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언론인이자 해직 기자 출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앞에서 “교통방송(TBS) 내용이 거슬린다고 방송사를 문 닫게 하는 폐지 조례안을 발의하려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회는 TBS조례 폐지안의 올 정기회 통과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을 비롯해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것도 보인다. 사진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것도 보인다. 사진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이날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의 언론 상황은 또 다른 위기에 놓여있다”며 “언론을 향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기자를 지칭하는 비속어가 자연스러워지고, 기자들이 희화화되는가 하면 자칫 언론 본연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여전히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다. 자본 권력의 언론 침탈도 저널리즘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언론에 대한 지탄과 비난이 심하지만 언론과 기자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기자는 여전히 권력을 감시하고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관심을 갖는다.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방향을 제시한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취재하고 올바른 판단을 돕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기자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회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밝혔다.

김 협회장은 “지금이나 언론을 업으로 삼은 우리 기자들의 몸속엔 면면히 흐르는 기자 정신이 있다.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가슴,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집념과 열정, 불편부당과 정론직필”이라며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과중한 업무와 속보 경쟁에 대한 부담과 압박이 쌓여가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태해져선 안된다. 언론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선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이며, 그 방향의 끝에는 진실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한국기자협회 창립 58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사진출처=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축사를 위해 참석했는데, 원로 언론인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오 시장 앞에서 서울시의회가 강행하려는 TBS조례 폐지안과 관련해 비판 발언을 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동아일보 기자로 일했던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했다가 해직된 해직기자다.

이부영 이사장은 “우리 언론계는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지켜온 언론자유의 영역이, 공공의 언론영역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에 빠져든다”며 “유서깊은 신문들이 건설업자와 사기업주 손에 넘어갔다.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을 이전 정권이 방치하는 바람에 현 정권은 임기가 보장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KBS, MBC 사장들을 축출하려 한다. MBC에 대한 민영화 계획도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이부영 이사장은 오세훈 시장을 앞에 두고 “교통방송 TBS의 방송내용이 거슬린다고 신임 서울시장은 TBS 문닫는 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발의한다고 한다”며 “이처럼 현 정부에서 추진하려는 공영미디어를 장악하거나 민영화하려는 작업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자신들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공공영역을 사유화-민영화하려는 건설업자, 기업주들의 ‘소유권 자유’를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미디어를 비롯한 모든 것을 민영으로, 사유로 돌리는 것이 ‘자유’가 아니다. 지나친 민영화는 특정기득권세력의 이익만 지키는 ‘독재’로 가는 길이며 KBS, MBC, TBS 등 공공미디어를 지키는 것이 오늘의 언론자유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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