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정부패 검찰 기소시 당 직무를 정지하도록 돼 있는 당헌 80조를 개정하고 강령에 나온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1가구 1주택을 ‘실거주·실수요자’로 바꾸는 방안을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전준위)에서 의결해 논란이다.

‘국민의힘 보다도 후퇴한 당헌’, ‘이재명 구하려 문재인 지우기하려는 거냐’는 반발이 나와 진통이 예상된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16일 회의 결과 ‘기소가 되면 직무정지가 이뤄지도록’ 한 당헌 80조 1항과 관련해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 받은 경우에 직무정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당직자가 기소됐을시 기존처럼 즉시, 그래서 윤리심판원이 조사하며 △제3항의 경우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 취소 정지할수 있도록 했다. 2심이나 대법원이 무죄 판결하거나, 금고형 이상이 아닐 경우 1항의 직무정지는 효력을 상실하도록 의결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 안건이 비상대책위원회(17일)와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최종안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당헌은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치고 나면 효력이 발생하고 강령 개정은 전당대회(28일) 이후 실행된다고 했다.

강령에서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성장으로, 1가구1주택을 실거주 실소유자로 바꾸는 방안과 관련, 전 대변인은 “강령 분과에서 최종 토론을 끝으로 만든 걸 개정했다”며 “전체적 틀로 보면 여당에서 존재했던 것을 앞으로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형태로 바꿨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소득주도성장 등의 표현이) 빠졌다기보다는 문구의 의미를 생각해 조금 개정된 건 있다”며 “비대위에서 의결이 되면 공개될 것이니 문구를 보고 판단하는 게 확실하다”고 답했다.

‘이재명 방탄용이란 지적이 있다’는 질의에 전 대변인은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다”라며 “많은 의혹과 다양한 사안을 정부 여당에 제기할텐데 그 과정 속에서 정치탄압 등의 이유로 무작위로 기소될 위협도 충분하다”며 “기소 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어 이렇게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헌 80조 개정 등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안규백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안규백)가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헌 80조 개정 등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안규백 페이스북

 

그러나 이를 둘러싼 당내 반대 여론이 계속되고 있다. 당 대표로 출마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 15일 광주 기자회견에서 “부정부패 연루자로 인한 위험이 당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문재인 당 대표의 야당 시절 혁신안을 도대체 왜 바꿔야 한단 말이냐”며 “왜 우린 차떼기 정당 국민의힘도 갖고 있는 당헌을 바꾸느냐”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의 강령 폐기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대기업 위주 ‘투자주도성장’과 대비되는, 국민 다수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이 노선을 강령에서 폐기하겠다고 한다”며 “당헌과 강령을 바꾸면서 동료 의원들과 숙의와 토론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 많이 내는 부자들이 억울해 하지 않겠냐’고 한 이재명 의원의 발언을 들어 박 의원은 “부자를 배제하지 않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한다”며 “우리 민주당은 도대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종민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한다면서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국민은 이재명 의원을 위한 ‘위명설법’(爲明說法)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이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명설법’은 한 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위인설관’에다 이재명의 ‘명’, 법을 고친다는 의미에서 ‘법 법(法)’자를 넣어 만든 조어다. 그는 정치보복을 막고 당을 위해 바꾼다는 주장대로 가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떨어진다고 만류했다. 김 의원은 “국민 신뢰에서 멀어져가면서 무슨 수로 민주당을 지키느냐”며 “이런 식으로 민심에서 멀어져가면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도와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찬 페이스북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 후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윤영찬 페이스북

 

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윤영찬 의원도 지난 14일 세종 대전 합동연설회 연설에서 “지금의 민주당이 과연 민주적이냐”며 “당의 강령과 정책 변경, 당헌 80조 개정에 우리는 토론이라도 한 번 해봤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건 아닙니다! 토론합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따돌리며 입을 막고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소득주도성장 명칭 폐기를 두고도 윤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하지 않았다”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달라졌다고 해서 당의 가치가 달라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의 선거 패배 원인은 소득주도성장 때문이 아니다”라며 “민주당다운 인물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강령 개정의 경우 “강령이라는 건 추상적인 가치 비전을 넣지 구체적인 정책들을 넣지 않지 않는다”며 “그걸 정비하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일각에서 문재인 지우기라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소득주도성장론을 포용적 성장이라고 표현한다고 그래서 그게 문재인 지우기라는 건 앞뒤가 안 맞다. 포용적 성장도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며, 문재인 대통령 때 청와대도 한 2년 뒤부터는 ‘소주성’ 얘기를 안 했다”고 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지키기용 당헌 개정’ 비판에는 “사실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의원들은 친문 성향 의원이 더 많다”며 “차라리 하지 말아 버릴까, 누가 기소되든 간에 그냥 놔둬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무슨 계파의 논쟁거리로 끌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도 같은 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청원시스템에 올라오기 열흘 전이 7월20일 경부터 전준위에서 이미 논의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방탄용 아니냐’는 지적에 안 위원장은 “검사 대통령에 이어서 검사와 법무부 장관이 국정을 검찰청 운영하듯이 하고 있지 않느냐”며 “야당의 명운을 검찰의 기소에는 걸 수 없는 일 아니냐, 당 대표 후보 뿐만이 아니라 여러 문재인 전 정부의 장관과 의원들도 약 20여 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거나 기소 단계에 있는 형국”이라고 답했다. 안 위원장은 “우리 당을 지키고자 하는 논의이지, 한두 사람을 위한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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