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의 인사 쇄신을 해선 안 된다고 외부의 인적 쇄신 요구에 선을 긋자 말로만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온다. 정치권과 시사평론가 등은 ‘오히려 정치적 목적의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 ‘국정 지지가 낮으면 개혁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사 쇄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민생을 꼼꼼하게 받들기 위해서 아주 치밀하게 점검을 해야 되는 것이지 어떤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라든가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그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힌 대목이 논란이다.

여권 성향 시사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낮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당분간 인적 쇄신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언론이나 야당이나 일부 저 같은 평론가가 얘기하는 것처럼 ‘비서실장, 홍보수석, 대변인 바꿔야 한다’ 등 인적 쇄신에는 생각이 없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장 소장은 특히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인적 쇄신을 안 하겠다, 잘못됐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원하고 있지 않느냐. 지지율이 지금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서 국민들이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인적 쇄신’이고, 인사 문제가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말로는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경청하겠다’고 하지만 ‘당분간은 내 생각대로 밀고 나갈 테니까 나의 뜻과 취지를 이해해 달라’고 항변하는 것처럼 들려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소장은 특히 “윤 대통령이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교육 개혁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지지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기 힘들다”며 “반대 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강력한 국민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하지만,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개혁하기란 힘들다”고 설명했다.

▲시사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17일 낮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시사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17일 낮 YTN 뉴스N이슈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YTN 영상 갈무리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같은 방송에 나와 “지금 인적 쇄신하라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렵고, 미래가 안보여서 걱정된다’는 건데 이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보고) 바꾸지 않겠다라고 해석”한다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은 곧 민생, 한반도 평화 등인데, 이런 것들을 안 하겠다라는 선언이라서 정말로 답답하게 들리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회견을 본 뒤 윤 대통령에 쓴소리를 남겼다. 유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다.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데, 대통령이 현 상황을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걸 바꿀 각오가 되어 있는지, 오늘 기자회견으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썼따.

유 전 의원은 특히 “주변의 무능하고 아부만 하는 인사들부터 과감하게 바꾸라”며 “영혼 없는 관료, 캠프 출신 교수들로는 나라가 잘될 수 없고, 검사들이 제일 유능하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버리고 천하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할 사람을 가까이 두고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친인척과 대통령실 사람들의 부정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당과 관계에 해서도 유 전 의원은 “여당은 잘못된 국정의 거수기가 아니라 국정의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견제와 협력의 당정 관계로 당도,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이 같은 비판이 나왔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전히 국민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닌지 의아하다”며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15일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승민 페이스북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15일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승민 페이스북

 

이주영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나 국정 기조 전환, 인적 쇄신에 대한 책임 있는 입장은 없고, 100일 동안 국정 성과를 홍보하는 아전인수와 자화자찬, 마이웨이 선언에 그쳐 대단히 실망스럽고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국정지지도 20%대로 추락과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상실의 이유가 대통령 본인 스스로에게 있는데도 근본적 상황 인식과 쇄신 대책도 없이 ‘앞으로 잘 하겠다’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국정 기조를 전환하고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라”며 “지금 고치지 않으면 더 큰 추락과 파국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사실대로 안 밝혀”…“김건희 언급 쏙 빠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비판 기자회견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는 윤 대통령 답변도 솔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장성철 소장은 “‘나는 관심 없거든, 나는 신경도 안 써’라는 인식을 보여주시는 것 자체가 사실 그대로 본인의 생각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 것 같다”며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내부 총질’에 대한 솔직한 해명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사실관계대로 밝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해석했다.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 폐지를 큰 변화로 밝힌 것을 두고 “민정수석실 폐지에 따른 하나의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임명되지 않은 과정 속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와 측근, 지인 문제 (관련) … 국민들이 좀 듣고 싶어 했을 텐데 그 부분은 쏙 빠지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를 법무부로 옮긴 것, 이것에 대한 자화자찬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정 성과를 국민들에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성과였다고 밝혔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정 전반에 관해 국민께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중심으로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자리였다”며 “100일 동안 도어스테핑를 통한 노력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대통령 의지였음을 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이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로 국민의 뜻을 경청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국정 중심에 항상 ‘국민’이 설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항상 세밀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윤 대통령의 100일은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정책에 집중해 왔고 앞으로도 추진해 갈 것”이라며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임을 강조한 것처럼, 국민들의 응원과 질책 모두를 겸허하게 마음속에 새길 것”이라고 논평했다. 양 원내대변인은 “응원과 지지에는 자만하지 않고, 합리적 비판에는 더욱 겸손하게 초심을 잃지 않으며 국민 속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을 약속 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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