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정부패로 검찰에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을 폐기하기로 추진했다가 이재명 의원 한 사람을 위한 부패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하룻만에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 판단하고 구제할 수 있는 최종권한은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개정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우상호)는 17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 문제를 두고 오전 내내 논의한 결과 이같이 결론을 냈다고 신현영 당 비대위 대변인이 밝혔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서 현행 당헌 80조 제1항 ‘당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 부분을 놓고 논의한 결과 “비대위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다만 80조3항을 정치탄압등 부당한 탄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당무위원회’가 달리 정할 수 있다고 한 수정안을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전준위 회의와 의총을 통해서 여러 의견들에 관해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안을 절충안으로 마련했다”며 “80조1항은 과거 혁신위가 만든 부정부패 연루된 정치인에 대한 내용으로 이를 존중하면서도 억울하게 정치 탄압이나 정치 보복으로 인해 기소 당하는 당직자에 대한 예외 조항을 마련해, 당무위원회가 이런 부당한 기소나 판결에 대해 달리 정할수 있다고 한 절충안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비대위 의결안을 오는 19일 오전 10시 당무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하고, 이후 24일 10시에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왜 정치 탄압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최고위원회’가 아니라 ‘당무위원회’로 결정했는지 질의하자 신 대변인은 “최고위와 당무위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고, 최고위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논의 기구에서 결정하는 것이 이런 부정부패나 정치 탄압 수사에 대해 결정하는데 있어 공신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 17일 낮 국회 당대표 회의실 앞 백브리핑에서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1항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이 17일 낮 국회 당대표 회의실 앞 백브리핑에서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당헌 80조1항을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신 대변인은 ‘전당대회 이후 친명 최고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반영됐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최고위 내부의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상황들 검토하고 감안했을 때는 당무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일 것이라는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이 문제가 지난 1일 당 청원시스템에 올라온 이후 7만명의 청원동의가 이뤄진 반면, 극심한 반대 목소리도 나온 점이 당 주요 기구의 결정을 하룻만에 사실상 번복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16일 80조1항을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서 ‘하급심(1심)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으로 개정한 안을 의결해 이 안이 17일 비대위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의원총회 등에서 당내 반대 목소리가 많았고, 7년 전 야당시절 깨끗한 당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만든 당 혁신안을 유력 당 대표 주자인 이재명 의원의 보호를 위한 폐기처분한다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퇴행적이라는 강력한 반대 명분을 짓밟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당권 뿐 아니라 당 제도까지 이재명 일색으로 바뀌는 데 대한 견제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비대위원들이 당헌 개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쳐서 유지하는 걸로 결정된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신현영 대변인은 “비대위원 한분 한분 의견은 개인 의견이지만 (이날 회의에서 의견은) 각각의 대표성이 있는 비대위원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특히 전준위에서 논의된 사안과 안건을 바탕으로 해서 어제 의총에서도 많은 의원들의 의견 그리고 비대위원들이 어제오늘 수렴한 당 내 의견들을 총합해서 어떤 안이 가장 합리적이냐를 오늘 오전 내내 논의를 하면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답했다.

당헌 개정에 여러 차례 반대 목소리를 냈던 박용진 의원은 이날 소식을 듣고 내놓은 입장에서 “동지들과 함께 민주당을 민주당 답게 하는 첫 발을 뗐다”며 “당헌 80조의 정신을 살리면서도 여러 동지들의 의견을 함께 포용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당심과 민심, 동지들이 함께 목소리를 낸 데 귀 기울인 결정”이라며 “함께 의견을 모으면 합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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