심판원장과 2명 이상의 부심판원장을 포함하는 9명의 심판위원으로 구성하며, 이 중 외부 인사를 심판원 정원의 100분의 50 이상이 되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외부 인사의 경우 중앙당윤리심판원장의 추천으로 해야 한다.

이를 두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치 탄압 등 부당한 기소인지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것을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로 옮겼는데, 당무위라는 것이 당 대표가 의장이고 당대표의 의중대로 간다”고 지적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후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당헌 80조 개정안이 꼼수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브리핑후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당헌 80조 개정안이 꼼수 개정이 아니냐는 비판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한겨레도 이날 6면 기사 ‘민주 ‘이재명 방탄’ 논란 ‘당헌 80조’ 유지하되 ‘예외’ 조항 수정 절충’에서 당무위 위원 구성을 들어 “당무위가 당 지도부의 의중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당 내 중론”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짜 1면 기사 ‘野 ‘기소시 당직정지’ 유지… 당대표가 구제할 수 있게 해 ‘꼼수 방탄’’에서 “당 대표가 의장인 당무위에 정치 탄압 시 구제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부여해 사실상 ‘꼼수 방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비판했고, 사설에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시·도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당무위가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동료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남발하면 부정부패 연루 정치인에 대한 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짜 6면 기사에서 “집행기관 특성상 당무위의 성향은 당 대표나 주류 의견에 기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지난해 대선 경선 때도 ‘경선 시기’나 ‘중도 사퇴자의 무효표 처리 방식’ 등 비명계와 친명계가 충돌할 때마다 당무위는 번번이 친명계의 손을 들어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어느 당 소속이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야당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 이제 와서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만 ‘정치보복’이라고 몰아붙여 자체 징계도 안 하겠다는 건 오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민주당의 윤리심판원이 9명 가운데 5명을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면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돼도 완전히 장악하기 쉽지 않은 구조이나 그러나 당무위는 사실상 당대표 사람으로 채워져 통제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러 건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이 어느 하나만 기소돼도 당 대표직을 잃을 위기에 처할 경우를 두고 이 신문은 “이 의원이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 새 당헌에 따라 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당헌을 고치려 하자 이재명 의원이 “공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면서 반대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일보 역시 사설에서 “비대위가 ‘절충안’이라는 미명 아래 당헌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정무적 판단으로 신속하게 구제가 가능하도록 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2022년 8월18일자 1면
▲동아일보 2022년 8월18일자 1면

 

이 같은 우려에 민주당은 특정인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은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연 백브리핑에서 ‘당무위의 부정부패 기소 당직자의 직무정지의 번복 여부가 결국 당 대표 의중대로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정치적 사안인지 정치 수사인지 정치 탄압인지, 윤리심판원에서 판단할 수 없다”며 “윤리심판원은 윤리적, 도덕적 부분 등 여러 가지 관련된 윤리심판을 하는 곳이데, 정치적인 사안까지 판단하게 한 것은 윤리심판원으로서의 취지엔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당 대표가 기소됐을 경우 일종의 셀프번복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특정인에 대한 것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당 내에 부정부패 연루된 잘못된 사안 발생된 것에 대한 취지이며, 그 대상은 누구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무위의 판단은 당대표든, 최고위원이든 다른 당직자든 당무위원회의 모든 사람이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특정 한 사람이 당무위에서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밖의 대안은 어떤 게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 대표가 기소됐을 경우 당무위원회가 논의구조에서 당 대표 참여를 배제 또는 기피할 방안은 없느냐는 질의에 신 대변인은 “당무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정치적 사안이기 때문에 당이 (당무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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